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왜 호랑이 민화는 화려한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7:32

<김헌식 칼럼>왜 호랑이 민화는 화려한가?

 2010.02.15 11:57

 




[김헌식 문화평론가]경인년 새해 호랑이 관련 전시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호랑이는 주로 민화에 등장한다. 민화는 백성의 그림이었다. 그 모습은 양반과 지식인들이 그린 그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식인들의 < 맹호도 > (심사정)의 호랑이는사실감만을 더하려 했다. 민화 속의 호랑이는 극히 화려하면서도 희화화되는 일이 많다. 호랑이는 왜 기층민중의 그림인 민화 속에 더 많이 존재했고, 다른 그림보다 더 화려하거나 캐릭터의 특징이 강렬했을까? 

사람의 본능 중에는 다른 이들보다 자신이 더 낫거나 가치가 있는 존재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추종심리가 있다. 만약 사회를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눈다면, 지배자는 피지배자에 대한 우월성을 내보이려 할 것이다. 부유한 층들은 자신의 부를 드러내고 과시하기 위해서 사치스러운 의복과 장신구를 몸에 걸치거나 두른다. 또한 부유층은 연회와 잔치를 오래하거나 떠들썩하게 한다. 

한국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조선시대는 청빈한 삶을 강조한 국가 기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삼국시대와 그리고 고려시대에는 귀족과 서민의 삶을 비교할 수 있는 계제가 되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서민들과 하층민들이 귀족과 부유한 이들을 모방하거나 능가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서민들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용자원의 범위 내에서 존재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14세기 유럽에서는 복식에 정교한 수예 장식이 유행했다. 정교한 자수를 놓을 수 있는 방법들을 배웠다. 비싼 옷감을 구하는 대신 바느질로 이를 뛰어넘으려 했다. 서민들의 자수는 단순히 꽃과 새, 나무만 그리지 않고, 호랑이와 같은 맹수도 수를 놓았다. 맹수를 통해 양반보다는 차별화된 캐릭터를 구성해 냈다. 

그림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으로 호랑이는 민화에도 많이 등장하는데, 민화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먼저 매우 화려하다는 점이다. 이는 양반이나 선비들이 주로 그린 산수화와는 전혀 다른 특징이다. 산수화에는 맹수가 잘 등장하지 않는다. 고결한 군자의 덕을 나타내는 관념적 의미를 많이 함축하고 있는 오브제만이 등장한다. 

하지만 민화에는 현실적으로 의존하고 싶은 존재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무병장수, 다산, 금실을 기원하는 실제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민화의 다른 특징은 매우 화려하다는 점이다. 이점은 산수화가 매우 담백한 맛을 지니는 것과는 정반대의 느낌이다. 이를 통해 민화를 그린 서민들은 산수화보다 우월한 색감과 실제성을 획득하게 된다. 

여기에 민화는 대개 재밌는 내용이 많다. 심지어 호랑이도 재밌는 표정으로 빈번하게 등장한다. 또한 산수화화 같이 계보와 원칙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자유분방함에 따른 형식적 파괴를 시도한다. 대신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묻혀 산수화에 적혀 있는 무수한 이들의 이름자를 비웃기고 했다. 

민화 속에 호랑이는 양반, 지식인들이 즐겨그린 문인화 그리고 산수화에서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인다. 호랑이는 지배층이나 지식인들이즐겨 그리던 대상은 아니었다. 그만큼 일반 민초들의 삶은 물론 그들의 이상적 지향적 혹음 꿈과 욕망이 담기 동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때로는 화려하고 영험한 모습으로 당집 등에 남겨져 있지만, 민화 속에서는 때로 익살스런 모습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것은 진지하기만한 엄숙의 예술문화와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정체성이나 세계관을 차별화시킴으로써 내적 자부심을 지니고자 했던 민초들의 노력이 배어있음을 말해준다. 

경인년 호랑이 해에 많은 작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호랑이띠가 가지는 의미도 회자된다. 호랑이는 관념의 동물이나 지향점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동물이며 직접적인 꿈과 욕망이 자유분방하게 투영되었고, 그것이 지배층의 문화와 다른 저항적 관점도 지니고 있었다. 호랑이가 가지고 있는 서민과 민초들의 꿈과 소망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