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헌식(중원대학교 사회문화대학 특임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거리가 90㎞ 떨어진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이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제34차 회의를 통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뽑힌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600년 넘게 살아온 마을이어서 가치를 크게 인정받았다.
드라마 ‘함부로 대해줘’의 성산마을처럼 갓 쓰고 도포 자락 휘날리며 비녀로 쪽 찐 머리를 장식하고 살지는 않지만, 조선 시대 전통문화와 자연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있어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손색이 없다. 거꾸로 세트장처럼 한옥만 있다면 가치는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화유산의 가치뿐만 아니라 관광 여행의 가치에서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북촌과 남산 한옥마을을 비교했을 때 외국인이 방문하고 싶은 곳은 북촌일 수밖에 없다. 남산 한옥마을은 대형 전통 한옥이 많지만,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는 세트장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북촌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이 이용하는 식당이나 카페 같은 부대시설도 있다. 따라서 삶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북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고층 아파트 단지 같은 획일적인 환경에 익숙한 이들에게 북촌은 삶의 활력소를 준다.
조지프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체험이 낳는 경제적 효과를 매우 부각한 바가 있다. 이러한 체험의 경제성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에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비대면 문화가 일반화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가치가 부각되었고 그것이 바로 직접 대면 체험이다. 영화관 티켓 가격이 비싸다지만,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나 콘서트에 더 많은 관심과 선택이 이뤄지고 있다.
더구나 문화 트렌드도 변화가 이뤄졌다. 그 나라의 사람들이 현재 즐기는 문화에 관해서 관심이 더 많아졌다. 현지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이나 카페를 직접 찾아가 경험하기를 좋아한다. 핵심은 어떤 사물이나 특정 이벤트에 관한 경험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다. 이것이 체험 경제를 부각한 조지프 파인이나 제임스 길모어가 놓친 부분이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오버 투어리즘은 이런 사람의 거주 공간에 대한 체험 열망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더구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보상 심리가 매우 강해졌다.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테마파크에 세계의 모든 사람이 방문한들 문제가 될 리 없다. 오버 투어리즘은 과잉 관광이라고 하지만 단순히 관광객 숫자가 많아서 골치 아픈 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소음, 교통 체증, 쓰레기, 사생활 침해 그리고 임대료 상승과 같은 물가고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능히 감내하려는 이들도 있다. 바로 그곳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이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손해가 막심했을수록 오버 투어리즘 현상을 마다하지 않는다. 담당 공공기관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더 신경 쓰는 상황이지만, 상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도 없다.
세계 많은 나라가 시간제한이나 인원 규정, 그리고 입장료나 세금을 매기는 방법을 쓰기도 하고, 프랑스처럼 관광객 흐름을 조절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주민들에게 수익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문가의 입장으로 내기도 한다. 기금을 마련하거나 수익 사업에 주민들을 참여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입장료나 세금을 주민들에게 환원하는 상생 방안이 마련될 수도 있다.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체험의 확장이다. 지금까지의 여행 체험은 피상적이다. 나그네로서의 방문일 뿐이다. 정말 체험을 하자면 오버 투어리즘에 시달리는 정주민들의 삶도 한 달 살이처럼 겪어야 참 여행일 것이다. 오버 투어리즘 체험 숙박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다.
다른 하나는 결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만 방문하는 현상 때문에 오버 투어리즘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미 20대들은 자신들이 나름 구성한 여행지를 방문한다. 이미 트렌드는 바뀌었다. 어쩌면 오버 투어리즘은 문화 지체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