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드라마, 출판계와 通(통)하였느냐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01

드라마, 출판계와 通(통)하였느냐



서점가에 드라마 ‘○○○’ 원작, 드라마 ‘○○○’ 실제 주인공 이야기 등의 띠표지를 두른 책들이 넘쳐나고 있다. 원작을 토대로 한 드라마가 많아지면서 출판계도 드라마 방영에 발맞춰 활발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미 인기가 검증된 원작은 드라마 흥행의 안전판 역할을 해주고 원작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즉각적으로 독자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드라마는 절판된 책까지 살려내기도 하며 TV셀러(텔레비전의 영향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세종’이 뜬다= 지난 5일 첫방송한 KBS1 대하사극 ‘대왕세종’은 첫 회부터 20%가 넘는 시청률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세종의 인기는 현실의 정치 사회적 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 변화를 바라는 열망이 지난해 개혁군주 정조에 투영되었다면 대선이 끝난 지금은 태평성대를 구가한 성군에 대한 열망이 시작되는 시기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창업형 군주에서 수성형 군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고 세종이 가지고 있는 실용적, 과학적 코드가 요즘 요구하는 대통령상과 맞아떨어진다”며 “세종과 더불어 임금이 되는 절차상에 문제가 많았던 태종이 어떻게 이를 극복하느냐도 현실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맞춰 세종과 관련한 책들도 신이 났다. 조선 최고의 성군이라는 평가를 받는 세종답게 ‘대왕세종’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만 해도 한 두 권이 아니다. ‘대왕세종 -마음을 지배하니 세상이 나를 따른다’(백기복 저?크레듀)는 세종의 마음경영법을 중심으로 한 자기계발서로 지난해 출간되었지만 드라마 방영과 함께 다시 인기를 얻을 조짐을 보인다.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 조선의 정치가 9인이 본 세종’(박현모 저?푸른 역사)처럼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본 역사서도 세종을 입체적으로 다시 볼 수 있는 책도 있다.

앞 부분이 비슷해 드라마가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빚었던 ‘뿌리깊은 나무’(이정명 저?밀리언하우스)도 이런 논란이 손해 보는 것만은 아니다. 얼마전 이 책을 구입했다는 정진우(29?회사원)씨는 “논란이 있기 전에는 책에 대해 잘 몰랐는데 ‘대왕세종’을 보면서 알게 돼 주문했다”고 말했다. ‘뿌리깊은 나무’는 2006년 6월 발간돼 이미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지만 대왕세종을 계기로 제2의 인기를 노려 봄직하다. 또 ‘대왕 세종’이라는 똑같은 제목을 가진 소설도 올해 1월에 두 종류가 출간돼 ‘대왕세종’ 특수를 노리고 있다.

▶윈윈(win-win), 절판된 책도 살아난다= ‘대왕 세종’에 대한 출판계의 기대는 드라마를 통해 베스트셀러도 등극한 전례가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남장여자’ 윤은혜와 ‘댄디가이’ 공유를 최고의 스타로 키워낸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은 동명 원작을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올려놓았다. 한국출판인회의의 집계에 따르면 ‘커피프린스 1호점’(이선미 저?눈과 마음)은 지난해 7월 2째주부터 9월 첫째주까지 베스트셀러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 또 이선미 작가의 또다른 작품으로 ‘태백산맥’(조정래 저?해냄)을 표절해 최근 논란이 된 ‘경성애사’(눈과 마음) 역시 KBS2 ‘경성스캔들’의 원작으로 사랑받았다. 특히 ‘경성애사’는 2001년 발간됐다가 절판된 작품이었지만 드라마 방영에 맞춰 다른 출판사에서 개정판으로 나왔다.

향후 드라마와 ‘윈윈’할 원작으로는 ‘바람의 화원’(이정명 저?밀리언하우스)이 주목할 만하다. 문근영이 5년만에 안방에 복귀하면서 선택한 이 작품은 신윤복과 김홍도의 삶과 그림을 다룬 소설로 지난해 베스트셀러로 오른데 이어 인기 재점화에 나설 예정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소장은 “‘대왕세종’ 방영하는 1년 동안 더 많은 관련 책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영상과 책이 결합하면서 나온 TV셀러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새로운 의미를 밝히는 것도 없이 재탕, 삼탕으로 시류만 타서 나오는 것은 책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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