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문화불평]의학드라마에 ‘패치 아담스’는 없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13. 18:57

[문화불평]의학드라마에 ‘패치 아담스’는 없나

한국에서도 메디컬 드라마가 부쩍 많아졌다. 메디컬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미국 드라마의 인기만이 아니라 의료라는 소재에도 있다. 엄밀하게 보면 현실에서는 외면 받는 외과가 드라마에서 각광받는 것이다. SBS ‘외과의사 봉달희’, MBC ‘하얀거탑’, MBC ‘뉴하트’는 모두 외과 이야기다. 특히 외과 수술은 죽음과 삶, 성공과 실패를 극명하게 보여주기에 용이하고 팽팽한 긴장감, 박진감을 통해 흥미를 자아낸다. 또한 중요한 부분임에도 소외당하는 외과 의사들의 눈물과 고통이 감동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메디컬 드라마는 미국 드라마와 같이 막대한 제작비와 인력을 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휴머니즘과 정, 사랑과 로맨스를 결합했다. ‘하얀거탑’은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뉴하트’는 이 둘을 절묘하게 가로지른다. 특히 ‘뉴하트’의 최강국(조재현)은 ‘하얀거탑’의 장준혁과 마찬가지로 권력의 칼날 위에 있는 최고의 외과의지만, 장준혁과 달리 최강국은 환자를 고려한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 중심이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의사의 성장드라마, ‘하얀거탑’은 성공드라마, ‘뉴하트’는 성장과 성공을 아우르는 성찰드라마지만, 결국 모두 의사의 사고와 행동이 환자의 생사를 결정한다는 설정이다. 최고의 의학지식과 기술을 가진 의사가 성실하고 진지하게 임할 때 환자들은 살아난다고 전제한다.

또한 이러한 드라마들은 두 가지 점을 간과한다. 하나는 모든 문제를 지나치게 사람 탓으로 돌려 병원 자본과 시스템의 속성을 간과하게 만든다. 두 번째는 의사와 의료 지식, 기술에 함몰되어 환자 입장에서 본 병원의 분위기와 환자의 심리를 가볍게 한다.

병원에 가서 병을 얻어온다는 말이 있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멀쩡한 사람도 우울하고 아프게 만든다. 메디컬 드라마는 의료 환경의 이상향을 꿈꿔야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패치 아담스’에서 의사 패치가 이룬 것은 즐거운 병원이다.

그는 희망 없이 누워 있는 환자들에게 삶의 활력소를 주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면서 즐거운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한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펀 메디컬이다. 이는 환자 중심의 치료이기도 하다. 즐거움은 환자의 면역력을 향상시켜 질병을 이길 힘을 줄 뿐 아니라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욕구가 죽음과 절망에서 자신을 구원한다”는 빅터 프랭클의 말을 떠올릴 수 있다. 의사는 그것을 위한 조력자다.

패치는 병원이 근엄한 의사들의 숙소나 작업공간이 아니라 환자들의 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엔 의사들의 권위주의를 향한 신랄한 조롱과 풍자가 배어 있다. 너무나 전문적이고 진지하기만 한 ‘뉴하트’의 최강국은 패치에게는 여전히 조롱과 풍자의 대상이다. 즐거운 병원에 ‘뉴하트’의 배대로(박철민) 같은 밝은 의사가 주인공이 될 만도 하다.

김헌식〈문화평론가〉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