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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만이 유망? K 그림책이나 그래픽 노블은 어떠한가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5. 1. 17. 16:21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미래학회 연구 학술 이사)

 

생각지 못한 작품이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예비후보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알사탕'(Magic Cndies)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리가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일 수 있다. 더구나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유명한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니던가. 주목하는 이유는 그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구름빵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의 원작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나는 개다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 작품들이 그림책이라는 사실이다. 그림책이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으로 옮기기 수월한 점이 꼽힐 수 있다. 아카데미에서 수상 가능성은 크다. 이미 20243월 뉴욕 국제 어린이 영화제(NYICFF)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심사위원 최우수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 창작자들은 이렇게 훌륭한 그림책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고 밝힌 바가 있다. 참여한 제작진도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이다.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김전일시리즈의 니시오 다이스케(西尾大介) 감독이 연출하는가 하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제작진 와시오 타카시 (鷲尾天) 프로듀서 등이 참여했다. 이들이 명망과 역량이 있음에도 일본식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백희나 작가가 만든 점토 인형의 질감을 충분히 살려 한국적 미감을 구현하려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백희나 작가의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지 않았다. 우리에게 있는 중요한 문화 자산을 일본에 양보한 셈이 되었다. 아무래도 우리는 모두 웹툰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웹툰을 넘어 주목해야 할 장르는 그래픽 노블이 있다. 그래픽 노블 분야에서 최근 해외에서 주목을 받는 이가 의 김금숙 작가에 이어 마영신 작가이다. 마 작가는 엄마들이라는 작품으로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하비상을 김금숙 작가에 이어받았다. 또 기메 문학상 그래픽 노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엄마들에 이어 러브 스트리밍아티스트도 영상화가 될 예정이다. 아울러 엄마들아티스트에 이어 호도가 해외 출간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마 작가는 디지털 태블릿 피시로 그리지 않고 직접 펜 터치로 그리기 때문에 더 인정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 연이어 일단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은 그림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존의 코믹스 만화에 나오는 그림보다는 예술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의 만화를 가리킨다. 마 작가는 우리나라 웹툰이 유럽이나 북미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그래픽 노블 장르의 문화가 제대로 웹툰 플랫폼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구나 웹툰으로 앙굴렘국제만화축제 등에서 수상을 하기는 힘든 상황인 것이다. 예컨대. 만화가 박윤선의 어머나, 이럴 수가 방 소저는 아동 부문 최고상인 아동 야수상을 받기도 했지만, 웹툰이 후보에 오른 적이 없다. 이러한 점은 웹툰이 근본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만화제만이 아니다. 특히, 우리 포털 웹툰 플랫폼들이 문을 두드리는 유럽 그 가운데 프랑스는 종이만화가 아직도 산업적 주류를 이루고 있다. 주로 출판 종이 만화인 그래픽 노블은 해외에서 인정을 받는데 다만, 한국에서는 홀대받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그래픽 노블은 영감의 수원지(水源池)가 될 수 있다. 그래픽 노블은 독립 만화 장르라고 할 수 있고, 독립 만화는 종이 만화로 연결되는 현실인데, 종이 만화의 애독자 즉 마니아는 존재한다. 이런 애독자와 마니아가 우리나라 문화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코어 팬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거꾸로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는 웹툰이 코어 팬덤이 적은 라이트 팬덤의 포털 웹툰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말 드라마는 시청률은 높을 수 있지만, 열렬한 팬은 적고 오히려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가 코어 팬덤이 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웹툰이 조회 수가 많아서 화제가 되어도 작품성이 높다고 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영상화가 이뤄져도 화제가 되지만 두고두고 회자하는 사례도 많지 않은 이유다. 더구나 웹툰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경우도 찾기 힘들다. 예컨대, 정말 한국의 웹툰이 대단하다면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과 제작진이 관심을 뜨겁게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일본의 유명한 애니메이션 창작자들은 한국의 그림책에 주목했다. 이는 결국 일본 애니메이션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적지만 핵심적인 한국의 그래픽 노블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본격화하려는 작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웹툰으로 모든 재능있는 창작자들이 몰려가는 현실에서 과연 그것만이 정답인지 다시 한번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 웹툰을 통해 상업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흥행 코드에 집중하기보다는 만화를 예술의 관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만화 전문 인력의 양성이나 배출이 근본적으로 고민되어야 뿌리 깊은 나무의 웹툰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출판 만화의 성장이 웹툰 플랫폼과 불가분이라는 점을 성찰해야 하고 정부의 지원 정책도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열매를 먼저 따려고 하는 일이 잦아진 상황이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