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비행 2209

오히려 보이는 것은 진실을 가린다.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 2012) 리뷰 17세기. 영국 귀족들은 기괴한 모습의 동물이나 사람을 구경하는 호사취미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 존재를 접할 수 있는 것은 부와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본래는 진귀한 존재를 구경하는 수준이었겠지만, 주객이 전도되기 시작했다. 원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나중에는 고의로 만들어냈다. 예컨대, 인신매매집단이 아이들을 납치해 기괴한 존재로 만들어 귀족들 앞에 구경거리로 팔았다. 그들이 말하는 기괴한 존재는 바로 장애인일 수 있었다. 이제 신체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마치 자신의 신분을 돋보이게 하거나 지위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에 나오는 타조린필드는 상설 장터..

재활의 목표는 원상회복 아닌가요.

-영화 ‘스텝 바이 스텝’ 리뷰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점차 이겨낸다는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야 하잖아” “음..그게 항상 가능한 건 아니잖아. 너야 진전이 있지만, 스티브는 변화가 없어”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진전이 있도록 노력을 본인이 해야지.” “성향의 차이야, 너는 좋겠다. 넌 이해할 수 없을 거야, 앞으로도.” 벤(파블로 폴리)은 같은 재활센터에서 만난 친구 스티브가 낙심하고 좌절하면서 술로 자학하는 행위를 한 채 발견되자 그의 행동을 이해 못한다. 하지만 또 다른 여자 친구 사미아(나일리아 아르준)는 벤의 말을 반박한다. 그 친구가 좌절하고 낙심할 수 있다는 사미아의 말은 벤에에 낯설다. 벤은 끝까지 사미아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벤의 말은 정말 훌륭하다. 그는 희망을 ..

[포스트 코로나 19]왜 그들은 노래를 같이 불렀을까?

-느슨하지만 유연한 연대의 문화 만들어야 최근 큰 교회보다 작은 교회들에서 확진자가 많았다. 큰 교회들이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기 때문에 감염위험이 많을 것이라는 짐작은 하는데 오히려 작은 교회들이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물론 작은 교회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확진이 많은 것은 물리적으로 불리한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일 수 있다. 작은 공간에서 환기가 잘 안되는 환경적 조건이 작용을 한다는 말이 가능할 정도일 것이다. 교회에서 비말 감염이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은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고 예배시간이 길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반강제적인 조건이 있다. 자신의 선택 보다는 예배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일단 따라야 하고 그것은 비말을 통한 감염이 있더라고 해도 일단..

[포스트 코로나 19] 그들이 거짓말한 이유

-거짓말을 한 문화심리적 배경 거짓말은 나쁘다. 거짓말은 비록 하얀 거짓말이라도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 선의의 거짓말은 도덕적 윤리적인 문화심리로 설명은 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코로나 19로 확연해졌다. 6월초 안양 확진자의 경우, 자신의 동선에 관해 거짓말을 했다. 교회에 나갔는데 교회에 가지 않았고 그 시간에 식당에 갔다는 것. 가지도 않은 식당을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을까. 왜 이렇게 거짓말을 했을까? 그 배경에는 가족이 있었다. 평소에 교회 모임 예배를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신심 때문이었을까, 그런 자녀들의 만류에도 확진자는 교회 모임에 갔다. 불행하게도 그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왔고,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에 간 것이 밝..

[포스크 코로나 19] 디지털, 비대면, 홈코노미 대세일까.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안전하게 만날까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 19이후 디지털, 비대면, 홈코노미 대세일까. 디지털, 비대면, 홈코노미 서비스가 코로나 19이후의 유망 받는 서비스라고 한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당장에 관련 콘텐츠, 상품, 서비스의 통계 수치가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사태에서 가장 주안점에 두고 있는 것은 접촉을 막는 것이고 그 접촉을 막는 것은 바로 직접적인 대면을 최소화 하고 물리적 공간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덜 이용하는 것이 감염병 예방에 중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행태적인 특징이 계속된다는 생각은 아마도 ‘추세 외삽’(Trend extrapolation)에 근거할 것이다. 이런 사고에서는 현 추세대로 그렇게 계속 진..

가수 비의 깡 신드롬의 반격이 시작되다

-콘텐츠의 재소환이 일어나는 이유 가수 비에 대한 1일 1깡은 부족하여 1일 3깡이 필요하다? 가수 비에 대한 조롱이 갈수록 역설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을 보기 위해 오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인터넷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여러 유형이 있다. 양준일처럼 앞서간 천재를 뒤늦게 재발견 공유하는 유형이 있을 수 있고 곽철용처럼 자신과 동일시 감정을 느끼는 콘텐츠나 설정을 다시 소환하여 대리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가수 비의 깡처럼 조롱 비난의 수단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저항문화일 수 있다. 문화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희화화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문화권력자일까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오히려 비가 그런 권력에 있지 않은데 있는 것처럼 구는 듯이..

[포스트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문화 방역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넘어서 문화적 변화 필요 밖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비말로 감염되는 예가 많았다. 결국 확진자의 다수가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에게서 감염이 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지 생각해야 한다. 아마도 밖은 위험하고 아는 사람들로 이뤄진 내집단은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겠다. 그런 생각이야말로 당연히 옳은 것으로 보였지만, 전근대적인 인식이었는지 모른다. 그것이 바로 문화의 문제가 감염병에 작용하고 있음을 드러내주는 증거다. 무엇이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서 다시 살펴야할 듯싶다. 왜냐하면 코로나 19등 전염병은 완전 종식이 어려울 수 있고 누구나 감염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앞으로 벌어질 것이기 때문..

오타쿠 문화가 시작되는 공간에서

오타쿠 문화가 시작되는 공간에서 -오쓰카 에이지의 ‘그 시절 2층에서 우리는’ 리뷰 1980년대 초반, 도쿄 신바시의 어느 빌딩 2층 편집부, 즉 도쿠마쇼텐 2층에는 수많은 청춘들이 들락날락 했다. 흥미롭게도 그 곳을 들락날락했던 많은 젊은이들이 그 뒤 오타쿠 문화를 선도하거나 중심축을 이루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했던 일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편집자 업무였지만 그들의 신분은 안정되어 있지 않았고 오늘날의 기준으로 비정규직 혹은 임시직들이었다. 저자도 시급 450엔, 우리 돈으로 4천원을 받고 일했던 알바생이었다. 딱히 시급이라는 생각도 없고 경비 계산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임금에 월 378시간이나 일을 했다고 한다. 더구나 토요일 일요일에도 일을 했으니 한 달 30일을 기준으로 하루 12-13시간씩, 밖..

책 리뷰 2020.05.08

넷플릭스는 극장을 이길까?

-사람이 그리워지고 있다. 비대면을 넘은 문화 기류 형성 김헌식(평론가, 박사,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사람이 이렇게 소중할 수 있을까. 극장에는 사람이 이렇게 없을 줄은 인공지능도 예측을 하지 못하고 빅 데이터에도 나오지 않는다. 초유의 바이러스 때문에 극장 매출액은 거의 10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상영회차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아예 휴관을 하는 극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휴관은 대형 멀티플렉스의 사례라고 할 수가 있다. 대규모 집적 경영을 하기 때문에 자금이 흐름이 원활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일어날 수 있는 돈맥 경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상 대규모 자본구조에 따른 독과점의 문제점이 이번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모두 과거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획-제작-배급-상영에..

[포스트 코로나 19] 전염병의 정치학을 넘어

-드라마 킹덤 2와 현실. 글/ 김헌식(사회문화평론가, 박사, 카이스트 미래세대행복 위원회 위원) 생사초는 신선했고, 궁궐 지붕위의 활극은 남달랐으며, 정원에서 벌인 대미의 싸움은 탁월했다. 오호, 스릴러 액션 드라마의 차별성은 분명했다. 죽음,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본능을 자극하는 서사 전개는 충분히 특수 효과가 아니어도 빠져들만 했다. 흠, 어디 그뿐일까. 거창하게 사회학적 분석이 아닐지라도, 공교롭게도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이 일고있는 가운데 넷플릭스 개봉을 맞은 드라마 ‘킹덤 2’는 눈길을 끌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비록 좀비물이라고 일컬어지지만 드라마 안에서는 역병이라 일컬어진다. 전염병을 맞아 극단적인 몰살의 공포감이 휘감고 있던 조선 시대의 상황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코로나 19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