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267

다시 배우 윤정희 그리고 성년 후견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정사에 관한 청원까지 오른다는 언론의 비판이 있었다. 실제 그렇다면 공공성이 떨어져 보인다. 이는 배우 윤정희씨에 관한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오른 이후에 제기됐다. 그 청원의 내용은 배우 윤정희씨가 치매증세를 보이고 당뇨까지 앓고 있는데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남편과 딸이 후견으로 있는 데도 방치돼 있다는 지적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배우가 이런 지경이라니. 1960년대 후반 남정임, 문희와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고, 그동안 320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대종상 영화제 등에서 28번의 여우주연상을 받기에 이르렀던 최고의 배우 윤정희.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작품에 출연, 칸 영화제에 초청돼 여우주연상에도 언급된 배우가 알..

영화 '승리호'가 쓰레기라고요?

쓰레기에서 승리하는 연대의 미래를 김헌식(박사, 평론가) 가볼로지(garbology)는 본래 garbage(쓰레기)에 학문을 뜻하는 logy를 붙여서 만든 조어로 ‘쓰레기학’이라고 불린다. 대개 쓰레기 연구를 통해 그 지역의 사람들에 관한 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하는 학문이다. 쓰레기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학자들만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많아졌다. 쓰레기 속에서 고물을 찾는 사람들인데 그 고물이 보물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물이 보물이 되는 상황은 먼 미래에도 여전할 수 있음을 화제의 영화 ‘승리호’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처음에 승리호를 대하면, 전투함대를 떠올릴 수 있는데, 이 영화는 그 선입감을 뒤집어 버린다. 어쩌면 이런 생각은 우주공간을 다룬 영화들의 일정한 관습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스타..

공간 방역의 과학적 실험과 데이터 지원 필요

-공연장, 극장을 중심으로 공연계의 소리 없는 아우성은 이제 소리 있는 아우성이 되었고 순수예술이나 대중예술 나아가 상업 예술이나 독립예술을 막론하고 코로나 19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관련 예술가들이나 스텝의 생계는 물론이고 문화예술 생태계 붕괴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영화도 그렇지만 공연장에서 감염된 사례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혹한 방역 조치 때문에 어려움이 극심하다는 주장은 작년부터 표출되어 왔다. 다만 잠재적 위험이 있다면 그간 통제책을 유지해야 하겠지만 그 전제는 과학적 연구에 따른 근거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근거 마련에 연구지원도 없다. 우리나라에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해외 사례를 살펴야 한다. 지난해 10월 독일 할레의과대학 연구팀은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실내 콘서..

달콤한 집이 왜 공포스러워졌나

-꼭 스스로 욕망 때문에 괴물이 되는가. 연근괴물, 근육 괴물. 분명 인상적이고 남다르다. 글로벌 히트작 ‘스위트홈’은 K 크리처(Creature)물 가운데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대개 괴수나 괴물체를 등장시키는 크리처물은 이분법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즉 괴물이나 괴수가 외부 세계에서 침입을 하는 것이지 내부에서 성장하지는 않다. 크리처물의 기념비는 영화 ‘킹콩’(King Kong, 1933)으로 이 작품은 1976년과 2005년에 걸쳐 두 번이나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비슷한 유형의 괴물 영화들이 나왔고, 일본 영화 '고지라(ゴジラ, Gojira,1954)까지 등장하게 했다. 영화 ‘에일리언’(alien, 1997)에서는 우주 공간에서 마주하는 괴생명체를 다룬다. 나아가 ‘스타십 트루퍼스’(S..

정인이를 형사들은 왜 갖지 않았을까?

-정인이에게 사죄해야 할 경찰 시스템 한국 영화의 흥행 코드 가운데 하나가 조폭이라고 한다. 아무리 흥행 코드라고해도 코로나 19 상황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사실 조폭과 양수 겹장으로 반드시 따라다니는 직업군이 있지만 이를 잘 언급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바로 범죄자를 잡는 경찰, 대부분 형사다. 형사라고 하면 우리는 강력반 형사를 연상한다. 드라마도 물론이고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경찰은 바로 이 강력반 형사들이다. 대개 강력반 형사들을 생각하면 특정 이미지가 떠오른다. 자동 연상체계이기 때문에 스키마(Schema, 圖式)에 가깝다. 힘들고 고되며 실적 부담에 쫓기는데 월급이나 많으면 모를까. 공무원 월급에 박봉이라는 점이 강조되기 일쑤이다. 아예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극한직업’에서 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은 골든글로브, 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골든글로브의 50%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아티카의 강도인데 기괴한 행태 때문에 아직도 간간이 언급된다. 아테네 교외 언덕에 살면서 프로크루스테스는 행인을 자신의 침대에 뉘고 키가 침대보다 길면 긴 만큼 잘라내고,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춰 늘였다. 그리고는 마침내 죽였다고 한다. 여기에서 ‘늘리고, 줄이고’와 ‘죽였다’는 말의 연결이 중요하다. 즉, 자신의 잣대를 가지고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살인적인 짓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프로크루스테스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행위는 비단 신화 속에만 있지 않다. 예컨대, 이러한 행위가 세계적인 영화제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매우 오랫동안 버젓이 자행돼 왔다. 그간에는..

위기이론과 설민석 현상

-설민석이라는 상징상품의 예고된 미래, 대안은? 1931년 미국 보험회사 연구원이었던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는 수많은 사고 현장을 조사한 결과를 한권의 책으로 묶어내는데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A Scientific Approach)’이다. 그 책에 지금도 많이 회자되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 정리돼 있다. 그는 이 법칙을 통해 대형 사고 전에 경미한 사고 징후들이 300번 이상 존재했다는 점을 밝힌다. 미시간 주립대학의 심리학자 케네스 웩슬레이와 티모시 볼드윈 박사의 ‘스위스 치즈 모델(The Swiss Cheese Model)’에서는 스위스 치즈처럼 작은 구멍이라도 그것이 한꺼번에 겹..

연말가요시상식은 방역에 위험하다.

이번 겨울 코로나 19 확산에서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 동안 감염 사례가 없던 대중가수들이 대거 감염이 이뤄졌던 점이다. 또한 방송 제작 인력 가운데에서 젊은 인력들이 특히 감염사례가 속출했다. 이러한 점은 코로나 19가 우리의 일상에 매우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롯 가수 이찬원, 가수 청하, 골든 차일드 멤버 재현, 그룹 업텐션의 비토와 고결, 에버글로우 이런과 시현 등이 확진이 되었다. 영화계에서는 민규동 감독이 확진되었고 배우 류수영의 매니저가 감염되거나 권상우, 유재석 소속사 직원도 감염이 되었다. 다행하게도 세븐틴과 NCT는 음성 판정이 나오기는 했다. 흔히 감염이 이뤄질려면 3밀에 노출될 수록 위험하다. 밀집, 밀접, 밀폐된 공간적 특징이 있다. 그런데 또한 시간적 개념이 중..

코로나 팬더믹의 세계에 필요한 우리 종이꽃 철학

-보편과 형평의 철학 하늘의 여름 해를 잠시라도 보고, 앞을 다시 보면 순간적으로 사물이 분간이 되지 않는다. 강렬한 햇빛 잔상이 시각에 간섭 효과를 순간적으로 일으키기 때문이다.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도 마찬가지 간섭 효과를 일으켰다. 칸영화제는 물론이고 아카데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화제를 휩쓸다시피 하니까 웬만한 영화제의 수상작은 화제가 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1등주의와 쏠림 현상에 경도된 한국 사회의 단면일 수도 있겠다. 영화 ‘종이꽃’(2020)도 봉준호 기생충의 역광 효과를 본 영화 가운데 한편이다. 지난 5월, 제53회 휴스턴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등 2관왕에 올랐고 주연 배우 안성기는 한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곤란을 딛고 ..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은 정말 어떻게 되었을까?

아침 일찍 종이컵이 수십개 열과 행을 지어 도열된다. 그리고 커피, 프림, 설탕이 일정한 비율로 척척 스푼에 따라 담긴다. 눈들은 모두 큰 시계를 향한다. 째깍째깍! 아홉시. 업무 개시 시간. 뜨거운 물이 담긴 커피 포트는 이미 대기된 종이컵으로 향한다. 이제 종이컵은 커피찻잔이 되고 그 잔들은 사무실에 있는 각 사무원들의 책상으로 이동된다. 책상에 앉아 있던 샐러리맨들은 일종의 배달된 커피를 마시고 업무를 시작한다. 이 커피를 준비하는 이들은 샐러리맨들과 달리 자주색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 유니폼은 양장스타일이기 때문에 단번에 그들 모두 여성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장면이 담긴 개봉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비록 1990년대 초반의 풍경이지만, 차별로 설움 받는 상고 출신 여성들의 대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