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시네마 리뷰 40

혈연의 엄마인가, 같이 자란 의형제인가.

혈연의 엄마인가, 같이 자란 의형제인가.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김헌식(평론가, 박사) 낳은 부모냐 아니면 키운 부모냐 이런 질문은 많다. 다른 질문도 가능하다. 낳은 부모냐 아니면 같이 지내고 성장한 의형제냐? 당연히 혈연이 섞인 부모라고 할 수 있을까. 부보님이 아니라 보육원에서 자란 지적 장애인 청년을 뒤늦게 부모님이 찾는다면 그 청년은 부모님을 선뜻 따라갈까. 더구나 보육원에서 함께 동거동락을 한 비혈연의 형이 있다면 어떨까. 같이 생활을 하는데 이미 너무나 친숙한 청년으로 성장했다면 달라질 것이다. 어린 아이상태로 있는 경우보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아직 아이는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때와 다 성장한 청년일때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산다고 반드시 행..

영화 "우상"에는 왜 아들이 없었을까

"지능은 네살인데 몸 발육은 빨라 13살 때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치료 때문에 했다. 내가 평생 해줄 것 그랬다. 두 사람이 사라져줬으면 했다." 영화 "우상"이 비판을 면치 못했다는 것은 너무나 다 알려진 사실이라 애써 반복해서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장애의 관점에서 보면 지적되지 않은 점이 있기 때문에 이점을 애써 들추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성문제가 보기드물게 다뤄진 대중영화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평생 청렴결백한 정치인 아버지의 아들이 보통 서민의 아들 지체장애인을 살해하게 되는 설정은 흔하지 않음에 분명하다. 여기에서 키워드는 부성애일 것이다. 부자이건 가난하건. 권력이 있건 없건. 유명한 셀럽이건 아니건 간에 아마도 지체장애인을 보살펴야 하는 아버지의 상황을 극적으로 만..

금화의 언니는 왜 신이 되었을까.

-영화 사바하에 비친 현대인의 존재감 김헌식(문화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박경리 토지 문화관 외래교수)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그 분별이 힘든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맥락과 함의 아니 인생의 은유일지 모른다. ‘금화’(이재인)는 다리가 불편한 채로 태어난다. 다리가 불편한 이유는 같은 배안에 있던 쌍둥이 언니 때문이다. 쌍둥이 언니가 금화의 다리를 긁어 먹었던 것이다. 시골집에서 아이를 받아내던 시골 어르신들은 곧 그것들은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리를 온전하게 쓸 수 없었던 금화는 움직일 때마다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언니에 대한 분노와 혐오가 공존하고 집은 벗어나야할 공간으로 보인다. 비록 창고에 갇혀 지낸 쌍둥이 언니지만, 짐승 같은 취급을 받으면서 살고 있지만 그렇게 쉽게 죽..

베이비와 데보라를 이어준 사랑의 끈은?

-(Baby Driver, 2017) 리뷰 김헌식(칼럼니스트, 평론가, 박사) 불편한 것이 오히려 긍정의 결과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인류가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삶을 버티는 동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Baby Driver, 2017)에는 이명증(耳鳴症, 영어: tinnitus) 또는 이명 혹은 귀울림(문화어: 귀울이) 증상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명증은 실제로는 외부에서 들리지 않는데 마치 들리는 것으로 여겨지는 현상을 말한다. 내부에서 소리가 마치 들리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결국 있지도 않는 소리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에 착란을 일으키게 된다. 베이비(안셀 엘고트)는 어린 시절 자동차 사고 때문에 부모님을 잃고 청력에 이상 증세를 갖게 ..

정우성이 그 증상을 이해하려는 것은...

영화 ‘증인’은 다른 자폐 소재 영화와 달리 진일보 한 점이 있었다. 우선 자폐 청소년이 법정에서 증언을 하는 소재가 특별했다. 대부분의 장애 관련 영화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알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장애인의 현실을 넘어 사회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담아낸다. 지우(김향기)는 살인 사건 의목격자로 자신이 본 내용을 적극 진술한다. 또한 뒤이어 열린 재판에 참여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힘겨운 장애 조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두번째는 자폐 장애에 대해서 상세한 설정으로 이해를 돕는다는 점이다. 검사 이희중(이규형)은 자폐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높고 이를 바탕으로 지우가 법정에서 증언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 자폐 장애가 있는 동생을 통해서 자폐 장애인에 관해 폭넓은 이해를 ..

영화 뺑반에서 카레이싱의 이면

-레이싱 황제는 왜 그랬을까. 자동차는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무한한 자유를 주는 편리한 현대문명의 총아다. 편리함의 추구는 서로 다르게 추구하니 충돌하는 것이 운명일까. 편리한 것이 불편한 것은 그것이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편리한 것일수록 불편함을 만들고 유용할 수록 유용하지 않을 수 있으며 고통을 줄여줄 수 있을 것 같을수록 고통이 가중되는 점이 내재되어 있는 법인데 자동차도 그러하다. 서청재(이성민)은 본래 경찰청 형사 였지만 교통사고 때문에 다리에 장애를 입게 되었다. 그 뒤에 경찰 형사반 생활을 접고, 자신에게 장애를 입게 만든 서민재(류준열)과 부자지간으로 지낸다. 그는 자동차는 무기라고 한다. 다만 그렇게 인정을 하지 않을 뿐이라고 한다. 편리한 이동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자동차의 이면을 지적..

자세한 해설이 오히려 상상력을 해쳐요?

-영화 '빛나는' 리뷰 영화를 장애인들에게 설명한다. 누구를 위해서 장애인을 위해서. 참 친절하고 배려심이 있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장애인들을 위한 음성 해설 따위에 대해서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정말 힘든 일이면서도 돈이 되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눈이 안보이는 장애인들이 영화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여기에는 장애인들에게 많은 설명을 자세히 할수록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음성해설은 오히려 시각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애써 영화설명을 준비한 음성해설자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이겠다. 영화 ‘빛나는’에서 여주인공 오자키 미사코도 마찬가지였다.영화에 설명과 주석을 다는 것인데 아무리 객관적인..

사만다의 붉은 반점은 왜?

-영화 속 붉은 반점의 가치. 디지털 가상 공간은 현실의 자신을 넘어서 좀 더 나은 존재이고자 한다. 그런 존재를 우리는 아바타로 부른다. 당연히 현실에서 쓰는 이름이나 얼굴, 몸이 아닌 캐릭터이다. 또다른 분신이되 현실에는 없는 이상적 자신을 이러한 캐릭터가 아바타라는 이름으로 움직이는 곳.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오아시스도 마찬가지다. 오아시스는 가상현실공간으로 누구든 어떤 캐릭터도 돨 수 있고 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상상대로 실현할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흥미진진하다. 2025년 제임스 할리데이는 오아시스를 만들어 엄청난 부를 쌓았는데, 퍼즐을 푸는 사람에게 경영권을 남긴다는 유언을 남긴다. 2045년 수많은 이들이 퍼즐을 풀기 위해 도전을 했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물론 그 퍼질은 가상현..

대중문화, 장애인 단물만 빨아먹는다?

위클리경향 839호 [시사와 문화]대중문화, 장애인 단물만 빨아먹는다? 장애인을 비장애인보다 월등한 이타적 가치체계를 지닌 존재로 그린 영화 .근래에 화제를 낳은 몇몇 대중문화 콘텐츠는 장애인의 몸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장애인 문제를 대중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장애인의 단물만을 빨아 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여전히 춘래불사춘인 셈이다. 몇몇 콘텐츠를 보자. 공지영 소설 는 어느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통해 브레이크 없는 권력의 카르텔을 고발한다. 정작 에서 장애인은 지식인의 관념적인 고뇌를 포장하는 후일담 문학의 또 다른 상품 대상이 됐다. 장애인과 장애인 단체들이 주체적이고 주도적이었다면 소설은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장애인..

장애인 영화에서 은유와 상징 찾기

장애인 영화에서 은유와 상징 찾기 장애인에게 문화생활을 향유할 권리만큼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문화 콘텐츠 안에서 올바르게 표현될 권리이다. 특히 우리는 숱한 상업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애인이 어떤 상징성을 가지는지 살펴봐야 한다.김헌식 (문화평론가) 2010년 11월 01일 월요일 제163호 장애인 섹스 자원봉사를 소재로 삼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조경덕)의 국회 시사회가 열렸을 때, 참석을 꺼려하는 여성 장애인단체장들이 있었다. 는 여성과 성적 경험을 갖는 것이 소원인 남성 주인공과, 자원봉사에 나선 여성이 그것에 응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그 여성에게 장애인에 대한 사랑 같은 감정은 없다. 감정이 있다면, 연민이나 동정일 것이다. 사실 장애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비장애인의 감정이 연민과 동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