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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과 김수현의 케미 현상은 무엇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1. 13. 09:00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8회에서는 천송이(전지현 분)가 도민준(김수현 분)을 향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케미(케미스트리)라는 게 존재하는데...나는 ‘케미’덩어리다. 모든 남자들이 날 보면 활활 타오른다”며 “한마디로 난 매력덩어리, 질투덩어리, 팜므파탈이다”라고 했다.
또한 천송희는 “나한테 15초만 달라. 내 별명이 15초의 요정이다. 15초짜리 광고만으로 사람들을 확 다 사로잡는다. 15초 뒤에도 여전히 내가 도자기, 강아지, 나무면 내가 인정하겠다. 나 무(無)매력이라는 거”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케미’란 영어 ‘케미스트리(chemistry)’의 줄임말이다. 사람 사이의 화학반응으로, 특히 남녀 간의 서로 강하게 끌리는 감정이나 등을 말한다. 보통 두 사람사이에 느껴지는 이성적 분위기나 느낌이 좋을 때 “케미가 좋다”, “케미가 폭발한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MBC '우결'에서 새로운 커플이 등장하면 네티즌들은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 기대되네" 라고 말한다. 이런 사랑의 화학 작용이 뛰어나 보이면 케미 연인, 케미 최강 커플이라는 말도 쓴다. 
 극중 남녀 출연자간의 달콤한 러브모드나 찰떡 궁합이 잘 전해질 때 쓰는 말이 '케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드라마의 커플을 평가할 때도 케미라는 단어를 사용해 평가한다.

이성간이 아니라 동성간의 감정을 드러낼 때도 사용되고 있다. 

'별그대'에서 천송희는 "여자하고는 케미가 없느냐. 아니지. 모든 여자가 날 보면 아주 질투로 불타오르지"라고 말한다. 이는 동성간의 감정 작용을 가리키는 것이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아이돌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개그맨 정형돈의 ‘남남’ 커플에도 케미 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물론 이는 예능 프로이기 때문에 다소 웃음 코드 차원에서 캐미를 다루었다. 이런 사례들은 이성간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감정의 화학작용을 말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캐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일까?
남녀간에 일어나는 미묘하고 폭발적인 감정 작용을 한 단어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들이 캐미라는 단어의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학작용이라는 점은 결국 어떤 요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며 그것은 보통의 밋밋한 감정 상태가 아님을 강조한다. 그러나 캐미라는 단어는 로맨틱하지는 않다.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보인다. 천송희의 발언 처럼 얼마든지 법칙이나 원리로 남녀간에 감정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제하는 듯 싶다. 주로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들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것을 연출하고 구현하는가는 자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캐릭터 관계가 기획 되고 지켜 보는 이들이 그것에 동의하도록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공식이 적용되는 셈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codes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