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인(컬쳐 트렌드 인사이트) 293

페이크 뉴스에 판타지 콘텐츠가 넘치는 심리

지난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들이 심대하게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가짜 뉴스 제작자는 자신 덕분에 트럼프가 당선이 되었다고 말했다. 가짜 뉴스 제작자 폴 호너는 트럼프 반대자들의 시위가 돈을 아르바이트생들이 벌인 일이라는 가짜 뉴스로 트럼프를 조롱했는데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를 사실로 게시하고 널리 퍼트렸다.ⓒ게티이미지뱅크 옥스퍼드 사전편찬위원회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포스트-트루스(‘post-truth’)는 탈진실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사실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는 대중적 현상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브렉시트 탈퇴와 미 대선의 트럼프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 인터넷에서는 가짜 뉴스들이 사실에 바탕을 둔 뉴스들을 밀어내고 중심 자리를 차지해서 논란..

항공사 승무원은 그렇게 선망의 대상이 될 만한가

KBS 수목드라마 ‘공항가는 길’ 화면 캡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덕선(혜리)은 학교 졸업 후에 항공사 승무원 스튜어디스가 된다. 그것도 거푸 재도전해서 말이다. 쉽게는 들어갈 수 없는 곳임을 드러내주는 것이다. 그러나 항공사 승무원직은 그렇게 들어가기 힘든 곳이어야 하는걸까. 덕선은 1994년 당시 승무원 제복 스타일을 살려냈는데, 이는 1990년대 승무원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라 맞아보였다.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비행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항공편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이에 부응하여 승무원도 많이 필요해졌다. 박주미 이보영 한가인 등은 항공사 CF 모델로 연예계 스타가 되었다는 점은 당시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드라마에도 승무원 특히 여성 스튜..

박보검 눈빛은 왜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나

-박보검의 눈빛이 말하는 문화심리 박보검의 눈빛만 봐도 힐링이 된다. 이는 서사와 플롯의 시대가 아닌 캐릭터의 시대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서사와 플롯은 스토리 프로그램이 짜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장르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캐릭터가 등장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 캐릭터에 맞는 배우가 등장한다면, 더욱 몰입은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시청자와 관객은 스스로 보고 싶은 캐릭터에 집중할 뿐이다. 아무리 인기있는 배우라도 원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떠나게 된다. 특히 언제나 옆에서 케어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는 더욱 중요해졌다. 갈수록 일상이나 조직, 사회 생활에서는 온통 경쟁 은 물론 부담과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들만 있으니 말이다.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하더라도 지켜주고 보듬어 ..

혼술 혼밥 혼창 혼행 혼캠은 정말 환상적일까

서울 신촌의 한 일본식 '혼밥(혼자 밥을 먹는)식당'에서 칸막이가 처진 독립공간에 앉은 혼밥족이 점심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혼밥, 혼술, 혼창(혼자 노래부르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혼캠(혼자 캠핑), 혼놀(혼자놀기), 혼클(혼자 클럽 가기)등 ‘혼’족이 여러 문화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매체가 연일 장식하고 있다. 혼자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는 식당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고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혼자 술을 먹는 것을 금기시했던 음주문화와는 달리 혼술을 매우 긍정적으로 비추는 드라마 ‘혼술남녀’까지 선을 보이고 있다. ‘나혼자 산다’에 이어, ‘조용한 식사’, '8시에 만나' 등 1인 가구를 겨냥한 예능 프로그램은 여럿 생겨나고 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

감독판 확장판 영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말 뽕을 뽑는 것인가, 아님 약초도 아닌데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는 것일까. 아니 대중의 요구에 충실한 것일까. 걸핏하면 금수저 영화들은 불사신처럼 스크린에서 부활하는 모양새다. 영화 '내부자들', '아가씨', '인천상륙작전' 등 최근에 확장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개봉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다시 개봉하므로 재개봉이라 해야 하는데 그 시기가 일러서 재개봉 영화라고 부르기보다는 확장판 개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개봉은 명작 영화일 때 호칭되는데 최근 상영 영화가 그런 평가를 듣기엔 이른 감이 있다. 확장판과 비슷한 용어로 감독판이라는 단어가 같이 병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개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용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약간 다른 결을 갖는다고 하겠다.영화 '아가씨' 포스터.ⓒCJ엔터테..

허언증 놀이하는 세대

젊은 새대에서 '허언증 놀이'에 집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화면 캡처.허언이란 헛소리다. 거짓말이며 사기이다. 속되게 말하면 구라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세칭 허언증 놀이가 젊은 세대에게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자주 있었다. 병증으로 볼 때는 허언증이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을 그대로 믿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면에서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나 뮌하우젠증후군을 언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상호간에 놀이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인격장애로 상대방을 속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다. 왜 허언증이라고 했을까 추측을 해보면,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기존 사고로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허언 놀이를..

한국형 재난 영화의 진화 이렇게 하나

김성훈 감독의 차기작이자 천의 얼굴 하정우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 ‘터널’이 제작보고회를 열고 본격적인 개봉 전야제를 치렀다. ⓒ 쇼박스 재난영화는 오랫동안 여름철 흥행 영화로 각광을 받아왔다. 울리히 벡의 말대로라면 예전과 다르게 사람들이 크게 공포감을 갖는 것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재난일 것이다. 그것이 위험사회로 점점 치달아가고 있는 인류의 운명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운명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를 영화를 통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재난을 어떻게 다뤄내는가가 관건이 되겠다. 재난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연 재해이고 다른 하나는 인재다. 자연 재해는 말 그대로 화산이나 지진, 해일, 폭풍 같은 자연 현상 때문에 일어나는 재해다. 인재는 인간이..

일제 강점기 코드, 영화계에 엄습한 이유

입소문의 덕을 톡톡히 본 영화 '덕혜옹주'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광복절이나 삼일절에 맞추어 일제시기 관련 영화가 등장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특수한 시점에 관계없이 관련 영화가 제작되는 어쩌면 특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더구나 특이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일제 시기 소재를 다룬 영화들은 참패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실패한 이유는 대의 명분에 충실하거나 너무 스타일리시했기 때문이다. 대의 명분에는 독립운동이나 비분강개가 중심 정서로 자리를 잡는다. 이런 대표적인 영화는 '도마 안중근'(2005)으로 5만명의 관객 동원에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물론 독립영화가 아니었다. 스타일리시하다는 것은 당시의 문화사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단지 그 시대의 트렌드나 풍물을 보기 ..

웹툰포맷, 어떤 매력으로 W로 성공했나

이종석 한효주 주연의 MBC 수목극 'W'가 김우빈 수지 주연의 KBS2 수목극 '함부로 애틋하게'를 꺾고 시청률 1위에 올랐다.MBC 'W' 화면 캡처 1980년대 인기 만화 작가였던 허영만이나 이현세는 간혹 퀴즈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등장했다. 예컨대 KBS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같은 프로그램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에 관한 퀴즈를 맞추고, 상품을 타가며 즐거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들은 만화 작가와 예능 프로그램의 결합을 시도했던 사례였다. 출판 종이만화가 90년대 이후 어려워지면서 만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방송에 다시 출연을 할 것이라고 생각은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종이 만화는 저물었지만 초고속 통신만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웹툰이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작가들의 ..

성공 신화 '연예계의 최치원들' 앞으로도 가능할까

황치열은 9년 동안 무명으로 한국에서는 생소한 가수이었지만, 후난위성TV의 중국판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일약 대륙의 스타가 되었다.ⓒHOW엔터테인먼트 신라의 6두품으로 신분상의 한계에 있던 최치원은 당나라 빈공과에 장원으로 합격하여 2년 뒤 선주(宣州) 표수현위(漂水縣尉)가 되었고, 황소의 난이 일어나자 제도행영병마도통직을 받아 일명 ‘토황소격문’을 지어 일약 스타가 된다. 이후에 신라로 돌아와서는 시독(侍讀) 겸 한림학사(翰林學士), 수병부시랑(守兵部侍郞) 지서서감사(知瑞書監事)가 되었다. 물론 신라에만 있었다면 불가능한 직책이었다. 금의환향이었다. 오늘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런 최치원을 한중 교류의 상징적인 인물로 자주 언급했다. 2013년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최치원의 시(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