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정말 와인은 막걸리에 무너졌나?
2010.04.03 08:50
[김헌식 문화평론가]최근 한 대형 유통점은 8개 점포에서 와인장터를 열고 ´세계 400종 와인 최대 80% 싸게´ 팔고 있다. 5만병 가운데 2만 병은 만원에 판다. 10만 원 이상 구매고객 가운데 2000명에게는 이탈리아 생수 ´산펠레그리노'를 증정하는데, 그 생수의 가격이 무려 만원을 넘었다. 어디 이 대형 유통점만 그럴까. 심지어 원산지인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파는 와인의 가격이 더 싼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왜 이렇게 와인을 싸게 팔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행사라면 무슨 큰 타이틀이 있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창립 11주년 기념이니 생경하기도 하다. 재고물량이 많이 남은 것을 털어버리려는 인상이 짙다. 무엇인가 예측을 잘못하고 대량의 와인을 수입한 때문일 것이다. 왜 이렇게 많이 수입했을까. 많이 수입했기 보다는 당분간 와인이 한국시장을 석권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고 그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원인을 분석할 수 있겠지만, 당장에 막걸리의 예상치 못한 성장이 와인을 무너뜨고 있다는 가설을 우선 주목할 수 있다. 문화의 아우라 차원에서 분석한 작업들은 모두 소용이 없었던 것이겠다. 막걸리의 아우라와 와인의 아우라는 비교할 수가 없어서 막걸리가 와인의 한 종류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범주에 묶어 놓기도 어려운 점이 있었다. 와인은 정말 막걸리에 무너진 것일까?
애초에 와인 열풍을 주도 한 것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증가하면서 회식문화에 변화가 왔기 때문이다. 기존의 삼겹살 회식문화에서 벗어나서 와인이 곁들여진 회식문화가 각광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육지책으로 와인 삼겹살이 나온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도 있겠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낮아진 것을 보면, 이러한 견해가 틀린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와인을 회식자리에서만 마시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와인이 가정용이라는 라벨을 붙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와인 바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회식보다는 개인적 취향의 문화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활발해졌다는 의미는 경제적 여력이 증가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분명 소주나 맥주보다 와인은 비싸다. 아무리 좋은 술이라고 해도 빚을 내서 항상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이 개념들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하나의 판단기준으로는 여전히 유효하다. 사용가치는 우리가 실제로 일상의 삶에 사용할 때 얻게 되는 가치를 말한다. 교환가치는 사용가치와는 관계없이 값을 치를만한 가치를 말한다. 즉 실제 쓰임에 관계없이 일정한 가격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와인도 사용가치가 아니라 교환가치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남성들은 술을 문화적 기호로 보는 것이 아니라 빨리 취하는 알콜로 본다. 적어도 한국 남성들은 그렇다. 그러나 와인은 이러한 술 문화에 대해 여성들이 부드러운 문화적 봉기를 일으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우리가 와인을 단지 술이라는 물질적 상품으로만 볼 수는 없다. 알코올 주입에 급급한 남성들은 낯설게 보일수도 있지만, 와인은 하나의 문화기호라고 보아야 한다. 알콜 성분이나 와인에 들어있는 성분은 다른 것에도 있다. 와인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문화권이 갖는 차별성은 소비에서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
무엇보다 와인을 집에서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와인과 함께 공간적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삼겹살 와인이 동네 식당에서 잘 팔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공간'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문화적 취향을 한껏 높여주는 곳이다. 이로써 사람들은 와인을 통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기호'를 마시는 게 된다. 나아가 와인은 일종의 백로 효과와 더불어 차별화된 문화적 기호 소비의 상징이 된다.
백로 효과는 기존의 문화적 정체성에서 자신을 분리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다른 이들보 더 높게 설정하는 것이다. 와인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그러한 와인은 유럽스타일일수록 더욱 각광받는다. 칠레나 미국보다 훨씬 문화적 전통이 앞서 있고 아우라를 한껏 품고 있는 곳이라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와인이 아프리카의 열대 우림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면 이렇게 까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프랑스의 경우, 일찍부터 와인을 문화적 기호로 만들어 상품화에 성공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와인이 막걸리에 무너진다는 사실은 경천동지할 일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막걸리는 와인과 비교할 수 없는 문화기호의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서민의 술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여기에서 서민의 술이라는 것은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술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서민의 술이 일본에서 고급 바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사실 와인을 무너뜨린 것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물론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막걸리를 고급의 술로 탈바꿈 시켰다. 어느 순간 막걸리는 남과 차별화 되는 문화적 기호의 소비품목이 되었다. 문화의 기호변동으로만 보면 언제든 막걸리도 쫓겨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소비하고 있는 술은 과거 정말 한국인들이 즐겨 먹던 그 막걸리는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수없이 탈바꿈을 한 막걸리다. 그러한 실체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문화적 기호로 각광을 받을 수 있었다. 머리가 덜 아프고, 숙취가 감소했으며 다양한 영양성분이 들어간 막걸리는 여성들에게 다이어트와 변비해소에 효과가 좋은 유산균 술이 되었다.
한동안 외면 받았던 막걸리는 언제나 국민 애용주였다는 점에서는 지속성이 있겠다. 무엇보다 물리적 토대가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막걸 리가 와인보다 더 몸에 좋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와인 열풍에도 이 심장병예방 효과가 그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인간이 문화적 존재로 다른 동물과 끊임없이 차별화와 우월적 도취를 구가하지만 결국 막걸리의 부활을 통해 생물학적인 존재라는 점을 여전히 간과할 수 없다.
암튼 와인이 술이어서 프렌치 효과에도 한계가 있듯이 막걸리도 술은 술이다. 한 번 잘못 취하면 낭패를 볼 수 있는 술임은 여전하다.
왜 이렇게 와인을 싸게 팔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행사라면 무슨 큰 타이틀이 있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창립 11주년 기념이니 생경하기도 하다. 재고물량이 많이 남은 것을 털어버리려는 인상이 짙다. 무엇인가 예측을 잘못하고 대량의 와인을 수입한 때문일 것이다. 왜 이렇게 많이 수입했을까. 많이 수입했기 보다는 당분간 와인이 한국시장을 석권하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고 그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원인을 분석할 수 있겠지만, 당장에 막걸리의 예상치 못한 성장이 와인을 무너뜨고 있다는 가설을 우선 주목할 수 있다. 문화의 아우라 차원에서 분석한 작업들은 모두 소용이 없었던 것이겠다. 막걸리의 아우라와 와인의 아우라는 비교할 수가 없어서 막걸리가 와인의 한 종류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범주에 묶어 놓기도 어려운 점이 있었다. 와인은 정말 막걸리에 무너진 것일까?
애초에 와인 열풍을 주도 한 것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증가하면서 회식문화에 변화가 왔기 때문이다. 기존의 삼겹살 회식문화에서 벗어나서 와인이 곁들여진 회식문화가 각광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육지책으로 와인 삼겹살이 나온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도 있겠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낮아진 것을 보면, 이러한 견해가 틀린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와인을 회식자리에서만 마시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와인이 가정용이라는 라벨을 붙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와인 바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회식보다는 개인적 취향의 문화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사회생활이 활발해졌다는 의미는 경제적 여력이 증가했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분명 소주나 맥주보다 와인은 비싸다. 아무리 좋은 술이라고 해도 빚을 내서 항상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이 개념들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하나의 판단기준으로는 여전히 유효하다. 사용가치는 우리가 실제로 일상의 삶에 사용할 때 얻게 되는 가치를 말한다. 교환가치는 사용가치와는 관계없이 값을 치를만한 가치를 말한다. 즉 실제 쓰임에 관계없이 일정한 가격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와인도 사용가치가 아니라 교환가치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 남성들은 술을 문화적 기호로 보는 것이 아니라 빨리 취하는 알콜로 본다. 적어도 한국 남성들은 그렇다. 그러나 와인은 이러한 술 문화에 대해 여성들이 부드러운 문화적 봉기를 일으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우리가 와인을 단지 술이라는 물질적 상품으로만 볼 수는 없다. 알코올 주입에 급급한 남성들은 낯설게 보일수도 있지만, 와인은 하나의 문화기호라고 보아야 한다. 알콜 성분이나 와인에 들어있는 성분은 다른 것에도 있다. 와인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문화권이 갖는 차별성은 소비에서 우월한 지위를 갖는다.
무엇보다 와인을 집에서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와인과 함께 공간적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삼겹살 와인이 동네 식당에서 잘 팔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공간'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문화적 취향을 한껏 높여주는 곳이다. 이로써 사람들은 와인을 통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기호'를 마시는 게 된다. 나아가 와인은 일종의 백로 효과와 더불어 차별화된 문화적 기호 소비의 상징이 된다.
백로 효과는 기존의 문화적 정체성에서 자신을 분리하면서 자신의 개성을 다른 이들보 더 높게 설정하는 것이다. 와인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그러한 와인은 유럽스타일일수록 더욱 각광받는다. 칠레나 미국보다 훨씬 문화적 전통이 앞서 있고 아우라를 한껏 품고 있는 곳이라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와인이 아프리카의 열대 우림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라면 이렇게 까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프랑스의 경우, 일찍부터 와인을 문화적 기호로 만들어 상품화에 성공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와인이 막걸리에 무너진다는 사실은 경천동지할 일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막걸리는 와인과 비교할 수 없는 문화기호의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서민의 술이라는 의식이 강했다. 여기에서 서민의 술이라는 것은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술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서민의 술이 일본에서 고급 바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사실 와인을 무너뜨린 것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물론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막걸리를 고급의 술로 탈바꿈 시켰다. 어느 순간 막걸리는 남과 차별화 되는 문화적 기호의 소비품목이 되었다. 문화의 기호변동으로만 보면 언제든 막걸리도 쫓겨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소비하고 있는 술은 과거 정말 한국인들이 즐겨 먹던 그 막걸리는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수없이 탈바꿈을 한 막걸리다. 그러한 실체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문화적 기호로 각광을 받을 수 있었다. 머리가 덜 아프고, 숙취가 감소했으며 다양한 영양성분이 들어간 막걸리는 여성들에게 다이어트와 변비해소에 효과가 좋은 유산균 술이 되었다.
한동안 외면 받았던 막걸리는 언제나 국민 애용주였다는 점에서는 지속성이 있겠다. 무엇보다 물리적 토대가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막걸 리가 와인보다 더 몸에 좋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와인 열풍에도 이 심장병예방 효과가 그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인간이 문화적 존재로 다른 동물과 끊임없이 차별화와 우월적 도취를 구가하지만 결국 막걸리의 부활을 통해 생물학적인 존재라는 점을 여전히 간과할 수 없다.
암튼 와인이 술이어서 프렌치 효과에도 한계가 있듯이 막걸리도 술은 술이다. 한 번 잘못 취하면 낭패를 볼 수 있는 술임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