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비교문화

한 해 1500억원 수출하는 ‘온라인 한상’ … 그들의 비결은 한류와 신용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9. 1. 12:51

한 해 1500억원 수출하는 ‘온라인 한상’ … 그들의 비결은 한류와 신용



클릭으로 세계 시장을 누빈다 <1> '1인 기업' 창업 2030 성공기

[중앙일보 최지영.김상선] 1초마다 2000달러가 거래되고 1초마다 9200만 명이 이용한다. 1분마다 자동차가 한 대씩, 3초마다 신발이 한 켤레씩 팔린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베이' 얘기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시장을 탈피해 이베이에서 세계 각국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파는 '온라인 한상(韓商)'들이 늘고 있다. 2008년 170억원에 그쳤던 이베이를 통한 해외 수출 규모는 2009년 400억원, 지난해 1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15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을 해외에 보내거나 해외박람회를 찾아 헤맬 필요 없이, 그리고 외국에 창고를 마련할 필요 없이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이베이에서 성공을 이룬 1인 기업·중소기업을 취재했다.

글=최지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도복 파는 '무술 고수' 조성환씨

조성환씨

이베이에서 성공을 이룬 1인 소호(SOHO) 3명은 그 비결로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말고 차근차근히 할 것 ▶한국의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를 것 ▶해외 고객들을 상대할 때도 역시 가장 기본은 신뢰도란 점을 명심할 것을 꼽았다.

 이베이에서 태권도·검도·가라데 같은 각종 무술 도복과 용품을 팔아 한 해 15만 달러(약 1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제네럴코리아 조성환(35) 사장. 그는 보유 무술 단수만 합쳐 15단인 무술 고수다. 본업은 극진가라데 도장 운영이다. 도장에 오는 제자들을 위해 도복을 직접 디자인해 만들었던 그는 2007년 도장에 입문한 제자를 통해 이베이에 대해 알게 됐다. 세계 각국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팔 수 있다는 솔깃한 얘기였다. 조 사장은 “때마침 아시아 무술에 대한 관심이 서방에서도 높아지던 터라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회 참가차 갔다가 준비해 간 도복 30여 벌이 외국 선수들에게 반나절 만에 팔려나간 경험도 해외 판매를 시도해보자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국내 생산 제품을 주로 파는데 지금까지 40여 개국에 팔려 나갔다. 태권도 도복은 유럽 지역에서 인기가 높고 요즘엔 러시아에서도 주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Kamsahamnida(감사합니다)'라고 e메일로 인사를 전하는 고객들은 물론이고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며 직접 찾아와 인사하는 고객들도 있다. 최근엔 터키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작가가 경기도 부천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 초청받아서 왔다가 이베이를 통해 주문한 검도 보호대를 직접 받아간 일도 있었다. 

 조 사장은 요즘엔 이베이 판매 노하우를 다른 1인 소호들에게 전해주는 강사로도 뛰고 있다. 이베이를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는 동대문시장 여성의류 업체에 3개월간 컨설팅도 제공했고, 경기도가 연 중소기업을 위한 온라인 무역상담회에서도 강사로 나섰다. 그는 “2008년만 해도 적었던 한국 판매자들이 늘어나 요즘엔 한국 셀러들끼리 경쟁하기도 한다”며 “성공하려면 한번 배송한 제품은 배송이 잘못되더라도 끝까지 책임지는 등 신뢰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개인 소비자뿐 아니라 대형 주문을 내는 해외 바이어를 개척해 수출 물량을 더욱 늘리는 게 희망이다.

취미가 사업이 된 이민걸씨

이민걸씨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2학년 이민걸(25)씨는 취미가 자연스레 돈벌이로 연결된 경우다. 소문난 야구 매니어인 그는 국내 야구는 물론 메이저리그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모르는 게 없고, 학교에서도 야구 동아리 감독을 맡고 있다. 이씨는 8년 전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메이저리그 야구카드 소장품을 구하기 위해 이베이를 처음 접했다. “처음엔 어떻게 하는지 몰라 아는 선배한테 아이템 구매를 부탁했다”는 그는 매번 부탁하기 미안해 혼자 이베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이베이 노하우를 돈 버는 데도 써보자고 결심해 4개월 전 직접 판매에 뛰어들었다. 아이템은 한류 바람을 타고 해외 소비자들이 구하고 싶어 하는 한류 스타 소장품으로 정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카드를 직접 모아 보니 컬렉션 아이템들은 꼭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있어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의 생각은 맞아떨어져 한류 스타 카드는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5개월 동안 총 600여 개 상품, 1만2000달러(약 1300만원)어치를 팔았다. 그만의 판매 노하우도 있다. 그는 “새로 상품을 올릴 땐 미국·유럽 소비자가 모두 깨어 있는 시간대를 골랐다”고 말했다. 미국 태평양 시간 기준 오후 7시면 적당하다. 또 연관 상품을 모두 구매하기 원하는 수집가를 공략하기 위해 연관된 상품 검색이 수월하게끔 상품을 등록했다. 남들이 쉽게 구하기 어려운 수집가용 아이템인 만큼 정해진 가격보다는 경매로만 물건을 판다. 스스로 물건을 사는 데 이용해 본 사이트라 장단점을 잘 알기 때문에 수집가 고객들을 재빨리 응대할 수 있다고 그는 판단한다.

 이씨는 “너무 잘 팔리다 보니 물건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소녀시대 카드나 브로마이드·캘린더 등 한류 스타 컬렉션은 공장에서 찍어내거나 대량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특정 업체들이 판촉용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수소문해 구해야 한다. 아는 친구들에게 부탁하기도 하고, 업체들이 선착순으로 나눠줄 때 줄을 서서 얻기도 한다. 

 이베이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이번 여름방학부터는 오프라인 무역을 하고 계신 아버지를 도와 일해 볼 참이다. 이씨는 “한류 스타 컬렉션 판매를 계속하면서 아버지가 해외 바이어를 통해 수출하고 있는 베어링이나 샤프트 등 공구 1000여 건도 등록해 온라인 수출을 시도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퍼상' 꿈꾸는 대학 졸업반 박태웅씨 

박태웅씨

오는 8월 졸업 예정인 서울대 기계공학부 4학년 박태웅(28)씨의 꿈은 '오퍼상(개인 무역회사)'이다. 그리고 그 전 단계로 온라인 오퍼상을 다섯 달 전에 차렸는데, 벌써 약 1만 달러(약 1080만원)의 한국산 화장품을 수출했다.

 “엔지니어나 개발 쪽보단 상품 기획이나 판매에 원래 관심이 많아 내 사업을 꼭 해보고 싶었다”는 그는 정식 오퍼상이 되기 전에 직원이나 큰 자본 없이 경험을 쌓으려 이베이 문을 두드렸다. 

 전공이나 취미와도 전혀 관계없는 화장품을 판매 물건으로 잡은 건 인터넷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 카테고리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판매자 증가 속도보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가 더 빠르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처음엔 중국산이 판매 제품의 80%였지만 품질에 대한 불만이 속출했다. 그래서 점점 한국산 비중을 늘렸고, 지금은 100% 한국산 제품만 판다.

 박씨는 “한류 바람이 불면서 한국 화장품 인기도 높아져 매출 증가 추이가 가파르다”고 전했다. 또 “수많은 판매자보다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려면 내 얼굴과 아이디를 관리하고 판다는 생각으로 고객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투아니아·라트비아·브라질처럼 배송 중 분실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으로부터의 주문도 거절하지 않고, 배송 사고가 생기더라도 책임지고 환불해줬다. 박씨는 “당장은 손해인 것 같지만 고객들이 평가를 올리는 게 모두 축적되고, 그 신뢰도를 보고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에 길게는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베이는 국내 인터넷쇼핑몰과는 달리 제품을 보내기 전 고객이 먼저 결제하는 시스템이라 훨씬 신뢰도를 많이 본다는 얘기다.

 이베이에서 물건을 팔다 보면 ▶캐나다 우체국 직원들의 파업 ▶칠레 화산폭발 등이 남의 일이 아니다. 박씨는 “열흘이면 되는 배송 기간이 한 달까지 늦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꼼꼼히 챙겨 고객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베이에서 현재 팔리지 않는 획기적인 새로운 아이템이란 없다”며 “획기적인 신상품을 찾느라 고민하지 말고, 남들이 다 판매하는 거라도 잘 관리해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가정에서 인터넷 등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해 최소한의 인력과 비용으로 사업을 꾸려가는 직업 형태. 재택근무는 회사에 소속돼 있지만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형태인 데 비해, 소호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창업해 회사를 꾸리는 것이 차이점.

▶김상선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sskim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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