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 변호인, 노짱을 영화예술로 승화하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3. 12. 20. 17:02



영화 '변호인'이 부림 사건의 노무현 에피소드를 다룬다고 했을 때 걱정을 했다. 왜냐하면 정치적인 사건에 관한 영화들은 대개 영화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영화들은 대개 두 가지 아집에 빠진다. 하나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역사적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한다. 즉 몰랐던 사실, 정보에 대해서 전달하는 탐사저널리즘의 특징을 갖는다. 나는 아는데 너는 몰랐지 하는 태도는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정보나열형 방식은 영화적 장르에게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를 채워주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운동론적인 관점이다. 따라서 프포파간더의 양식에 충실하려 한다. 그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분노를 느끼거나 울분을 참지 못해 행동에 나서게 할 뜻이 더 많이 노출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짐작하고 있는 내용을 애써 인터넷 시대에 영화로 보는 이유는 내적인 감동을 통해 영혼의 충만함을 느끼려 하는 것이다. 결국 진정한 행동은 마음의 충실한 움직임에서 나온다는 점을 간과하고 만다.


영화 '변호인'은 잘 알려진 부림사건 과정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버부려내고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단지 정보나열형도 아나고 선전선동도 아니다.

그 사람돠 정서에 대한 맥락적 감성과 감정의 되새김 그리고 이의 항구적인 시대의 공유이다.


이 영화의 같고도 다른 차별성은 '국밥'이다. 같은 국밥을 먹는 주체와 진영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이 국밥을 매개로 관객의 정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같은 국밥이라고 해도 어떤 이가 먹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명박 후보가 먹은 국밥은 분명 정치적인 의도로 읽혔지만, 송우석이 먹은 국밥은 그런 의도와는 관계가 없다. 인권 변호사 짓도 이제 정치인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는 이때 친한 국밥집 아들이 국보법 사건에 연루되면서 사회의 모순과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나서는 한 평범한 인간의 변화는 대중적 설득력을 갖게 만든다. 국밥은 신의와 성실 그리고 서민적 생활이 송우석을 통해 복잡적으로 공감을 준다. 


국밥이 있었기 때문에 국보법사건이라는 단지 일부 개인이 아니라 스스로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모순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국밥을 논외로 하더라도 30여년전의 부림 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시민들의 공포는 여젼히 영화 변호인을 보고 눈물짓고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영화는 사실을 예술로 만들음에 분명하다. 정치적인 논란과 공격의 대상이 송우석 역의 송강호에게 미칠지 모르나 그것은 시간문제일 뿐 역사적인 맥락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시대적인 행위가 무엇이고 우리의 지도자가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하는 지를 은유와 팩트 사이에서 절묘하게 극적으로 보여준다. 


속물 변호사에서 불의에 대항하는 변호사로 거듭나는 것은 혼자만의 정치욕심도,  소영웅주의도 아니라 당대의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일깨운다. 하지만 그길은 낭만적인 길이 아니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피해와 고통을 감수하는 길이라는 점을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흘릴수 밖에 없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송우석(송강호)의 웃음이 그 눈물을 가리듯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인간애와 고통속에서 여유를 찾는 행태라는 점을 영화는 여운으로 남긴다.


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