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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의 '젠더 중립적'(gender neutral) 시상은 잘 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8. 26. 14:53

-'젠더 중립적'(gender neutral) 시상의 파급 효과

 

 

'젠더 중립적'(gender neutral) 관점이 베를린 영화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우수 남우주연상과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 시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녀로 나눠 시상식 하던 전통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감독상의 경우 남과 여로 구분하여 시상을 하지 않는다. 다른 분야에서 비슷하다. 각본상이나 기술상도 남녀로 구분하지 않지만 유독 연기상은 구분을 하여 시상을 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기 때문이다.

 

통합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긍정적인 것은 젠더의 통합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오로지 하나의 상이기 때문에 권위가 올라갈 것이다. 남녀를 통털어 한 명만 연기상을 인정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받고 싶고 받은 이들은 그 명성을 더욱 더 높게 갖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좋은 뜻이라고 해도 이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역차별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우수 주연상을 받는 사람이 오히려 남성들이 전부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압도적으로 여성 배우보다 남성 배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적은 여성 배우들이 수상을 할 수 없게 되니 여성 배우들이 더 줄어둘 수 있다. 여성 배우들이 최소한 남성배우들과 동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있을 때 이런 통합적 시상이 의미는 물론 실제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감독상에 여성이 없는 것은 이러한 남녀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좋은 명분의 정책이라고 해도 그것이 제약 요건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원래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과 대비책을 마련하고 시행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글/김헌식(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미디어콘텐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