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코로나 19 이후 뉴노멀

[포스트 코로나 19]왜 그들은 노래를 같이 불렀을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6. 9. 10:54

-느슨하지만 유연한 연대의 문화 만들어야

 

 

최근 큰 교회보다 작은 교회들에서 확진자가 많았다. 큰 교회들이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기 때문에 감염위험이 많을 것이라는 짐작은 하는데 오히려 작은 교회들이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물론 작은 교회라고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확진이 많은 것은 물리적으로 불리한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일 수 있다. 작은 공간에서 환기가 잘 안되는 환경적 조건이 작용을 한다는 말이 가능할 정도일 것이다. 교회에서 비말 감염이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은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고 예배시간이 길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반강제적인 조건이 있다. 자신의 선택 보다는 예배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일단 따라야 하고 그것은 비말을 통한 감염이 있더라고 해도 일단 행사가 시작되면 개인이 도중에 거부하고 이탈한다는 점은 대개 가능하지 않다. 더구나 신실한 신자들은 대개 그럴 수밖에 없고 대개 나이가 고연령대일 수밖에 없다. 고연령대인 상황에서는 이러한 감염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화적인 요인 문화 심리적인 변인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인천 등 개척 교회모임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것만이 아니라 식사와 다과를 나누었다. 여러 교회 목회자들이 제주도 여행을 가기도 했다. 또한 수련회 같은 행사들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실제로 이러한 행사들 때문에 감염이 되기도 했다. 모두 문화 행사들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행사들은 자제 권고가 내려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행사와 행위들을 계속하는 것일까?

 

어쩌면 이런 작은 모임이나 단체들은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위해서 이런 행사들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형 교회들은 그 자체의 규모에 따라서 운영이 되지만 작은 교회들은 인간적인 관계를 통해서 지속될 수 있고 다른 데서 채워주지 못하는 정적인 분위기가 조직 운영의 핵심 동력일 수 있다. 그것이 없다면 사실상 작은 교회의 모임에 나갈 이유가 없는 지도 모른다. 더구나 작은 교회 모임 같은 경우에는 온라인 예배등이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기존의 인간관계에 바탕을 둔 문화 행사를 하려할 것이다. 이는 비단 단지 월세를 내지 못하기 때문에 십일조를 받기 위한 방편이라고만 할 수는 없겠다. 개척 교회들끼리 모여서 행사를 하는 것은 이러한 정적인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겠다.

 

6월초 확진이 대거 일어난 방문판매업체에도 이런 문화적 요인이 있다. 방문 판매업체에서는특히 같이 노래 부르기를 통해서 감염이 되었다. 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교회도 아닌데 왜 노래 부르기를 할까? 단합을 위해서 그러했을 수도 있다. 사가를 부르거나 교가를 제창하는 것은 조직이나 단체의 일원으로 소속감을 일으키게 한다. 그것의 극단화된 형태가 바로 군대의 군가 부르기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방문 판매업체들에서는 생일파티나 승급 파티를 곧잘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같이 축하 케익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부른다. 가벼운 장기 자랑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업체들의 공간은 협소할 수밖에 없고 이런 문화 행사들을 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할 리가 없다. 노래를 부르거나 축하 발언들을 할 때 비말이 발생하고 이는 온전히 참여한 구성원들이 공유하게 된다. 더구나 이런 업체들에는 다른 취직 할 곳이 마땅하지 않은 많은 고령자들이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위험한 요인이 잠재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같이 식사를 하거나 다과를 하는 것도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고 나아가 가족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것이다. 작은 조직에서는 이런 정적인 관계를 통해서 조직의 결속과 목표 달성을 꾀한다. 신천지가 거대한 조직이지만 하부 세포조직으로 갈수록 이러한 정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젊은이들의 상처와 소외감을 치유하면서 조직을 전체적으로 확장해왔다.

 

이러한 현상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가치 추구 즉 문화적 행태에 기반한 선택과 실천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19 위기는 단지 약자들에게만 타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아니라 문화에 기반을 둔 모임이나 단체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정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아니라 느슨한 연대, 적절한 거리감을 두는 연대의 문화를 확립하는 것이 코로나 19같은 전염병에서 백신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인식하고 이점에 맞춰서 실천을 해야 한다.

 

글/김헌식(평론가, 정책/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상생정책연구소 소장,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