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미지 소비시대의 품절남녀 심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7:36

<김헌식 칼럼>이미지 소비시대의 품절남녀 심리

 2010.03.06 12:33

 




[김헌식 문화평론가]"너 자신에게 한 번 물어봐 너는 누군가의 가치를 판단할 때 그 자신이 아니라 그와 함께 있는 남자나 여자를 보고 판단한 적이 없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자신의 소설에서 한 말이다. '품절남녀'라는 말이 유행이다. 대중문화계를 이들이 주름잡고 있고, 누가 품절남녀인지 꼽는 글이 종종 눈에 띈다. 여기에서 품절(品切)은 물건이 다 팔리고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동남', '동이 남', '물건 없음'으로 순화되기도 한다. 사람을 상품으로 규정하니 비판이 쏟아질 만도 하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사람을 상품으로 비유하는 사회문화심리를 일단 정리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더구나 품절남녀들은 실제적 존재가 아니라 애초에 이미지로 소비되는 존재들이다. 

품절남녀라는 말은 이미 결혼해서 아까운 남녀를 말한다. 2009년 한 인터넷 사이트 조사에서 한가인, 김명민이 뽑히면서 화제가 되었다. 여기에서 사람은 상품이 된다. 미혼의 상태는 판매전이고, 결혼은 구매후의 상태가 된다. 예전말로 하면 기혼남, 기혼녀 혹은 유부남, 유부녀이겠다. 하지만 품절남녀는 결혼 유무에 관계없이 결혼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품절은 디지털 환경에서 좌절을 겪은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 구매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다른 이들이 사가고 난 뒤에 안게 되는 심리적 허전함이 그것이다. 

품절을 당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미처 구매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경제적인 능력'이 되어도 시간적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또한 그 물건과 '접촉할 기회'가 없다면 구매할 수 없을 것이다. 물건이 존재하는지 '정보'를 알 수 없을 때도 살수가 없다. 팔리고 나서 그 상품에 대한 정보를 알면 미처 후회해도 늦다. 정보에는 물건에 대한 정보만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정보도 속한다. 자신의 필요 그러니까 욕구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어도 물건을 미처 구입하지 못하고 만다. 

하지만 필요 없는 욕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즉 일찍 품절된 상품은 왠지 좋은 상품으로 보인다. 재고상품은 왠지 상품의 매력이 떨어져 보인다. 결혼을 늦게 까지 못한 사람에 대한 인식도 비슷한 맥락 안에 있다. 늦은 나이에 이루어지는 소개팅에서 남녀는 서로 흠집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저러니까 결혼을 못했다는 식의 평가가 내려진다. 

품절남녀라 해도 배우자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의 제시카 요르진스키 박사팀의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매력적인 이성을 파트너로 대동하고 있는 이성을 사귀려고 했다. 이러한 정도는 여성이 특히 강했다. 이를 다른 말로 풀어보면, 아름다운 파트너와 함께 있는 이성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더욱 사귀고 싶은 생각이 들고 안타까움이 더하게 된다. 이른바 품절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는 것이다. 결혼은 그 배우자에 대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더구나 그 배우자가 훌륭한 인물이라면 가치가 올라간다. 

예컨대, 유재석과 같이 개그맨이 아나운서와 결혼하거나, 혹은 매우 나이가 어린 여성과 결혼하고, 혹은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의사와 결혼하는 개그맨의 가치를 그만큼 올라 갈 것이다. 이른바 품절남이 된다. 사회적으로 믿을만한 사람이거나 사회적 권위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 정도의 위치에 있는 이성이 선택할 정도면 남다른 매력이나 특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른바 '권위의 효과'이겠다. 만약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물건이 대단한 저명인사나 스타일리스트 가 구매한다면 그 안타까움은 더할 것이다. 

물론 실제적인 이유도 있다. 애인이 있는 사람은 자신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을 챙긴다. 절도 있고 때로는 쿨(cool)하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있으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는다. 그 안정감은 다른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든다. 그것 자체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 온다. 실제로 매력적인 것이다. 그것은 많은 경험과 깨달음에서 얻어진 것들이므로 인간관계에서 적어도 그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검증과정을 거친 존재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이미 임자 있는 사람에게만 매달리게 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무조건 결혼한 이들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중간에 다시 혼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반품남녀'라는 말이 생겼는지 모른다. '돌싱'의 다른 말이다. 물론 이혼이 반드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확증하는 증거는 아닐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 신 > 이라는 작품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이지 인간들의 심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왜 이미 짝이 있는 남자나 여자에게 관심을 갖는 거지? 자기들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남들의 욕망이 어디로 쏠리는지 보고 나서야 자기 무엇을 욕망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거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 그러한 습관이 중요하다는 말이겠다. 이는 물건의 구매에서도 마찬가지겠다. 일찍 품절시키는 전략은 상품의 희소성을 통해 구매자들의 애를 태우고 상품의 가격과 판매고를 올리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대중문화계에서도 스타들이 사용하고 있다. 품절남녀라는 타이틀로 이미지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다. 이미지 대량 소비 시대에 주체적인 판단이 중요하다는 점을 품절남녀는 말해 준다. 자칫 현실과 혼동을 주며 스스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사람을 놓칠 수도 있고, 맞지 않는 사람이 괜히 좋아보여서 집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