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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잡던 교양이 예능 그 경계를 허물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7. 7. 09:59

폼잡던 교양이 예능과 한 이불속에서 옷벗다


예능은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흐름(Flow)의 성격이라면, 교양은 정보와 지식을 쌓는 축적의 면모를 갖고 있다. 예능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기 때문이고 교양이 예능보다는 덜 비판을 받거나 전폭적으로 호평을 받는 이유는 지식과 교양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미와 즐거움은 한순간이지만 지식과 교양은 항구적으로 우리의 삶을 지탱해줄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재미와 즐거움만 있는 예능이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재미와 즐거움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얻을 수도 있다. 아예 예능이 교양과 결합하는 방식을 추구한지 오래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이라고 불러왔다. 인포테인먼트는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이며 예능 프로그램에 정보적 성격을 강화한 포맷을 일컫는다. 단순히 찰나적인 흥미만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은 엄연하게도 예능프로그램의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이 교양 프로그램의 지식과 정보를 추구해 오는 사이 교양 프로그램도 이에 대응하여 예능적인 특성을 강화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교양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교양 프로그램의 취약점이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 예능의 영역으로 교양이 진출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하지만 교양 프로그램의 재미와 즐거움에 치중할 경우, 연성화 되는 문제가 계속 지적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교양은 좀 더 나은 삶을 모색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며, 이는 문화(Culture)의 맥락과 밀접하다. 

교양 프로그램의 변화된 방송환경에 대한 적응적 변신은 외연적으로 예능프로그램의 형식을 구비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내용면에서도 교양 프로그램은 변신을 거듭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전처럼 지식과 정보를 통해 삶의 교양을 쌓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측면을 강화해왔다. 즉 실용성이나 유용함이 강화되었다. 또한 시청자가 지식과 정보를 통한 피(被)교양 화의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 참여와 상호작용성의 주체로 반영되었다. 이는 시청자의 방송주체화의 견지에서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쩍 많아진 교양 파일럿 프로들은 교양의 틀에서 형식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왔다.

예능 포맷의 차용-토크와 연예인

예능의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토크’이다. 교양물의 전형적인 형식은 역사 다큐프로그램이다. KBS의 경우, ‘역사 스페셜’이나 ‘한국사 전(傳)’을 통해 이를 확고하게 보여준 바 있다. 역사적 사실을 다양한 시각적 효과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구현했다. 여전한 일방적 전달에서 벗어난 ‘역사저널 그날’은 예능의 토크형식을 결합했다. 역사 속 특정한 날을 중심에 두고 이를 둘러싼 여러 가지 화두를 제기하고, 패널들이 지식과 해석을 풀어놓는 역사 토크 형식을 갖추고 있다. 토크는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관과 감정에 치우칠 수 있지만, 전문가적 견해와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재미와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교양이 예능의 형식을 취하는 또 다른 방식은 연예인들이나 스타의 등장이다.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거나 선호하는 연예인들을 등장시켜서 교양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MBC ‘여행남녀’는 연예인 남녀가 자신들의 스타일로 여행의 여정을 보내는 모습들을 담아낸다. 방식은 스타들이 진귀한 음식을 찾는 식도락 여행과 현지인의 낯선 생활에 깊숙이 들어가 직접 살아보는 홈스테이 체험이다. 

기존 여행프로그램들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전달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간 간혹 유명인들을 등장시키기도 했지만 이는 전적으로 대중스타들은 아니었고, 주로 사회지도층이나 유명 인사였다. 즉 지식과 교양차원의 유명인이 우세했다. 이는 ‘꽃보다 할배’와 같은 프로그램이 시도한 연예인 여행의 형식을 빌려 온 것이다. 다만 집단적으로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을 뿐이다. 그들은 여행의 와중에도 끊임없이 느낌과 생각을 말한다. 즉 토크의 성격이 매우 강화되었다. 

다른 여행 관련 프로그램이 참여자의 언행을 최대한 삼가고 억제시키던 방식과는 다르다. 서로 다른 해외체험을 하게 만들어 이를 비교해 보내는 프로그램이므로 이 과정에서 다른 여행 프로그램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교양의 특징을 접하게 된다. 여행이라는 점을 강조할 때, 교양 프로그램의 범주에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출연자가 스타라는 점이 더 부각되는 경우, 예능에 더 치우치게 된다.

관찰예능방식 

KBS1 ‘엄마의 탄생’은 최근 방송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 육아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를 예능의 차원에서 소화하기에 바쁜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나 MBC ‘아빠 어디가’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려 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아빠 어디가’는 아빠들의 양육이나 캠핑 야영을 통해 벌어지는 일들을 재미와 즐거움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전형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엄마의 탄생’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일상을 관찰하고 이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다만, 관찰예능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개입을 자제하고 상황을 그대로 관찰 전달하는데 더 초점이 맞추어진다. 이 과정에서 많은 카메라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정한 공간을 다각도로 잡아낸다. 사소한 행동들에서 재미의 코드를 잡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연출자의 능력이 되기도 했다. 그것이 시청자가 즐거워하는 웃음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관찰예능이 전부는 아니다. ‘엄마의 탄생’은 스튜디오의 토크와 관찰예능방식을 결합하고 있다. 내용 관점에서는 교양에 가깝다. 미리 촬영한 내용을 보면서 스튜디오 안의 패널들이 토크를 나누면서 육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하지만 예능적인 요소를 강화할수록 기존의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잃게 된다. 더구나 연예인들이 등장한다. 관찰방식은 다큐멘터리 방식에 적극 활용되어 왔다.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찰방식이 예능 프로그램에 포함되고, 다시 새로운 형태의 교양물에 적용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KBS '스카우트'이다. 

입사채용 지향의 이 프로그램에서 도전자들의 일상생활을 관찰예능방식으로 촬영하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점에서 참여자들의 일상생활과 육성을 생생하게 포함시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찰카메라가 등장하고 그들의 경쟁 과정은 다큐방식으로 담긴다. 참여자들을 지켜보는 여러 각도의 카메라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어 취업 오디션 경쟁에 참여한 이들의 생생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해준다. 입사를 위한 딱딱한 경쟁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를 담으려 한다.

KBS 교양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KBS
실용성의 강화-가족과 육아

임신과 출산, 육아는 정보와 사실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본래의 교양 프로그램 차원에서 평가하자면 실용적인 정보의 특성이 강하다. 육아를 예능이 적극 다뤄낸 것은 금기 아닌 금기를 하나 무너뜨린 것이기도 했다. 아이를 텔레비전에 예능 차원에서 출연시키는 것은 유아의 상품화를 부추긴다는 측면이 오랜 동안 지적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 인기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런 관점의 비판은 여전히 비등하다. 유아의 상품화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그들의 사생활을 예능차원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교양적인 측면에서 다루는 것이다.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이런 육아 프로그램 범람의 시초가 되었다. 초기에는 아이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멘토링을 곁들이면서 육아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점차 육아 전체에 소재로 광범위하게 확대되었고, 육아의 구체적인 사실에 이르게 되었다. 개별꼭지 가운데 하나인 초보맘 육아일기는 이러한 소재의 확장을 인지하게 한다. 현장코치는 사소할 수 있는 육아들의 행동들을 교정하면서 올바른 육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든다. 

시청자들의 고민과 사연이 적극 반영되어 실제 일상생활에서 적용하거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전문가 관점의 지식과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는 정보의 제공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KBS1 ‘엄마의 탄생’은 다른 육아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정보와 지식의 전달에 좀 

더 무게를 둔다. 예컨대 임신성 당뇨병에 걸린 출연자를 통해 이 질병에 대한 정보와 예방 치료법을 상세하게 전할 수 있다. 임신과 태교, 출산 그리고 육아 과정의 정보는 물론 휴먼스토리에 중점을 더 두어야하는 포맷이다. 재미를 우선하는 것과 다른 인문적인 점이 장점일 수 있다. 다른 육아 관련 예능프로그램과 견줄 경우 밋밋할 수 있고, 예능에 대한 경도(傾倒)의 유혹에 시달릴 수 있다.

경제적 교양인가-창업과 취업 정보

대개 교양과 경제는 반대의 측면에 존재했다. 교양은 주로 정신적인 측면에 더 초점이 있고, 경제는 이른바 물적 토대에 관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양과 경제가 지식과 정보의 관점에서 만난다면 경제적인 분야도 교양의 영역으로 들어 올 수 있었다.

KBS 1 ‘대한민국 창업 프로젝트 천지창조’는 신개념 창업 인큐베이팅 서바이벌 방송을 표방했다. 창업, 투자 전문가들이 예비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를 심사하고 이들이 실제 창업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도록 하기에 실용적인 정보 프로그램이다. 실제창업을 하려는 시청자들에게 상당히 실제적인 정보와 지식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을 역시 빌려오고 있다. 다만 약간의 변형을 취하고 있기도 하다. 2013년 KBS 1의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 '황금의 펜타곤'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황금의 펜타곤' 은 1천여 건의 창업아이템 가운데 투자전문기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43팀의 본선 경합 무대를 오디션 방식으로 치렀다. 참가자들은 창업 아이템을 심사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심사위원들의 표를 가장 많이 받은 팀은 결선 진출하면 파격적인 창업자금이 주어졌다. ‘천지창조’는 이런 결선방식이 아니라 예선을 거친 참가자들이 심사 위원에게 선택되어 같이 동반자적 창업을 이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시청자들에 창업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실제 창업에 대한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즐거움과 함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에는 분명하다.

KBS1 ‘꿈의 기업 스카우트’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입사지원과 기회를 포맷으로 삼았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고교 졸업생들의 취업에 관한 선도적 프로그램으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을 취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각 단계마다 주어지는 미션을 완수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평가에 따라 탈락여부가 결정되며, 최후의 1인으로 우승한 참여자에게는 해당 기업의 사원증이 수여된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참여와 도전이 전제되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취업에 관심이 있는 취업 응시생들에게 실질적인 면접이나 채용에 관한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천지창조’와 ‘스카우트’는 모두 시청자들의 참여를 통해 성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참여를 경험담이나 사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을 카메라에 담기만 하는 관찰 다큐방식과도 달리 진행된다. 시청자의 참여가 장기 자랑에 한정되는 예능과도 거리가 멀다. 시청자들의 경제적인 삶의 구체적 행태들 속에서 실질적인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제 일정한 효과를 안겨준다. 창업을 하거나 기업 인재 선발해 입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교양 프로그램이 창업이나 취업에 관한 정보와 사실만 전달하던 소극적인 의미의 특성과 차별되는 점이라 하겠다.

예컨대 KBS ‘희망 기업 열전’은 유명한 각 기업을 탐방하여 기업은 물론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를 단순히 제공하는 선에서 머물고 만다. 이런 방식은 시청자들을 일반적인 정보 피전달자에만 머물게 할 수도 있다. 시청자의 입장이 아니라 기업인의 시선만 반영하는데 그칠 수 있는 것이다. 

파일럿 교양들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정규편성에 선택되기 힘들지라도 그 포맷이나 내용의 혁신적인 시도 면에서 항상 탁월함을 자랑해왔다. 그 변신의 시도가 시청률과 이어지지 않아도 가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MBC ‘전설의 비밀’은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인물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다큐멘터리 포맷은 미니토크쇼 및 재연 형식과 함께 했다. 다만 기존의 ‘성공시대’와 맥락이 같았다. 예전 인물에 대한 재조명이기 때문에 복고적이면서 신선감이 떨어질 수 있는데, 전설의 비밀이 색다를수록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둘 수 있는 포맷이었다. 

MBC ‘어느날 갑자기’는 내용면에서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당시 자료와 실사, 재연, 인터뷰, 1인칭 내레이션을 구성한다. 대구 지하철 화재, 멧돼지와 싸운 사례, 사이판 총기 난사 사건 등이 다뤄졌다. 이는 단지 기적과 같은 흥미가 아니라 그들의 상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회적 제도적 관점의 해법 모색도 여전히 화두를 던진다.

KBS ‘공소시효’는 시즌제 제작이 거론된 프로그램으로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사건을 재구성해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VCR과 스튜디오 토크로 되짚어보는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배우의 진행에 변호사, 프로파일러와 함께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들이 직접 출연해 사건을 분석했다. 이런 방식은 실제 사건의 해결과 이어지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의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

'심야토론'의 예능화를 표방했던 교양국에서 제작한 KBS2 ‘역지사지 토크쇼 대변인들'은 두 가지 꼭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선 '제1장-적과의 대화'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상호 토론을 벌이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각 입장만을 확인할 뿐 심도 있는 논의와 해법을 모색하기에는 부족했다. 더구나 구체적인 방안이 아니라 주관적 입장 차이의 확인에 머물렀다. '제2장-을과의 대화'에서는 7명의 일반인 출연자들이의 사연과 고민 가운데 하나를 직접 해결하는 솔루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꼭지가 ’안녕하세요‘의 수준을 넘으려면 그 해법이 현실적이고 실제적이어야 했다.

현지의 맛집과 명소를 찾아다니는 여행프로그램 SBS ‘일단 띄워 SNS 원정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여행을 컨셉으로 삼고 있어 독특했다. SNS를 통해 숙박지를 정하고 스마트폰 한 대만 지니고 목적지를 찾아간다. 그런데 참여자들이 연예인들로 구성돼 월드컵 특수를 활용해 브라질 여행기를 다룰 뿐 내용적으로 크게 차별화를 이루는 점이 적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실험적인 성격이 강할 수 있지만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서 오간다. 시청률 평가 면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가혹할 수 있다. 단 한 번의 방영으로 존립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런 평가로 정규 방송을 선택받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많을수록 교양 프로그램의 외연 확장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반응이 나빠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긍정적인 선호가 나타나는 예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양의 중심축

교양프로그램이 항상 다양한 소재와 포맷의 변화의 폭이 큰 것만은 아니다. MBC ‘문화 사색’이나 KBS ‘문화 책갈피’처럼 문화예술에 관한 프로그램은 여전히 교양 프로그램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정보와 소식을 전달하는가 아니면 해석과 기획의 차별적인 구성인가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역시 ‘SBS 스페셜’, ‘MBC스페셜’, ‘KBS 다큐 3일’도 교양다큐의 면모를 살리면서 약간의 구성적 변화를 기하면서 시청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교양과 예능의 구분이 갈수록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교양이 예능에 수렴 되어 버릴 것이라는 우려감도 적지 않아왔다. 하지만 교양의 입지는 결국 방송의 사회적 공공적 가치에 수렴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좀 더 교양다운 교양프로그램을 원하는 시청자는 항상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겉으로는 교양의 형태를 띠면서도 안으로는 교양의 본질을 잊지 않아야 한다. 디지털과 모바일 시대에 역으로 요구되는 지상파 교양 프로의 역할이기도 하다. 

글/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