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전문직 드라마’ 전문성이 없다…소재만 활용 시청자 눈높이 못맞춰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00

전문직 드라마’ 전문성이 없다…소재만 활용 시청자 눈높이 못맞춰

올해 드라마와 관련한 키워드로 빈번히 등장하는 것이 ‘전문직 드라마’의 부상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전문직 드라마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전문직’이라는 화려한 소재만 활용할 뿐, 전문성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해 일반 시청자의 눈높이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소재만 전문직?=올해 ‘전문직’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왔다. 의학 드라마로 유례없는 성공과 호평을 동시에 거머쥐었던 MBC ‘하얀거탑’을 비롯해 ‘에어시티’ ‘개와 늑대의 시간’ ‘옥션하우스’와 SBS ‘외과의사 봉달희’ ‘로비스트’ 등이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드라마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국정원 비밀요원, 경매사, 로비스트 등의 전문직을 소재로 다뤄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목을 끌었던 만큼의 성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에어시티’는 국정원 비밀요원을 소재로 했지만 멜로 라인에 치중해 ‘무늬만 전문직 드라마’라는 혹평을 받았다. ‘로비스트’의 경우도 비슷하다.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로비스트가 ‘무기밀매상’ 정도로 비춰졌다는 평이다.

최근 시작한 MBC 의학드라마 ‘뉴하트’의 경우도 기존 의학드라마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이다. 특히 초반부터 사실관계와 관련해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의과대학에서 후배가 선배에게 반말하는 경우는 거의 생각할 수 없다’든지 ‘병원에서 의사는 보호자에게 소리를 지를 수 없게 돼 있다’는 등의 지적이 시청자 게시판에 빗발쳤다.

물론 드라마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 시청자들의 눈에까지 ‘거슬리는’ 장면들이 빈번이 등장한다면 이야기에의 몰입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아직은 ‘전문직 드라마’가 아니라 전문직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라며 “미국 드라마 등으로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주려면 상당한 리얼리티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드라마의 탄탄함이 답=내년에도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한 작품들이 여러 편 시동을 걸 조짐이다. SBS ‘온에어’는 드라마PD와 작가, 연기자 등을 소재로 다루며 MBC ‘비포&애프터 성형외과’는 성형외과 의사들을,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식객’은 요리를 둘러싼 세계를 그릴 예정이다. 과거 천편일률적인 ‘멜로 드라마’ 일색에서 벗어나 드라마의 소재가 다양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줬던 수준에 그친다면 ‘발전’이라고 속단하기 힘들다. 드라마평론가 윤석진씨는 “‘청춘멜로’물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도에서 실제 전문성을 담보하지 않은 채 ‘전문직 드라마’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직 드라마가 드라마판의 다양성을 담보하는 요소로 자리잡으려면 내용 자체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종영한 ‘옥션 하우스’가 좋은 예다. ‘옥션 하우스’는 경매사라는 생소한 직업을 비교적 생생하게 드라마화하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설득력있게 녹여내 ‘전문직 드라마’에 가장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진씨는 “일요일 밤시간에 편성된 탓에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넓힌 드라마”라며 “전문직을 일반에게 개연성있게 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결국은 내실있는 스토리와 캐릭터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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