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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판 확장판 영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9. 22. 00:58

정말 뽕을 뽑는 것인가, 아님 약초도 아닌데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는 것일까. 아니 대중의 요구에 충실한 것일까. 걸핏하면 금수저 영화들은 불사신처럼 스크린에서 부활하는 모양새다. 영화 '내부자들', '아가씨', '인천상륙작전' 등 최근에 확장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개봉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다시 개봉하므로 재개봉이라 해야 하는데 그 시기가 일러서 재개봉 영화라고 부르기보다는 확장판 개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개봉은 명작 영화일 때 호칭되는데 최근 상영 영화가 그런 평가를 듣기엔 이른 감이 있다. 확장판과 비슷한 용어로 감독판이라는 단어가 같이 병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개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용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약간 다른 결을 갖는다고 하겠다.

영화 '아가씨' 포스터.ⓒCJ엔터테인먼트
영화 '아가씨' 포스터.ⓒCJ엔터테인먼트

흔히 감독판과 확장판의 분량을 비교한다. 감독판은 약간 늘어난 수준을 말하기 쉽다. 몇 컷이나 얼마간의 씬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확장판보다는 추가 분량이 적은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확장판은 영화 '내부자들'처럼 거의 1시간이나 늘어나기도 한다.

사실 감독판은 예술적인 관점이 강화된다. 감독이라는 이름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이를 알 수가 있다. 영화는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도 흥행을 생각해야 한다. 대중적인 상영을 위해 편집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쉽게 전달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책으로 말하면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감독이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해서 꼭 대중적인 주목을 받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감독판이라는 말이 반드시 재미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본래 감독에 대한 팬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대중 상업 영화에서는 감독 때문에 보기 보다는 해당 작품에 대해서 선호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확장판은 감독의 관점보다는 영화에 대한 또 다른 스토리 라인을 접하려는 의도에 부합한다. 좀 더 풍부한 해설과 이해가 필요할 뿐이다.

재미있게 봤거나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다시금 보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게 되는데. 멀티플렉스 환경은 확장판을 통해 또 다른 영화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 또 다른 영화 개념으로 무삭제본을 떠올릴 수 있다. 무삭제본도 추가 영상이 포함되지만, 주로 19금 장면을 연상하게 된다. 심의에 걸려서 원래의 작품이 온전하게 관객에게 전달되지 못하던 시대에는 이런 용어가 많이 쓰였는데 이 또한 예술성에 상업성이 결합한 것이었다.

확장판은 관객을 위한 것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화들의 개봉은 현실적으로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런 확장판 영화들은 대체적으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스크린 독과점 혹은 지배를 낳았던 영화인데 다시 확장판이라는 이름으로 스크린에 걸리기 때문에 편중과 쏠림 현상이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는 것이다. 엄연하게 다른 영화들이 스크린에 걸릴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감독판 영화들은 예술적인 면을 내세우기라도 했지만, 확장판 영화는 말 그대로 수익을 위한 측면이 강하다. 어떻게 보면, 흥행 영화를 통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라면 무엇을 해도 무방하다는 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확장판 개봉이 가능한 것은 멀티플렉스를 통해 기획 제작 배급 상영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확장판을 무조건 비판할 수 없는 점은 관객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실제로 다시금 관객들이 찾지 않는다면 극장에 걸릴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연을 확장 시키는 방안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영화기호만 재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물량 공세로 흥행 영화를 만들어 놓고 그 유명세를 활용하여 다시금 수익을 얻어내는 방식은 다양성 측면에서 분명 문화적 후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모험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를 위축되도록 만든다. 한 개의 스크린을 통해서라도 관객과 만나고 싶어 하는 영화들은 줄을 섰는데 확장판은 그런 줄 선 영화들에게 때 아닌 복병이 된다. 재개봉 영화로 뒤로 물러나 있던 불문율도 없어지고 만족하고 내려갈 줄 모르고 불사신처럼 다시 스크린에 걸리니 태생부터 무조건 대기업의 제작 영화가 되어야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인가.

물론 확장판 영화들은 팬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상징적이고 실질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말 그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정적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미 IP등 얼마든지 작품자체를 접할 수 있는 여건은 있다. 리메이크나 스핀 오프, 연작 시리즈가 아니고서는 다시금 스크린에 바로 연이어 걸리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라고 볼 수가 없으며 영화적 다양성이나 영화 시장의 외연 확장에도 장애가 되기 때문에 제고가 필요하다. 영화 스크린은 사적인 소유이기 전에 시민의 문화향유를 위한 중요한 문화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