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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석 그리고 우리 시대 공항의 욕망.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7. 20. 10:05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한동안 공항에서 여행 기분 내기 놀이가 유행한 적 있다. 비록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도 그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항전망대에서 비행기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한때 관광 비행 상품도 있었다. 또한, 공항에는 면세 쇼핑을 즐길 수 있고 나름 유명한 맛집도 있다. SNS에 자랑할 수 있는 사진은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비록 여행을 가지 못해도 마치 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랑할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SNS에 자신을 드러내는 용도로 공항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공항은 욕망의 출국장이다. 이를 바로 보여주는 것이 셀럽들에 몰려드는 인파다. 그 인파는 보통 팬이라고 하지만 사실 모두 진짜 팬인지는 알 수가 없다. 정말 그 셀럽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하지 않아야 할 행동까지 시도하기 때문이다.

 

최근 변우석을 둘러싼 과잉행동이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객관적인 사실만을 보면 잘한 일이 없다. 사설 경호업체 직원이 일반 공항 이용자들에게 플래시를 쏘거나 항공권을 검사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특정 항공권 소지가 아니면 배제했다. 더군다나 10분간 출입통로를 임의로 막은 것은 동의할 수 없었다. 공항공사와 사전에 협의와 허락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민원이 제기되는 사례가 이해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람이 아무도 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셀럽이나 팬이나 다치는 사례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셀럽에게 달려드는 이들은 민원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소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해도 말이다.

 

경호 인력이 많거나 적거나 그 현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셀럽을 향한 욕망이다. 한국 공항은 누구나 공평하다. 해외로 가려면 출국장을 이용해야 한다. 평소 대중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셀럽이라도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이 쇄도하는 경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공항 출국 일정은 비밀에 부친다. 하지만 세상이 원하지만 금지하는 대상은 상품성을 강하게 지닌다. 공항 출국 일정이 거래되는 이유다. 공항은 누군가에는 기회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된다. 원하지 않는 조우에 셀럽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입장료도 없고, 티켓을 구매는 필요하지도 않으며 당첨이나 선정 과정도 없다. 줄을 설 필요도 없고, 자신의 차례를 따질 이유가 없다. 달려들어 먼저 자신의 원하는 셀럽을 마주하고 사진을 찍으면 된다. 사진을 찍을 때 초상권 침해를 적용받지도 않는다. 마치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의식이 팽배하게 되는 이른바 아수라장이 된다. 이렇게 달려들며 필수적으로 보이는 행동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진 촬영이다. 그 사진을 혼자만 간직하려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바로 SNS에 게시하려는 목적이 대개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카톡 등을 통해 다른 이들과 공유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더한 경우에는 이를 판매 목적으로 촬영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현장에 없다면 더욱 상품성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을 일부에서는 팬덤 현상이라고 언급하지만, 그렇게 간주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진정한 팬이라면 스타가 싫어하는 짓을 할 리 없기 때문이다. 사생팬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사생팬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팬이라고 풀이할 수 있는데, 사생활을 침해하는 이는 팬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팬이 아니라 범죄 행위자라고 불러야 한다.

 

갑자기 스타가 된 이른바 벼락스타가 된 경우 이런 사생팬이나 범죄 행위자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배우 변우석에게 황제 경호 논란이 벌어진 배경이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이 때문에 사생활 침해를 이미 많이 당했다. 호텔까지 난입하고 차량으로 따라붙기도 했다. 다행이라면 NCT 드림 런쥔처럼 항공기 안으로 같이 탑승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거꾸로 경호 경험은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과도한 경호 행위에 대한 사전 조치가 미흡했다. 자체 제어할 수 있는 팬클럽의 자율적 움직임도 기대할 수 없다.

 

셀럽의 경호는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도를 넘으면 역풍이 분다. 그래서 쉽지 않다. 공항에 쇄도하는 욕망이 있는 한 경호의 딜레마는 계속될 것이다. 변우석 측이 논란 뒤 귀국길 공항에서 경호 인력을 대폭 줄이자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 것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경호원들의 자질과 태도도 인권 감수성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경호라는 이유로 인권을 침해하면 이 또한 범죄가 될 수 있다. 군중의 쇄도 또한 세밀한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어쨌든 자신의 욕구 충족만을 내세울 때 사랑은커녕 서로 다치게 된다. 배우 변우석 논란은 황제 경호 이전에 공항에서 욕망의 무절제한 분출을 당연시하는 대중심리를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둔감하게 간과하는 그 행태들이 언제든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선량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팬덤을 전제로 한 상생의 미덕과 원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