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코로나 19 이후 뉴노멀

[포스트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문화 방역으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5. 18. 11:48

-사회적 거리두기를 넘어서 문화적 변화 필요

 

밖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비말로 감염되는 예가 많았다. 결국 확진자의 다수가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에게서 감염이 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지 생각해야 한다. 아마도 밖은 위험하고 아는 사람들로 이뤄진 내집단은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겠다. 그런 생각이야말로 당연히 옳은 것으로 보였지만, 전근대적인 인식이었는지 모른다. 그것이 바로 문화의 문제가 감염병에 작용하고 있음을 드러내주는 증거다.

 

무엇이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서 다시 살펴야할 듯싶다. 왜냐하면 코로나 19등 전염병은 완전 종식이 어려울 수 있고 누구나 감염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앞으로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접촉의 빈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는 일단 타인에게서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감염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접촉하지 않으면 감염율이 낮을 수 있다는 예측에 따른 조치이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 관계에만 적용된다. 외부의 사회적 집단이 아닌 내집단 즉 가족이나 연인, 친구, 공동체 구성원들에게는 취약하다. 그들은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사적 관계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급격한 확산을 막을 때 필요한 단기적인 방식이다.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경제생활을 해야 하고 교육처럼 생존을 위한 미래 상황에 준비과정을 수행해나서야 하게 때문이다. 앞으로는 갈수록 적군이 보이지 않는 상황의 전투에 임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을 하고 집중해야할 것은 바로 생활 속의 방역이다. 그런데 이 생활 속의 방역에 필요한 것은 단지 청결 수칙을 지키는 차원은 아니다. 문화자체에 대한 거리두기와 성찰이 필요한데, 우리가 그동안 바람직하다고 하고 싶은 당연한 선택과 행동에 대해서 성찰이 문화적 거리두기이며 이를 지속적으로 생활 속에서 체화하는 것이 문화 방역다. 이른바 좋아하고바람직하다고 여긴 것들에서 문화적 거리두기가 필요하고 사회적 관계가 아니라 내집단에서 문화적 방역이 필요하다.

 

예컨대 20대들은 클럽에서 놀거나 코인 노래방을 방문하는 것이 여가 생활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감염병 차원에서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위험한 공간임을 알면서 내집단 즉 친구나 연인관계라는 측면 때문에 선택과 행동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밀집 접촉이 일어나는 예배 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종교 생활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염병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회식을 즐기는 문화적 행태도 으레 생각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가족 간에도 아무리 정이 많아도 요양원에 함부로 갈수 없으며 자가 격리중이거나 의심되는 확진자 동선에 접촉이 이뤄졌다면 가족의 도리를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문화적 거리두기와 문화 방역은 단지 개인들에게만 의무가 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 경제적 공간이 모두 새롭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지하에 위치하는 코인 노래방은 앞으로 허가되면 곤란할 것이다. 클럽에서도 밤새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키기는 영업 방식은 사용할 수 없다. 집단 감염에 취약한 실내 공간에서는 물리적 거리두기가 필수적으로 규정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문화적 활동이 실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예방차원에서 산업 공학적 관점이 투여되어야 한다. 교육공간은 더욱 더 전근대적인 시대의 집단 밀접 접촉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설계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건축의 새로운 디자인이 많이 시도되어야할 때이다.

 

전염병이라는 물화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동안 바람직한 것이라고 봤던 문화들은 다시금 재성찰되어야할 시점이다. 그리고 달고나 커피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전세계적으로 한국 야구가 생중계되며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건강과 보건의식이 더 강화되었을 때 문화적 가치가 더 상승하고 선호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애써 대별하자면 공맹주의가 아니라 노장주의가 실제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산업주의에 대한 성찰도 이뤄질 수밖에 없다. 산업 개발 시대이후의 도시화가 무분별하게 우리의 일상을 지배해 왔고 그 속에서 개인들은 휩쓸려왔다. 산업주의 도시화와 그에 따른 문화 공간들이 우리의 생명에 얼마나 위해를 가해왔는지 코로나 19재난은 잘 보여주었고 이러한 기회를 살려 우리의 생활문화자체를 수익이 아니라 생명 중심으로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적 거리두기, 문화 방역이라는 개념이 단지 온라인으로 콘서트를 보고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는 말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한 것임을 다시 환기하고자 한다. 그것은 그냥 콘텐츠 소비에 관한 온택트 관점의 부각일 뿐이다. 우리가 코로나 19이전에 가졌던 문화적 인식을 다시금 개인이나 사회가 다시 성찰하고 다시 구조화할 과제가 포스트 코로나 19이후에 우리가 해야할 첫단계이다.

글/김헌식(상생정책연구소 소장, 박사, 카이스트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