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시네마 리뷰

살인마의 쾌락 중독과 역치(threshold value, 閾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5. 16. 10:36

-영화 "악인전"의 악당들

 

 

                                              김헌식(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평론가)

 

연쇄 살인마가 등장, 오로지 사람을 죽이는 행위 자체에서 재미를 느낀다. 반면, 조폭 두목(마동석)은 살인을 하지만 다른 동기가 작동한다. 똑같은 나쁜 놈인데 말이다. 그 동기는 자신의 이익에 방해가 될 때이다. 사람을 죽이는 자체에서 쾌감을 느끼지는 못한다. 오로지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자에 대한 분노와 응징 때문에 살인을 한다.

 

사람을 죽이는 행위 자체에서 쾌락을 느끼는 자는 다른 사이코패스와 다르다는데, 이는 역치(threshold value, 閾値)를 넘어간 자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제어가 안될 수준으로 급격히 잔혹해지니 자신이 아니라 남이 제어해 줄 상황이 되기 쉽다. 

 

이는 특정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살인 같은 금기의 벽을 넘어서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이상 지점에 다다르게 된다. 사이코패스는 그러한 쾌락의 의식과는 관계없이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자신에게 뭔가 방해가 되면 제거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연쇄살인마는 자신이게 방해가 되지 않아도 사람을 해친다. 그 행위 자체를 즐기게 되는 것인데 이는 마치 마약을 흡입하게 되었을 때 쾌락을 느끼는 과정에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연쇄 살인마들은 보통 현실을 탈출 쾌락의 심리로 살인을 계속 저지를 수도 있다. 보통 때 금기되었던 사람들을 해치는 것이다. 그 대상이 여성일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기보다 상대가 강한 사람일 수도 있다. 살인도구가 있다면 맨손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살인자가 큰 칼로 상대방을 해칠 수 있게 된 것은 무력한 자신의 현실적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연쇄 살인마가 다른 연쇄 살인마를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무고한 시민들을 닥치는대로 살인을 한다면 그 조차도 연쇄살인마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단지 악인을 통해 악인을 해결한다는 방식을 넘어서는 것이겠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는 금기를 어겼을 때의 쾌락이기 때문에 아마도 연쇄살인마를 죽였을 때는 쾌감이 일지는 않을 것이다. 거꾸로 그 자신도 그러한 존재가 되니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자기 파괴의 행위를 하는 상황에서 쾌락을 쫓는 행위는 사실상 오래 지속되기가 힘들다. 그것은 주어진 금기를 위반하는 제한된 쾌락에 머물고 말 것이다. 다만, 뇌가 망가진 사이코패스는 일상적으로 살인을 저지를 뿐. 

 

조폭은 이런 쾌락과는 관계없이 실제적인 목적 때문에 살인을 한다. 이른바 대응적 살인, 보복적 살인이다. 결과론적으로는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지만 그 동기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쾌락적 차원의 살인은 예측할 수가 없으니 그 파장은 더 클 수 있고 잡기도 힘들다. 쾌락의 살인이 더 나쁘다고 해야할까.

 

쾌락장애에 빠진 살인자는 다시 되돌아온다고해도 용서 받을 수 없으니 다른 장애와 다를 밖에. 

 

김헌식 박사 codes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