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시네마 리뷰

영화 "우상"에는 왜 아들이 없었을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4. 9. 12:46

"지능은 네살인데 몸 발육은 빨라 13살 때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치료 때문에 했다. 내가 평생 해줄 것 그랬다. 두 사람이 사라져줬으면 했다." 

 

영화 "우상"이 비판을 면치 못했다는 것은 너무나 다 알려진 사실이라 애써 반복해서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장애의 관점에서 보면 지적되지 않은 점이 있기 때문에 이점을 애써 들추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성문제가 보기드물게 다뤄진 대중영화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평생 청렴결백한 정치인 아버지의 아들이 보통 서민의 아들 지체장애인을 살해하게 되는 설정은 흔하지 않음에 분명하다. 여기에서 키워드는 부성애일 것이다. 부자이건 가난하건. 권력이 있건 없건. 유명한 셀럽이건 아니건 간에 아마도 지체장애인을 보살펴야 하는 아버지의 상황을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 설정이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잠깐 시체로 등장한다. 단지 설정만이 등장하는 셈이다. 서민 아버지는 정말 부성에 이상으로 찾아나서는데 그 찾아나서는 사람은 비단 아들만이 아니라 며느리도 찾는다. 며느리가 살아 있고 현장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느리는 진짜 며느리가 아니라는 점이 밝혀진다. 진짜 며느리가 아니라면 누구일까. 

 

여기에서 장애인들의 삶이 드러나게 된다. 바로 성욕구문제이다. 며느리는 사실 지체장애인의 성욕을 해소해주던 여성이었다. 그 여성을 만나던 아들은 실종되었고 살해되었던 것이다. 성욕구 해소에 관해서는 섹스볼란티어(2009)라는 페이크 다큐방식이 결합된 작품이 있었다. 제목 자체도 그렇지만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그러나 성매매와 성봉사자의 경계선에서 혼란스러운점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화이트핸즈라는 조직을 통해서 배출시켜주는 존제가 있기도 하다. 반드시 성관계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손 마저도 불편해서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대항하기 위한 존재들인 것이다. 성욕이 어디 남성에게만 해당될까.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도 성욕을 가지고있고 여성 장애인도 마찬가지로 이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많다. 이점을 파고든 것이 2007년 이수진 감독이 만든 "아빠"라는 작품이다.

 

아빠가 장애인 딸의 성욕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을 한다. 이 작품의 감독이 바로 영화 "우상"의 연출자 이수진 감독이다.  이 영화에서는 지체장애인의 성욕은 부차적인 것이 되었지만 전작 연출의 경험이 녹아들어 설정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천우희라는 배우가 성적 해소 행위를 보여줄리도 만무하고 그에 대한 갈등이나 분란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단지 돈이 되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는 치열한 생활력의 조선족 여성 캐릭터로 등장할 뿐이다. 이 영화에서 아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우상을 더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이는데 오히려 아들을 지운 것은 우상의 허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만 이유가 되었다.

 

바란다면 한석규가 연기한 최고의 셀럽 정치인에게 지체장애인 아들이 있고 그 아들의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을 고용한 사실을 영화의 주요 전개 모티브로 사용했으면 어떨까 싶었다.  가난하고 못사는 집에 장애인만은 있는 것은 아니며 문명의 이면으로 장애는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역설과 매타포의 개입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