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시네마 리뷰

악당, 수화를 하는 보스, 킬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6. 29. 09:28

-악당, 수화를 하는 보스, 킬러가 등장하는 대중영화

 

글: 김헌식(평론가, 박사)


장애인이 주로 범죄의 대상이 되었지 가해자로 나오는 영화는 많지 않다. 장애인이 선한 캐릭터로 많이 나오는 이유는 약자이자 소수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비장애인이 모두 범죄자가 아니듯이 장애인이 모두 범죄인이 아닐 수 없다.

 

장애가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도 없으며, 범죄를 정당화 할 수도 없다. 범죄를 저지르고 싶어도 몸과 뇌의 기능이 따라하지 않을 수 있다. 장애가 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 사회적 요인과 구조 때문에 범죄가 당연한 관점은 성립할 수 없다. 범죄인 사이에 장애인이 있다면 어떤 이들이 있을 수 있을까. 범죄 조직에서 시각장애인 지체 장애인이 있을 수 있을까. 대개 청각 장애인이 자주 눈에 뜨인다. 예전에는 칼을 쓰던 모습이 이제 총을들고 나오는 범죄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영화 ‘마약전쟁’은 중국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범죄 영화인데, 농인 가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공장의 사고로 아내와 처남을 잃게 된 보스 차이(고천락)는 마약 중독으로 교통사고를 낸 뒤 경찰에 잡히고 마약 전담반은 그에게 사형을 당하지 않으려면 협조하라고 말한다. 비밀 아지트를 공개하기에 이르는데 그곳에는 장애인 가족이 있다. 농인 형제뿐만아니라 일가족이 농인이라서 수화를 쓴다. 차이는 보스 두목이지만, 수화를 자유자재로 쓰면서 농인가족과 대화를 나눈다. 농인 가족은 왜 마약을 만들고 운반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일까. 장애인으로 먹고 살기 힘든 생계의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식사 시간에 차이가 눈물을 흘리며 수화로 그들에게 아내와 처남이 죽었다고 말을 하자 모두 놀라며 슬퍼한다. 자신들이 지금 이렇게 있기 까지 아내와 처남 덕이라고 하면서. 그들은 곧 향과 지전을 태우자고 한다. 명복을 빌어주자는 것. 그러나 시간이 늦어 그것들을 살 시간이 없는 상황. 그러자 그냥 집에 있는 종이 돈을 꺼내 태우자고 한다. 사용하는 돈을 그대로 불에 태우니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 비록 마약을 팔던 이들이라고 해도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물론 마약을 파는 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생각할 수 없는 끔찍한 파괴 행위인데 말이다. 그들은 어쨌든 일을 하고 있었다. 수동적으로 다른 이들의 도움과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장애인 형제는 매우 능동적이다. 아지트를 급습하는 경찰에 맞서 총격전을 벌인다. 경찰을 타격하고 유유히 지하통로를 통해 빠져 나간다. 액션 영화에 나오는 범죄 악당 캐릭터의 총격 장면을 충분히 떠올리고도 남는다. 

마약 소탕 작전을 다룬 영화 ‘독전’(2018)에도 장애인이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는 형제가 아니라 남매가 등장한다. 천재 마약 제조 기술자 남매는 장애인으로 상당한 비중이어서 눈길을 끌고 대화를 수화로 나눈다. 한국 영화에 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었다. 범죄 소탕 영화에 장애인이 비중 있게 등장하는 것은 낯설지만 진일보 해 보였다. 주인공 이선생(류준열)의 둘도 없는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들은 장애인의 사회적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들이 댄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30시간 동안 마약를 제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음악을 크게 틀어 좋고 춤을 추어 가면서 마약을 만드는 장면을 넣은 것은 청각 장애인들이 진동으로 음악을 듣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매들은 총을 형사들에게 쏘며 당당한 모습을 유지한다. 특히 여동생(이주영)은 더욱 더 중성적인 매력이면서 ‘짧디짧은 민머리에 낡고 허름한 구멍 뚫린 셔츠, 무심하고도 냉혹해 보이는, 그 속을 좀체 알 길 없는 표정, 가늘게 뜬 실눈으로 눈앞 대상을 금세 파악해버릴 듯한 아우라’가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특히, 이렇게 총격전을 벌이는 장애인은 영화에서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개 장애인 하면 약하고 수동적인 이미지와 확실히 할 수 있다. 신체적인 불능이나 결핍을 집중부각하고는 동정과 배려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마약전쟁’이라는 영화를 봤다면 그렇게 환호할 정도는 아니었다. 장애인의 칼이 총으로 바뀐 것일 수 있다. 자토시나 황처사 같이 눈이 안보여도 칼을 휘두르는 것은 총이 현대적인 것만이 아니라 더 청각장애인에게 유리할 수 있다. 총은 눈이 보여야 목표를 겨눌 수 있다. 총알은 언제 어떻게 날아올지 모르니 말이다. 칼이야 귀로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겠기에. 

영화 ‘존윅: 리로드’에는 농인으로 수화를 쓰는 킬러가 등장한다. 그것도 여성이다. 아레스(루비 로즈)는 자신의 보스를 죽인 존 윅(키아누 리브스)를 대응한다. 청부 살인을 그만두고 선하게 살려는 그에게 악당들은 내버려두지 않는 셈이다. 사적인 복수를 그가 선한 인물은 아니라도 관객은 그의 선의지에 감정이입을 하고 응원을 하게 된다. 우리도 죄를 짓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청각 장애인 이지만 무술 실력이 출중하고 담력이 있어 중간 보스 역할까지 하고 있다. 만약 그 훌륭한 담대한 용기와 무술 실력 그 이전에 체력과 날렵함으로 다른 직업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아레스 역시 장애인이기 때문에 직장을 잡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아니 사화에서 받은 차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은 사회에 대한 복수차원에서 범죄 집단 가입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주인공 존 윅을 잡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레스, 결국 존 윅에 패하지만 존 윅은 아레스의 생명을 뺏지 않는다.아레스는 몸을 움직일 수 없음에도 다음에 또 보자고 한다. 항상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그 순간에도 유지하는 아레스. 남성들의 주무대라는 깽조직에서 여성으로서 활약하는 캐릭터를 접하는데 대개 악녀스럽게 묘사되고는 한다. 여성 장애인이 깽단에 있는 것은 반갑고도 슬픈 일이다. 직업을 제대로 가질 수 없는 현실일 수도 있지만, 장애인 캐릭터가 악당 속에 없으리라고는 볼 수가 없다. 장애를 봐야 하는 것은 반드시 선과 악의 관점이 아니라 장애가 개인은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리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있다. 개인의 삶은 물론 전체 삶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를 갖고 있을 때 악행에서 조차 장애는 문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악행이라는 것도 상대적일 수 밖에 없다. 


인상적인 것은 존 윅이 수화로 아레스와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다. 아레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수화를 사용한다. 수화를 사용한다고 해서 해고를 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수화를 다 인지하는 보스다.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만 있으면 되지 문제 될 것은 없다. 영화 ‘독전’의 류준열이나 영화 ‘마약전쟁’의 차이도 수화를 했던 점을 떠올릴 수 있다. 영웅들은 수화를 얼마나 할까. 오히려 악당들이 수화를 더 잘하고 있다. 아니 선한 비장애인보다도 악당 비장애인이 수화를 더 잘하고 있다면 지나침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악당 장애인이 좀 더 버텨줬으면 응원을 하고 싶어지지만, 그 범죄 행위 자체를 옹호할 수는 분명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