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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극장을 이길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3. 31. 15:01

 

-사람이 그리워지고 있다. 비대면을 넘은 문화 기류 형성

 

                                     김헌식(평론가, 박사,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사람이 이렇게 소중할 수 있을까. 극장에는 사람이 이렇게 없을 줄은 인공지능도 예측을 하지 못하고 빅 데이터에도 나오지 않는다. 초유의 바이러스 때문에 극장 매출액은 거의 10분의 1에 그치고 있다. 상영회차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아예 휴관을 하는 극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휴관은 대형 멀티플렉스의 사례라고 할 수가 있다. 대규모 집적 경영을 하기 때문에 자금이 흐름이 원활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기에 일어날 수 있는 돈맥 경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상 대규모 자본구조에 따른 독과점의 문제점이 이번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모두 과거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획-제작-배급-상영에 관련한 사람들의 생계는 물론이고 연이은 부도를 예고 있다. 이에 대한 공적인 조치가 필요라고 할 수 있다. 극장 수입에 대분분을 의존하고 있는 영화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새로운 변화 질서를 짚기도 한다.

 

극장에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집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영상콘텐츠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코로나 19 때문에 수혜를 보는 곳 가운데 하나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극장 상영 계약을 파기하고 넷플릭스 행을 선택해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극장 상영이 힘들기 때문에 195개국에 동시 개봉이 가능한 인터넷 멀티플렉스라는 열차에 갈아탄 것이다. 당연히 영화계에서는 분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극장업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비단 이 영화 하나 때문이 아닐 것이다. 다른 영화들이 극장을 포기하고 위약금을 감수하면서 넷플릭스 행을 선택할까봐 좌불안석인 것이다. 칸 영화제에 출품을 했던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았고 넷플릭스에 먼저 개봉했기 때문에 프랑스 극장주들이 반발했고 영화와 관계없이 수상에 실패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다음해 칸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외면할 수 없었고, 마침내 칸에 출품한 작품 중에 제일 낫다는 평가를 받으며 황금종려상을 받게 했다. 극장과 넷플릭스라고 하는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의 교차기에 있음을 이번에 다시금 알 수가 있었다.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지 않고 실내공간에서 인터넷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일이 객관적인 수치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도 화질을 낮추었는데 이러한 실내 공간의 인터넷 동영상 이용 때문이었다. 트래픽이 많아서 적절하게 이용할 사람들까지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일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화질보다는 어쨌든 영상 정보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도 극장용 작품을 만들기에는 조심스럽다. 다른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극장 개봉을 연기했을 뿐만 아니라 촬영계획도 미뤄놓고 있다. 실내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많이 접한다고는 하지만 콘텐츠의 제작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모이고 작업을 해야 한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확보를 위해서는 코로나 19 사태가 끝나야 한다.

 

한국에는 기회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우리가 코로나 19를 조기에 극복할 때이다. 물론 그것이 가능할 수 있게 우리 스스로 자구책을 계속 실천을 해야 한다. 다만 다른 나라들까지 다 극복되지 않는다면 우리 작품들도 해외에 가는 것이 힘들 수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단 한류 케이팝의 해외 공연들이 취소되는 것에만 그 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에 방탄소년단의 한국 공연만이 아니라 북미 투어가 취소되었고 트와이스를 포함한 걸그룹들의 일본공연도 불투명하다는 것이지만 그들을 다룬 다큐 영화들도 해외 팬들을 찾아 갈수가 없다.

 

자칫 대중음악 전용 공연장인 아레나 건설에 차질이 있을 것 같아 우려스럽듯이 관객들이 많이 모이는 극장은 당분간 원상태로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사실 극장에 가고 싶어도 볼 영화가 없다는 말은 괜한 것이 아니다. 악순환의 연속을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 당장에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이 극장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 공수도IPTV에서 인기가 있어서 극장에서 개봉을 하는 선례가 되었다. 누가 누가를 이기거나 대체하는 식의 승부보다는 상보적인 관계가 바람직할 것이다. 실내에서 인터넷만 하던 사람들이 야외에 조금씩 나가는 것은 이러한 오랜 피로증의 반대 효과라고 할 수가 있다. 사람이 그리워지고 있다. 사람이 귀중하다는 것을 알고 우리의 일상이 사람중심으로 돌아가는 문화적인 시스템이 문화계에도 정착이 될 것이다. 온라인 라이브 콘텐츠가 많아져서 사람온정이 가득한 실내공간에 대한 그리움이 더 생각날 것이다. 그 때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