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미녀와 며느리에 갇힌 외국인 여성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9:02

[문화불평]미녀와 며느리에 갇힌 외국인 여성

(오른쪽)사돈, 처음 뵙겠습니다. 미녀들의 수다.
어느 방송 프로에 출연해 다문화 관련 방송에 대해서 언급할 때다. 담당 피디가 웃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왜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만 언급하는가. 다문화 프로의 좋은 시초는 ‘미녀들의 수다’가 아닌가.” ‘미녀들의 수다’도 언급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두 프로 모두 명분 뒤에, 그늘이 있으니 어느 것이 더 낫다 말할 수 없다.

대중문화에서는 역시 여성이 상품가치가 있는 모양이다. 과거에도 연변 처녀들이 영화와 드라마에 빈번하게 얼굴을 보였지만, 연변 총각은 ‘개그콘서트’에서나 희화화한 인물로 등장했다. 드라마 ‘황금신부’ ‘산너머남촌에는’ ‘미우나고우나’에는 모두 외국인 여성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주한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실감하게 한다. ‘황금신부’에는 라이따이한, ‘산너머 남촌에는’에선 베트남 출신의 하이옌(하이옌), 카자흐스탄 출신 소냐(에바 포피엘)는 ‘미우나 고우나’에 등장한다. ‘황금신부’의 라이따이한 누엔 진주역은 한국 배우 이영아가 맡았으니 논외로 하자.

하이옌과 에바 포피엘은 실제로 외국인 여성이며, ‘미녀들의 수다’가 낳은 스타라는 점에서 같다. 물론 ‘미녀들의 수다’는 한국에 거주하는 도시 감각의 젊은 여성들이 중심이다. 한국 사회에 뼈 있는 소리를 한다지만, 젊고 잘난 미인들만 모아서 갈수록 감각적인 수다나 떠니, 그것을 넘어서는 프로를 기획할 만도 했다. 그것이 바로 SBS의 ‘일요일이 좋다-사돈, 처음 뵙겠습니다!’인데, 고향을 떠나 머나먼 나라 한국 농촌에서 고생하고 있는 외국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친가와 시댁의 부모를 연결시켜주는 휴먼 예능프로다. 명분은 ‘미녀들의 수다’와 맞먹으며, 일정한 효과도 있다.

하지만 ‘미녀들의 수다’가 결국 미녀에 갇혔다면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는 며느리에 외국인 여성을 가두었다.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는 결국 외국인 여성을 한국인으로 통합시키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더구나 ‘러브 하우스’나 ‘느낌표’, ‘사랑의 리퀘스트’ 같은 공익성 프로그램처럼 불쌍함을 강조하고 연민을 자아냄으로써 감동을 이끌어내 시청률을 올린다. 겉으로는 시상할 만하지만, 속으로는 경쟁을 통한 고통의 상품화가 일어난다. 가난한 시골 촌노(村老)들은 어느새 그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올라 있다. 휴일 황금시간대에 편성해놓았으니 ‘별순검’처럼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시청률을 올리려면 불쌍함과 연민을 자극하고 고통을 극대화하여 감동을 갈수록 강하게 끌어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형식으로는 그녀들의 진정한 속내를 드러낼 수 없다. 그녀들에게는 문화 정체성과 여성 주체성이 없다. ‘며느리의 수다’라도 있어야 할 터다. 거꾸로 ‘미녀들의 수다’ 출연진은 스튜디오에서 수다만 떠는 것이 아니라 미녀가 아니어도 좋으니 자기 각자 일상 현장에서 한국 사회를 지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튜디오에서 수다만 떠니 연예인 지망생들만 모인다는 혐의가 갈수록 짙어진다. 김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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