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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방송도 최근에야 저작권료 지급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낙후돼 있는 중국에서 한국 음악이 공짜로 팔려나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내 음원 다운로드가 수천만 건에 달해도 저작권료를 전혀 받지 못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대중음악계에선 "저작권자들에게 한류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작곡가 유영선씨는 현재 중국의 음악서비스 회사인 S사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유씨가 작곡한 노래 '용서 못해'가 중국 내 다운로드 1위에 오를 만큼 큰 인기를 얻었지만, 정작 유씨는 S사와 다운로드 계약을 맺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용서 못해'는 국내서도 인기 높았던 드라마 '아내의 유혹' 주제가. 이 드라마는 최근 중국에서 방영되면서 19.8%라는 기록적 시청률을 올리는 인기를 얻었다. 주제가인 '용서 못해'는 중국 가수 리자루(李佳�T)에 의해 중국어로 번안돼 불렸고, 드라마가 방영되던 두 달간 중국 다운로드 순위 1~3위에 머무르며 엄청난 히트를 쳤다. 이 노래는 현재도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 5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작곡가 유씨는 이 노래 사용계약을 맺으면서 "드라마 방영시에 한하여"라고 한정했다. 다운로드나 벨소리 서비스는 일절 계약하지 않은 것이다. 유씨는 "5월 말까지 S사로부터 납득할 만한 회신을 받지 못하면 바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씨처럼 중국에서 저작권을 침해당하는 경우는 그 횟수도 잦고 유형도 다양하다. 대만 가수 판웨이보는 지난 2009년 한국 힙합듀오 '프리스타일'의 노래 'Y'를 무단으로 리메이크해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노래의 저작권자인 H뮤직이 총 10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과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H뮤직의 후신인 더그루브 엔터테인먼트 황동섭 대표는 "여러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일부 승소했으나 피고 회사가 폐업하는 등 실익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매우 뒤떨어져 있다. 국영방송인 CCTV가 작년 9월에서야 TV와 라디오에서 방송하는 노래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급기로 했을 정도다. 중국 노래를 무단으로 공짜 다운로드 서비스하던 포털 '바이두'도 최근에서야 저작권료를 지불키로 했다. 음악뿐 아니라 저작권이 적용되는 모든 분야가 비슷하다. 중국 영화 개봉에 맞춰 나오는 캐릭터나 기념품, 게임 등 영화 파생상품의 80%가량이 해적판이며,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CD의 90%가 불법 복제판이라고 할 정도다.
특히 중국은 판매량에 맞춰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정산' 개념이 없다시피 하다. 유영선씨는 "내 노래에 대한 저작권료는 계약금조로 받은 1만달러가 전부"라며 "노래가 몇백만건 다운되든 말든 저작권료는 이미 다 지급했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댄스그룹 원더걸스의 노래 '노바디' 역시 작년 초 중국에서 한 주에 100만건씩 벨소리로 팔려나갔지만 받은 돈은 선금 20만 위안(약 3350만원)이 전부였다.
음악저작권 중개회사인 고산미디어 윤영인 대표는 "'대장금'을 비롯해 중국에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가 많지만 저작권료 정산을 받았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며 "정산을 요청하면 '계약금 한 방으로 끝내는 게 중국의 관행'이란 대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런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우리 정부도 나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임원선 저작권정책관은 "이달 말부터 베이징과 방콕의 한국저작권위원회 사무소에서 저작권 침해 실태를 집중 모니터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개별 업체들의 손해배상 소송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현우 기자 hwh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