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겨울왕국'엔 뭐가 있었길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2. 6. 09:22

발상의 전환과 변주, 전복적인 패러디의 힘

김헌식 문화평론가(codessss@hanmail.net) | 등록 : 2014-01-22 14:14


▲ 디즈니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포스터.ⓒ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인 주제에..."라는 말이 있다. 어떤 상대를 얕잡아 보는 말이다.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 주제에 다른 영화들을 다 제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전세계를 매료시킨 건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러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라푼젤의 제작진이라는 후광효과에 특수효과 때문이거나 보편적인 동화의 세계로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겨울방학 특수요인 때문일까. 단지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겨울왕국'은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마법을 쓰게 된 언니 엘사 공주가 오랫동안 자신의 평범하지 않은 능력을 위험하게 여겨 궁내에서 은둔한다. 부모님도 안계신 사이 국가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도대체 무엇을 먹고 시간을 보냈는지도 언급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엘사 공주가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마법을 왜 갖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묻지 않는다. 저주에 걸렸든 아니면 질병에 걸린 것인지 알 수 없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도 말하지 않는다. 원인이야 프리퀼 작품에서 설명해도 될 듯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흔히 등장하는 코믹 캐릭터들과 동물 그리고 퍼포먼스는 관습적이지만 관객의 시야를 즐겁게 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교훈적인 내용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수사학적으로 보면, 엘사 공주는 장애와 소수자를 상징하기도 한다. 능력이 부족해도 장애인이지만, 넘쳐도 장애인이다. 영화 '핸콕'에서 핸콕(윌 스미스)는 너무 뛰어난 능력 때문에 다른 이들을 해치게 되고 오히려 사회에 부적응하고 만다. 엘사 공주도 사물을 차갑게 만드는 능력을 조절하지 못한다. 이른바 조절장애라고 볼 수 있다.


슬픈 운명을 타고난 엘사 공주는 사랑하는 동생 안나 공주를 위해 스스로 자신을 단절시킨다. 자신의 마법을 조절할 수 있는 상태가 되면 나서리라 생각한다. 동생은 자신을 피하는 언니를 원망하고 만다. 결국 언니는 왕국을 얼리는 것은 물론 동생의 심장도 얼게 만든다. 요정은 진정한 사랑만이 공주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을 전했다.


우리는 흔히 이 때 진정한 사랑이라고 하면, 남녀간의 사랑을 연상한다. '숲속의 잠자는 공주'라거나 '개구리가 된 왕자'등을 떠올린다면 그간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저주를 푸는 진정한 사랑의 행위는 바로 키스다. 그 키스의 전제 조건은 아름다운 공주나 왕자를 떠올리는 인식구조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이런 키스라는 성적 행위만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비판이 매우 많았고, 이를 '겨울왕국'은 창조적으로 패러디 하고 있다.


'겨울 왕국'은 이런 기존 인식을 벗어나 진정한 사랑의 다른 양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은 이성간의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가족의 사랑이기도 함을 말한다, 그 사랑은 본래적이먼서도 경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남녀간의 사랑을 배제 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남녀간의 사랑도 매력적으로 부각시켜낸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케미가 일어나는 화학적인 이성간의 사랑의 위험성을 말하기도 한다.


이는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강조하는 바이다. 그는 한눈에 빠지는 격정적인 사랑은 허구적이며 중독적인 사랑을 낳을 뿐이며 서로 상처만 남길 뿐이라고 했다. '겨울 왕국'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데, 사람과 사람이 어려운 상황을 같이 겪고 극복할수록 사랑이 더 싹트고 돈독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한스 왕자처럼 격정적인 사랑은 본질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빌미로 다른 목적을 취하려고 하는 이들의 기생의 존재를 낳기도 한다.


입방아에 오르는 극단적인 드라마들은 자매간에 사랑의 대상을 두고 경쟁을 하는 연적으로 만들어 버리지만, '겨울왕국'은 그런 자극적인 설정과 거리가 멀다. 텔레비전이 가족의 불화로 시청률을 올리는 경쟁에서 공멸하고 있는 사이 '겨울왕국'은 자매애를 통해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공동체와 아울러 가족 해체의 현상은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이러한 점은 가족의 선민적인 정체성을 강화한다.


남들과는 다른 가정과 능력은 작은 왕국이나 공주, 왕자의 캐릭터로 투영되고 있다. 그안에서 가족의 가치가 증대하는 것은 이제 남녀간의 사랑과 결혼이 절대적인 사회가 아님을 거꾸로 말하는 것이기도하다. 갈수록 이성보다 한 핏줄을 타고난 형제와 자매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저출산으로 자녀가 혼자인 경우, 형제 자매가 든든하게 자신의 삶을 버텨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에너지이자, 힘이 된다. 그런 가정을 갖는 경우도 더 적어질 수록 이런 현상은 강화 된다.


한국적인 내용만을 다룰 경우, 한국에서는 엄청난 흥행 기록을 세우갰지만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디즈니가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를 '겨울왕국'을 통해 재인식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세계적인 보편 코드를 같이 고민할 때 발상의 전환과 창조적 작업은 창조경제 차원의 부가가치를 낳는다. 또한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 전복적인 패러디의 작업이 새로운 사회와 국가를 열어가고 만다. 그것이 문화예술의 본질 가운데 하나이고 존재적 힘이기도 하다.

글/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