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시네마 리뷰 40

오히려 보이는 것은 진실을 가린다.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 2012) 리뷰 17세기. 영국 귀족들은 기괴한 모습의 동물이나 사람을 구경하는 호사취미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 존재를 접할 수 있는 것은 부와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본래는 진귀한 존재를 구경하는 수준이었겠지만, 주객이 전도되기 시작했다. 원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나중에는 고의로 만들어냈다. 예컨대, 인신매매집단이 아이들을 납치해 기괴한 존재로 만들어 귀족들 앞에 구경거리로 팔았다. 그들이 말하는 기괴한 존재는 바로 장애인일 수 있었다. 이제 신체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마치 자신의 신분을 돋보이게 하거나 지위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에 나오는 타조린필드는 상설 장터..

재활의 목표는 원상회복 아닌가요.

-영화 ‘스텝 바이 스텝’ 리뷰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점차 이겨낸다는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야 하잖아” “음..그게 항상 가능한 건 아니잖아. 너야 진전이 있지만, 스티브는 변화가 없어”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진전이 있도록 노력을 본인이 해야지.” “성향의 차이야, 너는 좋겠다. 넌 이해할 수 없을 거야, 앞으로도.” 벤(파블로 폴리)은 같은 재활센터에서 만난 친구 스티브가 낙심하고 좌절하면서 술로 자학하는 행위를 한 채 발견되자 그의 행동을 이해 못한다. 하지만 또 다른 여자 친구 사미아(나일리아 아르준)는 벤의 말을 반박한다. 그 친구가 좌절하고 낙심할 수 있다는 사미아의 말은 벤에에 낯설다. 벤은 끝까지 사미아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벤의 말은 정말 훌륭하다. 그는 희망을 ..

82년생 김지영의 ‘빙의’는 정신장애

-영화 82년생 김지영과 정신 장애 ‘빙의’ 상담의는 김지영(정유미)의 남편 정대현(공유)에게 이렇게 말한다. 상담 받으러 오기까지가 제일 힘들다고.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소설과 달리 강조하는 점이 있는데 바로 빙의라는 설정이다. 빙의(憑依)는 본래 초월적인 의식 세계를 경험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른 혼이 들어오는 현상이라고도 하고 흔히 귀신이 들렸다는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친정어머니 목소리와 감정이 튀어나오기도 할머니 말투로 변해서 말하기도 한다. 본인은 무엇을 누구의 말투로 말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한다. 대개 빙의라면 초인적인 능력이 부각되고는 한다. 장르물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오컬트 문화가 좀 더 확산되는 정도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그런데 ..

신경 장애인 조커가 악당이 되기까지

신경 장애인 조커가 악당이 되기까지 -영화 “조커” 리뷰 거리에서 불량 청소년들에게 폭행을 당한 조커에게 직장 동료는 총을 쥐어준다. 위기상황에서 방아쇠를 당기라는 것. 그런 동료에게 자신은 총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끝내 친구는 총을 쥐어준다. 내심 항상 불안정한 마음이 있던 조커는 그 총을 항상 몸에 휴대한다. 그런데 그 총이 아동병원에서 아픈 아동들을 대상으로 희극 공연을 할 때 바닥에 떨어지고 이 때문에 해고를 당한다. 해고를 당하고 집으로 오는 지하철에서 불량배들이 젊은 여성에게 감자튀김으로 성희롱을 한다. 마침 이 광경을 보던 조커는 그만 웃음을 터트린다. 웃음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온다. 그 웃음 때문에 세 명의 불량배는 조커를 놀리는가 싶더니 폭행을 가하기 시작한다...

봉준호 감독이 시사 만화가 였기 때문에 거장이 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 김헌식(문화평론가, 박사) 봉준호 감독이 학창시절 대학교 신문에서 시사만화를 그렸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 같은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또한 약자에 대한 시선이 역동적인 이유다. 우선 그의 그림 실력은 그가 영화를 만들기 전 제작 콘티를 직접 그린 점에서 드러난다. 이런 그림 실력이 영화 제작에 중요한 이유는 자신이 상상한 세계를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적 상상력과 구도들은 영상화하는데도 용이할 수 있다. 그냥 단순이 제작 과정만이 아니라 그의 작품 세계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시사만화는 시사 현안을 다루기 때문에 사회적 주제의식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가운데 만화라는 대중적인 장를 통해 ..

가짜로 흉내 내지마오 진짜 현실로 되오

영감의 수단으로 삼을 것이 따로 있는 -영화 '블라인드 멜로디' 리뷰 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가난하고 배움도 짧다고 느낀 백수 청년은 상경해서 취직을 하는 방태식(김인권) 고군분투하지만 취직이 쉽지 않다. 이주 노동자 특히 동남아 사람과 비슷하다는 말을 들으며 외모차별도 받는다. 방태식은 차라리 이주노동자 행세를 하며 위장 취업을 한다. 생각지 못하게 위장 취업을 한 방태식은 일상에서 겪에 보지 못한 이주 노동자들의 실제 삶을 생생하게 겪는다. 영화 (2010)는 비록 이주노동자 문제라는 어렵고 심각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코믹하면서도 눈물도 찔끔 나오게 하는 신파 코드도 담고 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삶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설정은 인도의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영화 (2018, T..

악당, 수화를 하는 보스, 킬러

-악당, 수화를 하는 보스, 킬러가 등장하는 대중영화 글: 김헌식(평론가, 박사) 장애인이 주로 범죄의 대상이 되었지 가해자로 나오는 영화는 많지 않다. 장애인이 선한 캐릭터로 많이 나오는 이유는 약자이자 소수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장애인이 모두 범죄자가 아니듯이 장애인이 모두 범죄인이 아닐 수 없다. 장애가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도 없으며, 범죄를 정당화 할 수도 없다. 범죄를 저지르고 싶어도 몸과 뇌의 기능이 따라하지 않을 수 있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사회적 요인과 구조 때문에 범죄가 당연한 관점은 성립할 수 없다. 범죄인 사이에 장애인이 있다면 어떤 이들이 있을 수 있을까. 범죄 조직에서 시각장애인 지체 장애인이 있을 수 있을까. 대개 청각 장애인이 자주 눈에 뜨인다...

첫사랑이 완벽해지려

비장애인과 첫사랑을 이룰 수 있었을까 -영화 ‘우리의 완벽한 세계’ 장애인 비장애인의 사랑 김헌식(평론가 박사,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비장애인 여성과 하반신 마비 장애인 여성의 결혼이 비현실적이라고 할 지 모른다. 아무리 잘생기고 멋진 청년이라고 해도 여성이 선택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커플이 있다. 사회적으로 알려진 가수 강원래 김송 커플이 있고 무용가 김용우 이소민 커플이 그들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장애인 스스로도 자신이 배우자에게 불행을 주지 않을까 걱정과 우려를 하고 스스로 자책하는 가운데 거부할 수도 있다. 영화 ‘우리의 완벽한 세계’는 비장애인 여성과 하반신 마비 청년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내고 내고 있는데 비현실..

항거와 암살의 변증법 그리고 과제

40. 여성 그리고 장애와 독립운동 ㅡ항거와 암살의 변증법 그리고 과제 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카이스트미래세대 행복위원회위원) 한동안 일제시대를 다룬 영화, 특히 독립운동 영화는 흥행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 영화계의 불문율이었다. 제작진도 상당히 부담감을 지고 임해야 하는 소재의 영화였다. 비장함으로 가득할 뿐만 아니라 사료에 충실해야 하며 독립 운동과 투쟁의 정신을 진지하게 투영해야 한다. 대표적인 영화가 ‘아나키스트’(2000), ‘도마 안중근’(2004)이었고, 이 영화들은 이념을 가로지르며 묵직한 주제의식은 보여주었지만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러한 불문율을 깬 것이 영화 ‘암살’(2015)이었다. 영화 ‘암살’은 할리우드 방식의 연출 기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는데 그것은 하이..

살인마의 쾌락 중독과 역치(threshold value, 閾値)

-영화 "악인전"의 악당들 김헌식(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평론가) 연쇄 살인마가 등장, 오로지 사람을 죽이는 행위 자체에서 재미를 느낀다. 반면, 조폭 두목(마동석)은 살인을 하지만 다른 동기가 작동한다. 똑같은 나쁜 놈인데 말이다. 그 동기는 자신의 이익에 방해가 될 때이다. 사람을 죽이는 자체에서 쾌감을 느끼지는 못한다. 오로지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자에 대한 분노와 응징 때문에 살인을 한다. 사람을 죽이는 행위 자체에서 쾌락을 느끼는 자는 다른 사이코패스와 다르다는데, 이는 역치(threshold value, 閾値)를 넘어간 자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제어가 안될 수준으로 급격히 잔혹해지니 자신이 아니라 남이 제어해 줄 상황이 되기 쉽다. 이는 특정 수준을 넘어가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