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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영화에서 은유와 상징 찾기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8. 4. 29. 17:44

장애인 영화에서 은유와 상징 찾기


장애인에게 문화생활을 향유할 권리만큼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문화 콘텐츠 안에서 올바르게 표현될 권리이다. 특히 우리는 숱한 상업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애인이 어떤 상징성을 가지는지 살펴봐야 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20101101일 월요일 제163

 

 

장애인 섹스 자원봉사를 소재로 삼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 <섹스 볼란티어>(감독 조경덕)의 국회 시사회가 열렸을 때, 참석을 꺼려하는 여성 장애인단체장들이 있었다. <섹스 볼란티어>는 여성과 성적 경험을 갖는 것이 소원인 남성 주인공과, 자원봉사에 나선 여성이 그것에 응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그 여성에게 장애인에 대한 사랑 같은 감정은 없다. 감정이 있다면, 연민이나 동정일 것이다. 사실 장애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비장애인의 감정이 연민과 동정이다. 섹스 자원봉사는 사람 간의 관계가 수단이나 도구로 사용된다. 어쩌면 일반 성매매보다 더 그릇된 것일 수 있다. 적어도 성노동자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미 투>(감독 안토니오 나아로·알바로 파스토르)에서도 장애인 남성은 여성에 대한 성적 상상으로 충만하다. 노트북의 포르노 동영상으로 외로운 밤마다 상상을 키운다. 그런데 주인공은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성과의 관계 속에서 그동안 자신이 품었던 여성의 이미지가 현실과 다른 것을 알게 된다. 이 영화의 결론은 여성에 대한 부풀려진 상상이 갖는 허구성을 깨는 데 있다. 그것은 아마도 미디어가 만들어놓은 가상의 소산일 것이다. 과연 우리가 충동하는 욕구는 스스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일까.


 


장애인 섹스 자원봉사를 다룬 영화 <섹스 볼란티어>의 한 장면. 사실 영화 <섹스 볼란티어>에서는 이 점을 물어보지 않는다. 다만, 장애인 성을 섹슈얼하게 그려낸 <시크릿 러브>(감독 크리스토프 소브)<작은 신의 아이들>(감독 랜다 헤인스)과 다른 장점은 있다. 여성을 성적으로 포장하지 않았고, 남성 장애인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주었다. 영화 <박쥐>와 같은 영화에서 장애인 강우(신하균)가 무성욕의 존재로 그려진 것보다 진일보했다. 그렇다고 <섹스 볼란티어> 같은 실험적이고 운동론적인 작품이 장애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발전시키는 선구자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사실 장애의 리얼리즘과 가치론을 반영하고 주장하는 작품보다 중요한 것은 숱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애인이 갖는 상징과 은유이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감독 브라이언 싱어)<검은 집>(감독 신태라)에서 장애인이 범인으로 등장했고, <아바타>(감독 제임스 캐머런)에서도 주인공은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었다. <국가대표>(감독 김용화)에서는 지적장애인인 봉구(이재응)가 스토리 전개에서 극적인 역할을 했고, <웰컴 투 동막골>(감독 박광현)에서도 지적장애인 여일(강혜정)이 머리에 꽃을 꽂았다.

 

예술적 형상화는 의학이 아니다

 

사실 머리에 꽃 꽂았다는 말을 유행시킨 원조 배우는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감독 박광수)의 옥님이(심혜진)였다. 옥님이나 여일이 없었다면 영화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렇게 상업영화 속 장애인이 갖는 상징성이 많은데, 우리는 장애인의 증상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독립영화 작품을 장애인 영화로 묶어 논의하면서 숱한 상업영화 속 장애인이 갖는 상징성에 대해서는 간과해왔다.

 

장애인 영화는 의학 백과사전에 부합해야 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예술적 형상화는 의학이 아니다. 때로 가치론을 강조하다가 예술적 관점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때로 가치론이나 (의학적) 리얼리즘의 관점과 은유와 상징의 관점이 갈등을 빚지만, 이 둘은 이분법적이 아니다. 수용자의 관점에서 스토리텔링과 어떻게 잘 부합하는가도 중요하다. 운동론적 작품과 상업 작품의 사이를 메워줄 은유적 작업들이 영화 가로지르기처럼 장애인 영화에도 필요하다. 결국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배제는 대중 인식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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