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시네마 리뷰

자세한 해설이 오히려 상상력을 해쳐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8. 5. 27. 12:40

-영화 '빛나는' 리뷰

 


영화 빛나는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영화를 장애인들에게 설명한다. 누구를 위해서 장애인을 위해서. 참 친절하고 배려심이 있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장애인들을 위한 음성 해설 따위에 대해서 누가 관심을 갖겠는가. 정말 힘든 일이면서도 돈이 되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눈이 안보이는 장애인들이 영화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여기에는 장애인들에게 많은 설명을 자세히 할수록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음성해설은 오히려 시각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애써 영화설명을 준비한 음성해설자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이겠다. 영화 빛나는에서 여주인공 오자키 미사코도 마찬가지였다.

영화에 설명과 주석을 다는 것인데 아무리 객관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해도 이는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장애인들이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 밖에.

유명한 사진작가 출신의 나카모리는 시력을 거의 다 잃어가고 있는 중도장애인이다. 더 이상 사진을 찍기 힘들다. 상상력에 의존하여야 한다.

음성해설자는 장애인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장애인도 사고할 수 있다. 무엇보다 더욱 더 생각해야 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삶이 있고 인생이 영화를 통해 투영된다.

시각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음성해설자는 오히려 상상력이 더 적을 수 있다. 청각은 상상력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자세한 해설이 이러한 풍부한 상상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생각해야 한다.

여백을 넣으라 모든 것을 해설하지 마라.” 이런 요구가 이어서 나왔다 다른 장애인들은 그동안 미안했기 때문에 미사코에게 말을 하지 못했는데 나카모리가 말을 하자 말을 하게 된 계기를 갖게 되었던 것.

중도 장애인과 선천적 장애인은 다를 수 있다. 지적을 받은 미시코 오자키는 나름 다시듬 노력을 해서 주관을 배제하고 나름의 여백을 통해 장애인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느끼도록 하려고 노력을 했다. 심지어 작품이 만들어지기 전에 감독, 기타바야시에게 어떤 점을 말한다. 예컨대 새로운 희망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이전에는 자신이 직접 그런 소망을 해설에 넣었는데 이제 작품 자체에 요구하였던 것이다.



영화 빛나는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작품 해설 시간이 끝나고 품평회가 이루어지자 다른 장애인들은 지난 번 작품보다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고 여백의 느낌이 있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카모리는 다르게 말한다.

이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주조의 작품 창작실을 너무 덜어냈다.”

이 해설이 나카모리는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한다라는 맥락의 말을 한다.

나카모리에게 마사코는 당신이 상상력의 부재라고 한다 이 말에 화가 나서 나가 버린다.

사진사들의 모임에 갔다가 술에 취해 길에 넘어진 나카모리. 이때 그를 발견한 마사코.

나카모리는 마사코의 얼굴을 만져 볼 수 있겠냐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손의 느낌으로 얼굴을 인지하고 그것을 카메라에 담아내 본다.

영화에서는 사라지는 것들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인정하지 않고자 했다. 그러나 눈의 시력은 완전히 사라졌다. 남의 도움이 없으면 걸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아 간다. 그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받아들여질까. 그가 그 영화를 찍을 때, 그들을 계속 바라보고 싶다고 하면서 찍었는데 말이다.

마사코는 나카모리에게 석양의 사진을 찍은 곳을 데려다 달라고 한다. 현실에서 느끼는 햇빛 닿을 수 없는 그것을 쫓았던 이야기를 하던 마사코 나카모리도 그러나 나카모리는 빛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

그곳에서 나카모리는 사진기를 집어 던진다.

마사코는 말한다.

가장 소중한 걸 잃는다는 건 고통스러워요.”

사라지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낭만적이지 않은가. 무엇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는가, 상상력을 작동시켜보라.

소중한 것이 사라진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일까, 그것은 슬픔이고 고통이다.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아름답게 간직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현실을 넘어서려는 낭만 그러나 그것이 현실을 압도하는 현실.

실종된 어머니 소식 어머니를 찾아 마을 산을 헤매일 때 아빠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찾아 낸 말 잊어버리지 않도록 사진을 찍자.

그리고 찾아낸 어머니는 산위에서 석양을 보고 있다. 그곳은 아빠와 마사코가 석양을 바라보던 곳. 더 이상 옆에 없는 아버지와 함께 보던 곳.

마지막 장면을 위해 고심을 하는 마사코였는데 이러한 경험과 재기억의 인지를 통해 해설 내용을 구성하여 낸다.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주인공 주조가 석양을 바라보는 장면. 언덕을 올라간 주조는 그냥 바라본다. 그리고 여백을 두고 있다가 그곳에....빛이 있다고 마지막 내레이션을 한다.

마지막 엔딩 빛 광()

상상력이란 무엇일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결 분모는 공통된 삶의 경험에 따른 공감각.

그것을 빛이라는 상징어 은유어가 보여준다.

/김헌식(평론가,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