영화 76

영화 '그녀'에 빠지는 '그녀들'의 문화 심리

영화 ‘그녀’에서 손 편지 대필 업체 직원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매일 대신 써주며 직업적 만족감을 얻는다. 만족감이 배가 되는 것은 그의 편지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있다. 중요한 점은 한번 대필 편지에 맛을 들이면 의뢰인들은 감동의 손 편지를 끊임없이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 대필 편지를 받는 사람들은 감동의 기분에 빠져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 손 편지 일을 계속하려면 편지를 읽는 사람들이 원하는 말을 편지에 담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손 편지를 쓰는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행복할까. 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리는 그이지만 일상생활은 공허함이 가득 채우고 있다. 그가 느끼는 만족감은 대필 편지로 다른 사람들이 기분 좋아할 때뿐이고, 집으로 돌아오면..

영화 2014.06.01

‘역린’ 정조 신화화 지나치다

[김헌식 칼럼] 개봉 9일만에 300만 돌파… ‘역린’ 정조 신화화 지나치다| 기사입력 2014-05-09 15:33 | 최종수정 2014-05-09 17:09 ▲ 개봉 9일만에 관객 3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영화 ‘역린’의 현빈과 한지민(사진 = ‘역린’ 스틸컷) 영화 ‘역린’에서 정조(현빈)는 역시 멋지게 그려진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 익히 볼 수 있었던 정조의 개혁 군주 이미지는 여전하다. 여기에 개혁군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암살 위험에 시달리는 인간적 제왕 관점의 고통과 번민이 투영돼있다. 영화 ‘역린’에서는 활쏘기의 달인이라는 점이 강력한 액션신으로 부각돼 정조의 이미지를 더 좋게 강화하고 있다. 과거 남인 계열을 통해 전해지고 소설 ‘영원한 제국’을 통해 크게 부각된 정조 독살..

영화 2014.05.10

'역린' 정조도 스파이더맨도...왜 아버지를 부여잡을까

'역린' 정조도 스파이더맨도...왜 아버지를 부여잡을까 최근 개봉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역린' 스틸컷. ⓒ초이스컷 픽쳐스 현빈 컴백작 영화 '역린'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조이야기를 다뤘고, 이때문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조 이야기와 어떻게 차별화를 이룰지 궁금증이 일게 했다. 영화 '역린'은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 정조 이산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여전히 등장시켰다. 불행한 죽음, 그리고 그 때문에 생긴 상처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중심에 두고 있다. 아버지 사도 세자는 부정의 대상이 아니라 긍정의 계승적 대상이 된다.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피터에게도 아버지는 참으로 갈등과 고민의 대상이다. 하지만 피터는 아버지가 불행하게 죽음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고, 아버지의 뜻에 부합하게 다시 스파..

영화 2014.05.07

'겨울왕국' '그레비티' 뒤에 '노예12년' 봐야 치유된다

'노예 12년'(원제 12 years a slave)은 자유인으로 살던 흑인 솔로몬 노섭(Solomon Northup)이 인신매매범들에게 납치되어 노예로 산 12년간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함께 노예 해방의 단초가 된 작품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런데 그 책이 1853년에 출간되었으니 제대로된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 여기에 아카데미 영화제 89년만에 흑인 감독에게 첫 작품상 수상의 영광을 주었다. 흑인노예제의 잔혹함을 다룬 영화를 직접 흑인 감독이 제작했으니,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분위기 속에서 충분히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잘 읽은 브레드 피트의 전략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셈이다...

영화 2014.03.04

'겨울왕국'엔 뭐가 있었길래...

발상의 전환과 변주, 전복적인 패러디의 힘김헌식 문화평론가(codessss@hanmail.net) | 등록 : 2014-01-22 14:14 ▲ 디즈니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포스터.ⓒ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인 주제에..."라는 말이 있다. 어떤 상대를 얕잡아 보는 말이다.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 주제에 다른 영화들을 다 제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전세계를 매료시킨 건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러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라푼젤의 제작진이라는 후광효과에 특수효과 때문이거나 보편적인 동화의 세계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겨울방학 특수요인 때문일까. 단지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겨울왕국..

영화 2014.02.06

전지현과 김수현의 케미 현상은 무엇인가?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8회에서는 천송이(전지현 분)가 도민준(김수현 분)을 향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케미(케미스트리)라는 게 존재하는데...나는 ‘케미’덩어리다. 모든 남자들이 날 보면 활활 타오른다”며 “한마디로 난 매력덩어리, 질투덩어리, 팜므파탈이다”라고 했다.또한 천송희는 “나한테 15초만 달라. 내 별명이 15초의 요정이다. 15초짜리 광고만으로 사람들을 확 다 사로잡는다. 15초 뒤에도 여전히 내가 도자기, 강아지, 나무면 내가 인정하겠다. 나 무(無)매력이라는 거”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케미’란 영어 ‘케미스트리(chemistry)’의 줄임말이다. 사람 사이의 화학반응으로, 특히 남녀 간의 서로 강하게 끌리는 감정이나 등을 말한다. 보통 두 사람사이에 느껴지는 이성적 분..

영화 2014.01.13

영화 변호인, 노짱을 영화예술로 승화하다

영화 '변호인'이 부림 사건의 노무현 에피소드를 다룬다고 했을 때 걱정을 했다. 왜냐하면 정치적인 사건에 관한 영화들은 대개 영화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영화들은 대개 두 가지 아집에 빠진다. 하나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역사적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한다. 즉 몰랐던 사실, 정보에 대해서 전달하는 탐사저널리즘의 특징을 갖는다. 나는 아는데 너는 몰랐지 하는 태도는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정보나열형 방식은 영화적 장르에게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를 채워주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운동론적인 관점이다. 따라서 프포파간더의 양식에 충실하려 한다. 그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분노를 느끼거나 울분을 참지 못해 행동에 나서게 할 뜻이 더 많이 노출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거..

영화 2013.12.20

사극 영화 왜 붐인가

영화 ‘관상’이 큰 흥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충무로에는 사극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선보일 사극 영화는 8편 이상이다. 개봉을 기다리고 있거나 촬영완료 된 작품도 여럿이다. 현빈·조정석의 ‘역린’,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 ‘군도: 민란의 시대’는 하정우와 함께 출연하는 강동원의 복귀작이며, 이병헌과 전도연의 무협 연기가 기대되는 ‘협녀: 칼의 기억’, 최민식·류승룡의 ‘명량-회오리바다’는 이순신의 유명한 명량대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외에 손예진·김남길 주연의 '해적' 하지원·강예원의 ‘조선미녀삼총사’, 송승헌의 ‘전령’등도 있다. 사극은 이제 하나의 대중적 장르로 자리 잡았지만, 드라마는 좀 주춤하고 있는데 영화 ‘왕의 남자 이후 영화 ‘..

영화 2013.09.26

영화 '베를린', 한석규는 댓글 달기를 거부했을까?

-대중문화 속 국정원 요원 달리 그려야김헌식 문화평론가(codess)이전 안기부 요원을 등장시킨 영화들과 달리1998년 영화 '쉬리'에서는 국정원 요원이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요원들처럼 참 멋지게 나온다. 정말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정보첩보요원같았다. 이후 국정원 요원들은 영화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할만 한 간지 나는 캐릭터로 등장하고는 했다. 무엇보다 안기부 직원들이 주로 국내 정치에 관여 했던 것과 달랐다. 절차적 민주주의 시대 담론이 많아진 것과 아울러 대중문화에서 이런 시대는 영원히 자취를 감추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영화 '쉬리'에서 국정원 요원 역으로 분했던 한석규는 14년 만에 영화 베를린에서 국정원 요원 정진수로 열연했다. 영화 '쉬리'에서는 자신의 업무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첩보요원이었다..

영화 2013.02.04

병역기피 조장하는 영화 <평양성>?

병역기피 조장하는 영화 평양성? 2011.02.01 13:53 [김헌식 문화평론가]거시기(이문식)는 전쟁에 대해 전장에 참여해서도 내내 회의적이다. 심지어 당나라 이세적과 신라의 김유신-김법민이 대치하는 사이로 거시기는 전쟁은 윗대가리들의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준익 감독의 전작인 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단 한사람은 거시기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일반 병사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억지로 끌려와서 죽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은 의 연작이라고 할 수 있는 에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다만, 에서는 거시기가 주체적으로 전면에 나서게 된다. 에서 은유적으로 표현되었던 주제의식이 평양성에서는 노골적으로 부각이 되고 있는 ..

영화 2011.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