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시네마 리뷰

가짜로 흉내 내지마오 진짜 현실로 되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9. 2. 13:50

영감의 수단으로 삼을 것이 따로 있는

-영화 '블라인드 멜로디' 리뷰

 

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가난하고 배움도 짧다고 느낀 백수 청년은 상경해서 취직을 하는 방태식(김인권) 고군분투하지만 취직이 쉽지 않다. 이주 노동자 특히 동남아 사람과 비슷하다는 말을 들으며 외모차별도 받는다. 방태식은 차라리 이주노동자 행세를 하며 위장 취업을 한다. 생각지 못하게 위장 취업을 한 방태식은 일상에서 겪에 보지 못한 이주 노동자들의 실제 삶을 생생하게 겪는다. 영화 <방가?방가!>(2010)는 비록 이주노동자 문제라는 어렵고 심각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코믹하면서도 눈물도 찔끔 나오게 하는 신파 코드도 담고 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삶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설정은 인도의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영화 <블라인드 멜로디>(2018, The Blind Melody, Andhadhun)는 인도 발리우드 영화지만 아시아 전역에서 놀라운 폭풍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인도에서는 한화 약 160억 원(9억 5천만 루피), 중국 한화 약 560억 원(3억 2,444만 위안), 전 세계에서는 한화 약 780억 원의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좀 개인적으로 놀란 것은 시각 장애인을 주인공을 등장 시킨 영화가 이렇게 흥행을 하는 것은 더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독특하게 가짜 장애인 피아니스트다. 많은 영화에서 장애인 등장하는 일도 흔하지 않는데 가짜 장애인이 등장하는데 그 발상이 참 눈길을 끈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본 관객들은 알고 예고편만 보거나 중간만 본 이들은 그가 진짜 장애인이 된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그럼 ‘아카쉬’(아유쉬만 커라나)나 왜 가짜 시각장애인 행세를 하는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예술가이기 때문이라고 본인이 밝힌다. 영국에서 경연대회를 앞두고 있던 그는 집중력을 높이고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 눈에 투명막을 씌우고 시각장애인 행세를 하면서 레스토랑에서 연주를 한다. 이 레스토랑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손님들이 피아노 옆에 나와 춤을 추는데 모두 안대를 가리고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따로 장애인체험 행사를 하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예술적인 가치도 담고 있었다. 오히려, 피아니스트는 시각 장애인이 아닌데 말이다. 이런 역설은 사회 풍경에서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가짜 시각장애인역할을 뜻하지 않은 초대로 산산조각이 난다. 어느 날 전 유명가수이자 스타 배우인 레스토랑 사장 프라모드 신하(아닐 다완)는 결혼기념일에 아카쉬에게 공연을 해달라고 한다. 그것도 집에서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집에 찾아와서 개인 공연을 해달라고 한다. 선뜻 아카쉬는 승낙한다. 당일날 사장의 집에 간 아카쉬는 사장은 없고 그의 부인 시미(타부)만 집에서 자신을 맞는 상황을 접하게 된다. 남편은 멀리 출장 가는 척하면 아내를 놀래주기 위해 깜짝 공연을 준비한 것이다. 그의 아내 사미는 남편이 몰래 공연을 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무조건 밖으로 아카쉬를 내몰 수가 없었다. 더구나 시각장애인이었다.

 

정작 집안으로 들어간 아카쉬는 생각하지 못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사장이 총에 맞아 죽음을 맞았던 현장을 보고야 만다. 보고야 말았지만 그는 그것을 본 티를 내면 안되었다. 간신히 한곡을 연주하고 그는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화장실을 찾는다. 화장실을 가면서 그는 사장의 죽음을 봤고 화장실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려 했다. 그러나 화장실에서 마주하게 된 상황은 웬 사내가 총을 들고 아카쉬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카쉬는 아무것도 보지 않은 척하며 변기에 다가가 소변을 보고 천연덕스럽게 다시 돌아 나온다. 끝까지 그는 아무것도 안보이는 척하면서 연주를 했고 그 두 사람은 프라모드의 사체를 트렁크에 남아 내가면서 아무 일이 없다는 것이 연기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아카쉬는 볼 수밖에 없었고 보지 않은 것처럼 연기를 해야 했다. 이것은 예술가입네 흉내 내는 것도 영감을 얻기 위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연기를 해야 했다. 남편 프라모드가 없는 사이 두 사람은 집안에서 불륜을 저지르다가 예고 없이 집에 들어온 남편에게 들켰고 결국 프라모드가 죽게 된 것이다. 불륜이라는 치명적인 사건 앞에 다시 남편까지 죽게 되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 둘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발악을 하게 된다.

 

무사히 위기를 넘긴 아카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결국 경찰서에 찾아가 신고하기로 했다. 살인 사건을 신고하겠다고 접수를 하려는 순간 앞에 경찰서장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너무 놀라고 마는 아카쉬다. 바로 불륜남 마노하르 자완다(마나브 비즈)였다. 아카쉬는 매우 놀라며 우슨 살인 사건이냐고 묻는 경찰서장에게 고양이를 살해한 자를 잡아달라고 하고 그 살해한 범임은 동네꼬마일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경찰 서장도 매우 놀라는 상황이었던 지라 고양이를 찾아주겠다며 아카쉬에 집에 가서 그가 정말 시각이 보이지 않는지 테스트를 한다. 다행이 마침 고양이가 집에 들어와서 아카쉬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의심이 완전히 풀리지 않는다. 남편의 장례식 날 뜻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는데 그것은 앞집의 할머니였다. 이미 집안에누군가 있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고 경찰 서장의 부하에게 이를 모두 진술한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아내 시미는 앞 짚 할머니를 처지하려 하는데 마침 아카쉬가 그 할머니를 찾아간 날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아카쉬는 현장을 보고 만다. 아카쉬가 현장을 봤음에도 보지 않은 척했는데 이를 시미는 이제 눈치 채게 된다. 아카쉬의 집에 찾아온 시미는 딸이 준 과자라며 아카쉬에게 먹게 한다. 아카쉬는 커피에 약물을 타는 것은 알아차려 피했지만 결국 과자의 약물은 피하지 못한다. 여기에서 관객이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다음을 연상하는 것은 시미가 아카쉬의 목숨을 빼앗는가하는 점이다. 시미는 웬일인지 그는 죽이지 않는다. 시미는 그의 각막을 손상시켜서 눈이 진짜 보이지 않게 만들어 버린다. 마침 찾아온 여자 친구 소피(라디카 압테)에게는 동침을 한 듯이 보여 그에게서 떠나가게 만든다. 가짜 시각장애인 연기를 했던 아카쉬는 살인 사건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진짜 시력을 잃게 된 것이다. 그는 시각장애인들이 어둠속에서 어떠한 처지인지를 뼈저리게 겪게 된다. 심지어 장기밀매단에게 걸려서 콩팥을 잃고 버려질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살인사건에 관해 말하고 그들을 통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면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이제 상황은 밀매단과 함께 자신을 죽이려는 시미 그리고 불륜남 마노하르와 대결을 벌이게 된다. 2년 후 아카쉬는 영국의 한 작은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고 있고 포스터를 보고 찾아간 소피는 그에게 연주 후 손을 내민다. 그는 단번에 소피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간의 이야기를 모두 말한다. 다시 눈을 찾았을까. 다시 가짜 시각장애인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 관객의 마음.

 

결국 아카쉬는 자신의 예전 눈을 찾지 못한다. 어쩌면 시각 장애인을 가짜로 흉내 낸 것에 대한 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만약 그가 가짜 장애인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살인 사건 현장을 목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살인 사건 현장에 아예 들이지도 않고 내쫓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 아니면서 그런 척한다는 것은 정말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그것으로 생계를 해결하거나 유먕한 예술가가 되려고 했다면 이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과하게 지나친 생각은 아니라는 것이 인도에서 마찬가지인 듯싶다. 매우 능동적인 사회 문화적 처벌을 내린 셈이다. 다시 돌아오거나 반성과 성찰을 강하게 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텐데 말이다. 좀 더 한국에서 대중성을 가지려했다면 아마도 시각 장애인을 거짓으로 연기하다가 장애인의 현실을 직접 깨닫게 되고 대오각성에 이르게 되었다면 더욱 이에 가까워졌을 것이다. 이 영화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의 현실을 좀 더 사실감 있게 인식할 수 있는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139분 동안 많은 곡들이 다양한 상황에 맞게 연주가 되어 남다른 즐거움을 주는 볼리우드 영화이다. 이는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 감상해도 충만한 즐거움을 흠뻑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