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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집권 트럼프는 문화 전쟁 계속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11. 7. 15:21

-트럼프 재집권기 문화 전망

 

글/ 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방송과 문화예술을 탄압할까?”

트럼프는 문화 전쟁을 통해 성장해 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대상은 방송과 신문 그리고 문화 예술가들 혹은 헐리 우드 스타들이었다. SNS를 통해 개인적 무기를 장착하는가 하면 법적 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타격 시도도 불사했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이런 문화 전쟁은 어떻게 될까? 맞기도 하고 다른 점도 있어 보인다.

 

우선 방송계를 보자. NYT(뉴욕타임스)는 지난 1021, CBS의 라이센스를 트럼프가 취소할 수 있을지 분석했다. 그 실마리는 CBS ‘60’(60 Minutes)이었다. 트럼프는 이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해리스의 인터뷰를 문제 삼았다. 중동에 관한 대답이 해리스에게 유리하게 편집되었고, 이것이 선거의 중립 원칙을 해치고 편파적이었다며 CBS 면허 취소 운운한 것이다. , 자신이 당선될 경우 허가를 취소시키겠다고 밝혔다. 과연 트럼프 말대로 가능한 것일까? CBS에게 뉴스 제작 면허는 필요 없지만, 지역 송출을 위해 필요한 지역 방송사 면허를 관장하는 것은 FCC(미국 연방통신위원회). FCC는 보통 여야가 32로 구성이 될 수 있는데, 공화당이 상원을 차지하면 유리하게 위원을 구성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언론 탄압이라는 오명을 들으면서 공화당 의원들이 나설지는 알 수가 없다. 미국의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거스르긴 쉽지 않다.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률도 만들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연방통신위원회(FCC) 제시카 로젠워셀 (Jessica Rosenworcel) 의장은 정치 후보가 보도 내용에 동의하지 않거나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방송 허가를 취소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그는 수정헌법 1조는 민주주의의 초석이라고 밝혔다. 앞서 910ABC 방송 토론이 있고 나서도 트럼프는 면허 취소를 언급한 바가 있다. ABC방송이 자신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해리스에게 유리하게 토론을 만들어 간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심지어 트럼프는 토론 전에 방송사가 미리 질문지를 해리스에게 줄 것이라는 막말까지 했다. 하지만, ABC의 라이센스를 취소하기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면허 취소보다는 트럼프의 전략은 소송을 통한 고통과 위축 가중에 더 기울어 있다. 그는 이미 CBS에 사기 행위를 금하는 텍사스 법률을 위반했다며 배심 재판에 약 100억 달러(138,000억 원)의 손해 배상을 요구했다. 앞서 ABC는 물론이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에 소송을 건 바 있다. 물론 결국 패소했다. CBS 소송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패소의 결과에 별도로 트럼프가 노리는 효과는 따로 있다. 이렇게 언론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걸게 되면 모르긴 몰라도 보도 행위에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재판에서 이기려는 것보다는 여기에 목적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아울러 트럼프 진영은 취재 거부할 수 있다. 특정 매체 기자는 출입 취재 금지를 해버렸다. 2018CNN이 그런 취급을 받았고 이번에 미국의 소리(VOA)는 물론 악시오스·폴리티코·(Puck) 등의 기자가 취재 금지당했다. 이는 집권 이후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언론사들 만이 아니라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설전을 벌이며 대립각을 세워온 트럼프다. 해리스에 대한 스타들의 지지는 확고했다. 가수 케이티 페리, 레이디 가가, 리키 마틴, 비욘세, 올리비아 로드리고, 빌리 아일리쉬, 에미넴, 스티비 원더, 아리아나 그란데, 카디 비, 존 레전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조지 클루니, 앤 해서웨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이 있었다.

 

심지어 보수적인 할리우드 배우들도 트럼프를 반대해 왔다. 대표적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널드 슈월츠네거 등이 있는데 특히 아널드 슈월츠네거는 공화당 소속이며 공화당 출신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냈는데 트럼프에 반대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결국 트럼프의 당선을 막지 못했다. 무엇보다 3억 명의 팬을 거느리며 바이든 당선에 이바지했던 스위프트는 유권자 등록 사이트에 10배의 인원 동원 그 이상의 효과를 낳지는 못했다.

 

문화예술계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트럼프는 과거 집권 1기에서도 벼르고 있었다. 그 보복 수단이 관련 문화예술인 지원 제도였다. 당시 트럼프는 취임과 동시에 문화예술 및 인문학 지원은 연방정부가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2020회계연도 총예산에서 국가예술기금(NEA,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과 국가인문학기금(NEH, 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의 예산을 대폭 축소했다. 국가예술기금(NEA) 예산은 문화예술기관과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무려 1420억 원이나 축소했고, 국가인문학기금(NEH)도 대폭 줄어 380억 정도만 배정했다. 애초에 트럼프는 2017년 국가예술기금(NEA)이나 국가인문학기금(NEH)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집권 2기에 이를 다시 거론할지 봐야 할 것이다. 당시에는 의회에서 반대했는데, 상원도 장악하게 된 공화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편, 트럼프에 대한 해리스의 패배는 문화예술계에서 여성 스토리를 강화할 가능성을 좌절시켰다. 이미 오바마 집권기에 비슷한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흑인 영화 제작 열풍이 있었는데 이 열풍은 이른바 오바마 효과로 불렸다. 예컨대, 인종과 국가를 넘어 럭비 월드컵을 소재로 한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2009), 절망의 늪에 있는 흑인 소녀 프레셔스의 희망을 담은 프레셔스’(2009), 흑인 가정부들에 관한 책 출판 이야기를 다른 헬프‘(2011)의 성공은 2013년을 블랙 필름 르네상스시기로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더 베스트 맨 홀리데이’, ‘배기지 클레임’, ’노예 12‘,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 ,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블랙 네이티비티’, ‘만델라: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등이 꼽힌다. 연이어 개봉해서 달마다 흑인 영화가 있을 정도였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42’는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던 재킨 로빈슨의 실화를 다루며 흥행했고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는 특히 3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트럼프 재집권기가 되면서 이런 뚜렷한 문화 예술적 흐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새삼스럽게 백인이나 남성적인 작품들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여러모로 미국의 대중문화가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예술계 자체가 자유주의적 진보 담론이나 소수자, 인종 문제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대선에서 인기 스타들의 파워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트럼프는 스타 파워보다 소셜 미디어의 힘이 크다는 것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빅테크들은 트럼프의 집권을 갈망했다. 트럼프 재집권 시대에 대응해 소셜 미디어를 통한 문화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를 잘 알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에 바탕을 둔 문화 전쟁이 다시금 불이 붙을 것이다. 물론 소셜 미디어의 힘을 바탕으로 제도적 정치적 권력의 실체화가 중요하다. 이는 문화전략의 실질적인 현실화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한 문화 콘텐츠가 제작되어야 한다. 그것이 트럼프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