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먹방' '쿡방' 전성시대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2. 5. 23:03
  • SBS '삼대천왕' 사진=SBS 제공.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하다'는 영어 단어인 'Cook'과 방송을 합성한 신조어. 요리하는 방송)'의 인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TV를 틀면 '먹고, 요리한다.' 어촌 마을에 가서 요리해 먹고(케이블TV tvN '삼시세끼-어촌편 2') 유명인들의 냉장고를 뒤져 셰프들이 요리 대결을 벌이고(종합편성채널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들이 음식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주고(SBS '백종원의 3대천왕')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한 끼 요리를 보여준다(tvN '집밥 백선생')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먹방' '쿡방'의 인기는 현재 최정점을 찍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너무 많이 범람하고 있다는 일부 비판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요리를 주제로 한 방송은 최근에도 SBS '백종원의 3대천왕'(8월 28일 첫방송) TV조선 '인스턴트의 재발견 간편밥상(9월 10일 첫방송)'이 신설되는 등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올리브 채널을 통해 수년간 요리 관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도해 온 CJ E&M 계열 채널에서만 먹방과 쿡방 소재 프로그램이 7개에 이르는 데 이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TV까지 합하면 수십 개가 현재 방송중이다.

성과도 여전히 쏠쏠하다. 본격 '먹방'은 아니지만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끼를 해결한다는 콘셉트의 '삼시세끼-어촌편 2'는 16일 방송에서 12.9%(닐슨코리아 기준)로 최고시청률을 찍었고 '셰프 열풍'을 주도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도 최고시청률 8.2%를 기록하며 킬러 콘텐츠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외신도 한국의 '먹방' '쿡방' 열풍을 주목하고 있다. 18일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요섹남(sexy cooking man)이 한국 부엌 풍경을 바꾼다'는 내용의 기사를 다루면서 쿡방 열풍이 기존에는 배제돼 있던 한국 남성들의 요리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호감가는 남성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쿡방'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이같은 트렌드가 남성들의 부엌 출입을 금하던 유교적 가치관에 새로운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사진=JTBC 제공.
'먹방'과 '쿡방'은 사실 이전부터도 존재해왔다. 2001년부터 방송한 MBC '찾아라, 맛있는TV' 등을 필두로 맛집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한 데 이어 잠시 주춤했던 '먹방' '쿡방' 열풍은 스타 셰프와 셀러브리티가 접목되면서 폭발력을 발산하고 있다. 기존에 단순히 먹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요리하는 과정을 방송하는 포맷에서 점차 진화하며 발전해가고 있는 것.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이미 먹방과 쿡방 시대는 '시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트렌드에 변화가 생길지도 주목해볼 만한 점이다.

JTBC 홍보마케팅팀의 정지원 과장은 "'먹방' '쿡방' 열풍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며 "'냉장고를 부탁해'가 본격적인 셰프테이너 붐을 만들면서 여전히 화제성 지수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고 이를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이 여럿 만들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괜찮은 셰프나 유명인만 섭외해도 프로그램이 '먹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새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것은 이후 2개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싶다. 새롭게 등장한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반응이 나쁠 경우 시청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올리브TV를 필두로 먹방과 쿡방의 트렌드를 선도한 CJ E&M도 점차 요리 프로그램은 퇴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CJ E&M 김지영 방송홍보팀장은 "지금이 요리 프로의 최전성기이기도 하지만 '지겹다'는 반응도 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예능은 항상 트렌드가 바뀌는 만큼 다음 트렌드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인데 내부적으로는 이제 다른 측면으로 '힐링'을 보여주는 콘텐츠로 기획 방향을 이동해가고 있다"라고 들려주었다. 

  • tvN '삼시세끼' 사진=tvN 제공
먹방이나 쿡방이 다양하고 세분화된 포맷으로 진화해 갈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 좀더 수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관점의 요리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먹방이나 쿡방의 열풍은 당분간 계속되는 가운데 기존에 단순한 '보여주기 식' 포맷은 시들어갈 것 같다. 요리하는 것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은 이제 한계가 오지 않았나 싶다. SBS '백종원의 3대천왕'도 그런 맥락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인데 셰프가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맛있게 먹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먹방에서 쿡방으로 발전해왔다면 이제는 '즐기는 방식'을 다각화한 프로그램이 고도로 진화돼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몇년간 예능 프로그램은 오디션 프로와 육아예능에 이어 '먹방' '쿡방'으로 이어지며 사회문화적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정점에 다다른 '먹방' '쿡방' 열풍이 점차 퇴조하고 또다른 신(新) 트렌드가 등장할지, 점차 세분화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하나의 장르적인 성격으로 발전해갈지 변화의 방향이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