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점원이 예쁘면 상품이 안 팔리는 이유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7:59

<김헌식 칼럼>점원이 예쁘면 상품이 안 팔리는 이유는

 2010.05.06 09:16

 




[김헌식 문화평론가]캐나다 서스캐처원 대학 바바라 필립스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패션잡지를 구독하는 여성들은 그로테스크(Grotesque)한 광고에 더 관심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이 내린 결론은 '단순히 호감이 가거나 예쁘기만 한 광고는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두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그로테스크는 불쾌하거나 극도로 부자연스럽고 기괴한 것을 가리킨다.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광고가 더 큰 관심을 끄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여기에서 호기심은 어떤 숨겨진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데서 비롯한다. 예컨대 남성의 시체가 있는 수영장에서 지갑을 꺼내는가하면 고전의상을 입은 여성의 목에 송곳이 꽂힌 이미지를 대하는 수용자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이러한 점은 흔히 아름다운 것이 사람들의 눈을 잡아끈다는 통념과는 거리가 있다. 그로테스크 광고는 아름다움이 대중적 효과가 항상 높다는 일반 미학적 관념을 뒤집는다. 

같은 맥락에서 흔히 점원이 예쁘면 판매점의 매출액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호주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대학 비앙카 프라이스 교수 팀의 연구에 따르면 반드시 이러한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조사 대상자들이 점원이 아주 예쁘면 그 상점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조사 대상자들은 여성들이었다. 아주 예쁜 점원은 여성 고객들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점원에는 아주 예쁜 여성을 채용하면 안 되는데, 특히 여성 고객들이 많이 찾는 점포는 반드시 새겨야 하는 연구결과다. 

외모보다는 패션에 대한 지식을 점원 채용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물론 아주 월등한 미모의 스타 이미지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지 않는다. 나의 현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여성들만 가득한 조직구조에서 예쁜 여성은 성공하기 힘들다. 반면, 예쁘지 않으면 일을 잘하는 여성이 이러한 조직에서 예쁨을 받을 것이다. 요컨대 예쁘지 않은 사람이 예쁨을 받는 역설적인 일이 벌어지게 된다. 

영화 < 말레나(1999) > 에서 매우 아름다운 주인공 말레나는 너무 예쁘다는 사실 때문에 일자리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아사에 이르는 생계의 곤란에 처하게 된다. 특히나 많은 이들에게 그녀의 아름다움은 오히려 '천박'하게 보였다. 그것은 단순히 여성의 질투에서 빚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 육체적 아름다움만을 취하려는 남성들에 의해 그녀는 마침내 거리의 추한 창녀로 전락되고야 말았다. 남편을 전쟁에서 잃은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그로테스크에 빠지고 만다. 자신의 존재의미를 갖게 하는 바른 관계성 속에서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울리히 렌츠는 < 아름다움의 과학 > 에서 과학적으로 객관화되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한다. 아름다움은 과학적으로 객관화가 가능하며, 아름다움은 언제나 좋은 것이며 아름답지 않아 억울하다면 아름다워지라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아름답지 않은 존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추한 것이 되고, 그것은 철저히 외면당할 수 있다. 아름다움에 관한 미학은 인간 사이에서 규정된다. 

장자는 < 제물론 > 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모장과 여희를 아름답다고 하지만 그녀들을 보는 물고기와 새들은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새는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물고기는 깊은 물속으로 사라진다.' 인간 사이에 있어야 미인의 아름다움은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물고기와 새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 사이에서 아름다운 것도 어떤 관계성 속에 있느냐에 따라 오히려 추한 것이 된다. 오히려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지 않은 것을 선호하고 그것을 더 부각하면서 안온감을 느끼는 경향이 없다. 

더구나 추의 미학은 훨씬 다양하다. 움베르트 에코는 그의 < 추의 역사 > 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름다운 코는 일정한 기준을 갖는다. 반면 추한 코는 어마어마하게 풍부하다. 피노키오의 코, 넓적코, 얽은 코, 술주정뱅이의 코가 모두 가능하다." 

그것은 사람들이 추함을 거부하고 기피하면서도 그것에 대해서 새삼 크게 관심을 갖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대개 일정한 규격과 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추함은 훨씬 다양하다. 

어쩌면 추함은 현실의 모습들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예쁜이들을 한편으로 동경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옆에 아름다운 존재가 있을 때 배격하는 것은 바로 현실의 인식 특히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추함을 거부하면서도 지지하는 것은 우리의 현실 대부분이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막장 드라마는 흔히 추한 것으로 거부되지만 사실은 시선을 두는데 그들의 추한 행동들은 현실적인 인물의 각 군상을 뜻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움 것만 보여주어야 할 것 같은 공중파 방송에서는 그 추함은 현실이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으로 재단되어 비판받기에 이른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추함을 인식하고 있는 작가들을 그것을 그려내고 대중들은 욕하면서 그 드라마들에 빠진다. 

다만 그 드라마를 정신없이 보고나서는 다시금 명작의 반열에 올리는 행위에는 주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추함은 대개 그러한 운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코 그것은 부정될 수 없으며, 움베르트 에코의 말대로 아름다움은 추함을 통해서 완성된다고 보겠다. 

프로이드는 ´언캐니(Uncanny)´ 현상을 다루는 논문에서 지금까지 미학적 논의에 대한 한계를 지적한다. 언캐니는 그로테스크와 맥락이 닿는다. 미학이 아름다움에 대해서만 주목하고 아름답지 않은 기괴하고 추한 것이 주는 미학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자신에게 익숙한 것들이 남에게는 낯설고 기괴하게 비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매우 중요한 함의점을 주는 지 모른다. 흔히 학교나 고급예술집단에서는 자신들이 잘 아는 내용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바로 일반 대중들에게 작품을 통해 선을 보인다면, 만든 사람들은 아주 익숙할지 모르지만 일반인들은 낯설게 느껴진다. 

그 낯섦은 어려움으로, 어려움은 다시 몰입의 파기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대중적 선호에서 벗어날 것이다.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면 아무리 친숙하고 예쁜 존재도 낯설고 혐오적이 된다. 즉 추의 미학을 보인다. 이렇기 때문에 추의 미학을 절대적으로 폄하할 수 없다. 

사실 대중적 선호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이러한 작업들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혁신적인 작업들을 끊임없이 산출해 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점차 익숙하게 만들면서 친화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작품의 내용을 선 보이고 지지를 이끌어 내려 한다. 

참고로 악당을 그릴 때는 낯설고 기괴하게 그려야 하지만, 영웅을 낯설게 그리면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작품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진실이 거짓과 같이 된다. 이는 대중적 코드가 가진 근본적인 비밀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3D를 같이 사용하고도 저메키스 감독의 < 폴라 익스프레스 > 나 < 크리스마스캐롤 > 이 실패하고,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 아바타 > 가 성공한 요인이기도 하다. 

즉 언캐니 현상을 지혜롭게 극복한 영화는 영상미학에서 대중적으로 성공하고 그렇지 않은 영화는 대중적 몰입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과 추함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적재적소 즉 어느 시공간과 관계성에 존재하는가이다. 어쨌든 여자들 사이에서 질투와 시기를 받던 미인이 남자들 사이에 있으면 판매고도 높고, 미학적 평가도 좋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