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비행 2209

만화 속에서 생존철학을?!

만화속 사회 생활의 멘토링 -김봉석의 ‘1화일지는 몰라도 끝은 아니야.’ 빨강머리 앤, 곰돌이 푸, 보노보노... 얼마 전까지 만화책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에세이 책들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했던 기억이 난다. 대개 만화 주인공들이 작품에서 말했던 대사들을 두고 저자들이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은 책들이 있었다. 그 캐릭터들을 좋아했던 독자들이 많이 찾을 수밖에 없어 보였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 청소년기에 그 주인공들에 감정이입을 해서 자신의 세계관을 형성해왔던 세대들에게는 소장하고 싶은 마음까지 불러일으킬만 했다. 만화를 통해 인생의 정체성과 철학을 정립했던 그들에게 만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책들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한 청춘들에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면 더욱 그렇다. 조직 생..

책 리뷰 2020.09.27

트롯을 통해 어떤 위안을 받았나.

트롯과 문화심리 -김헌식(대중문화평론가)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트롯은 트롯이 아니다. 이 말은 어디선가 들어본 느낌이 든다. 르네 마그리트가 자신의 그림에 적은 'Ceci n'est pas une pipe'(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모방한 것만은 아니다. 원래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트롯과는 많이 달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기에서는 트롯이 아님에도 이해의 편의를 위해 트롯이라고 이름한다. 사람들이 트롯에서 어떤 위안을 받았는지 생각하려면 무엇보다 기억해야 하는 것은 트롯이 유행가라는 점이다. 처음부터 트롯은 전통가요가 아닌 대중가요였고 음악 소비층이 집단을 이루는 시기일뿐더러 유성기 등 대중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었기 때문이다. 대중가요 트롯은 상품이며 상품은 승리하기 위해 무한 경쟁을 해..

영화평론이 아니라 배급평론을 꿈꾸고 싶다.

왜 지금 배급을 주목하는가 -이화배의 ‘영화는 배급이다.’ 어느 꽤 유명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다. 진행자가 꽤나 지명도가 있어서 그의 이름을 내세워 프로그램명을 지었을 정도였다. 그 진행자는 연륜이 있고 객관적 합리적이면서도 의식 있는 지식인으로 통했다. 그런 지식인의 말 한마디가 아직도 생생하다. 생방송이 시작되자 그는 첫 마디를 이렇게 떼었다. “연말 결산이라 월요일부터 정치 경제 사회 분야를 했고, 이제 문화분야를 할 순서인데, 오늘은 좀 재밌게 하시죠. 어제까지 너무 딱딱했거든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준비해온 내용이 궁색해지는 기분이었고, 이제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하나 싶었다. 어디 이 진행자만일까, 이런 말은 흔하게 듣는다.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대개 레저나 엔터테인먼트와 일치한다. ..

책 리뷰 2020.09.27

티셔츠에서 볼륨을 높여요.

-백영훈의 ‘음악을 입다’ 리뷰 MTN(MOUNTAIN), NATURE, FOLLOW ME, LOVE ME, DOG FAMILY... 티셔츠에 들어간 영어 문구가 사실은 낯뜨거운 뜻을 가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되고는 했다. 티셔츠는 그만큼 새겨진 문구의 뜻도 모르고 편하게 입는 옷이라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티셔츠를 아무거나 입지 않는 사람들이 분명 있는데, 그들은 바로 대중음악 애호가들이다. 아마도 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다면 티셔츠에 들어간 문구만이 아니라 이미지, 캐릭터만이 아니라 내력까지도 자세하게 설명을 해줄 것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문화연구자들 대부분은 이런 티셔츠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티셔츠 문구에 들어간 음란성에만 귀를 쫑긋 세우고 기껏해야 맹목적인 문화 사대주의를 운운해 ..

책 리뷰 2020.09.27

우리가 상상하는 집에서 행복할지 알려주세요

우리는 정말 자신이 살고 싶어하는 집을 원하고 있을까. 아파트 인기가 높은 것은 정말 살고 싶기보다는 뭔가 환금성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기도 하고 자녀가 있을 경우에는 학군 등 교육적인 여건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마다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이 있다. 설마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야외 탁 트인 경치 좋은 곳에 있는 여유로운 집을 대개 생각하고 말을 할 것이다. 어쨌든 상상하고 싶은 대로 사는 집이 있다면 정말 행복하지 싶다. 정말 상상하던 대로 그린 집이 실제로 있을까 싶기도 한데, 그 속에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번은 꿈을 꾸어봄직하다. SBS ‘나의 판타집’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꿈꾸는 집을 실제로 찾아 매칭 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집을 다루는 방송을 ..

카페 차별이 낳을 부작용들

공든 탑이 디테일 결핍 때문에 원성을 사는 일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방역 당국이 위기 상황 속에서 애를 쓰고 있음을 모르지 않고 많은 국민들이 경의를 표합니다. 많은 조치들이 방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다만, 약간의 정책적 디테일의 결핍에서 의도하지 않은 억울한 피해의식을 낳고 있음은 안타깝습니다. 이는 방역 당국의 선의와 관계 없이 민심 이반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8월 30일부터 실시하는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킵니다. 술집은 왜 적용대상이 아닌지 의문입니다. 예컨대 카페의 예도 그렇습니다. 예외성의 부작용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 조치를 보면 프랜차이즈 카페는 테이크 아웃과 포장 배달만 되고, 개인 카페는 실내 이용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

베를린영화제의 '젠더 중립적'(gender neutral) 시상은 잘 될까?

-'젠더 중립적'(gender neutral) 시상의 파급 효과 '젠더 중립적'(gender neutral) 관점이 베를린 영화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우수 남우주연상과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 시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녀로 나눠 시상식 하던 전통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감독상의 경우 남과 여로 구분하여 시상을 하지 않는다. 다른 분야에서 비슷하다. 각본상이나 기술상도 남녀로 구분하지 않지만 유독 연기상은 구분을 하여 시상을 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기 때문이다. 통합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긍정적인 것은 젠더의 통합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오로지 하나의 상이기 때문에 권위가 올라갈 것이다. 남녀를 통털어 한 명만 연기상을 인정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받고 싶고 받은 이..

브릿팝에서 케이 팝의 미래를?

브릿팝에서 케이 팝의 미래를? -권범준의 브릿팝 리뷰 글/김헌식(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대형 서점이든 인터넷 서점에서 음악 관련 신간은 드물지만 드문 신간 가운데 대부분은 클래식 관련 책들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클래식 애호가들은 발끈할 지도 모른다. 클래식 책 조차 그렇게 많지는 않기 때문이겠다. 어쨌든 클래식 책에 비해 대중음악을 다룬 책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대중음악에 관한 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요즘에 대중음악에 관한 책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느낌이 단지 아닐 수도 있다. 예컨대 쏟아지는 방탄소년단에 관한 책들이나 한류 관련 신간들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는 것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외면 받던 대중음악이 주목받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어쨌든 한 시대에서 각광..

책 리뷰 2020.08.06

MBC ‘놀면 뭐하니’ 싹쓰리 현상은 복고인가?

-부캐릭터를 넘은 시대적 지향점 MBC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 현상을 복고 열풍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물론 가수 비와 이효리가 등장하기 때문에 90년대 복고 열풍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이 이 말을 들으면 정말 섭섭하게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현재 지금 활동하고 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싹쓰리는 요즘 유행하는 부캐릭터라고 볼 수 가 있는 것일까. 부캐릭터는 유재석이 유산슬로 한 해동안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는 문화 현상이다. 싹쓰리에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유두래곤(유재석)-린다G(이효리)-비룡(비, 정지훈)은 그 자체가 부캐릭터라고 할 수가 있다. 이런 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자..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 "대중음악계 이중고, 향후 정부 정책 지원에 반영해야"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박사/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김헌식 박사/문화평론가와 함께 코로나19와 관련한 문화예술계의 이슈를 점검해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영진위라고 하죠. 영화진흥위원회가 할인 티켓을 배분하면서 일단 영화관에 관객이 돌아오고 있다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영화관에 관객수가 최대 90%가까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인데요. 이달 4일부터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3주간 목∼일요일 이용가능한 영화관 입장권 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