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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0대들은 공포 영화를 즐길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8. 4. 7. 11:29

CGV의 자료에 따르면 공포 영화 관객이 다른 영화에 비해서 2배에서 5배 정도 비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영화 <곤지암>같은 경우는 10대 즉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었다. 더구나 이 청소년들은  인터넷 특히 SNS을 통한 전파력이 강력하기 때문에 초기 입소문 마케팅이 기여하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공포영화하면 여름이라는 시즌이 생각나지만 실제적으로 이런 계절 보다는 사람이 흥행을 좌우한다는점을 생각할 수 있다. 90년대 공포영화의 부활을 알린 <여고괴담>을 주로 본 이들은 10대이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10대들이 모두 공포 영화를 좋아하고 극장을 찾는 것은 아니다. 전부라는 것은 없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10대들은 공포영화에 집중하는 것일까. 


청소년 심리를 우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기는 탐색과 학습기이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정체성을 형성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사회나 체제에 대해서 의문점을 표시하고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기도 한다. 공포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와 세상의 이면을 말한다. 초자연 현상이나 심령, 그리고 현실에 잘 보이지 않는 괴이한 존재들에 대해서 주목한다. 오컬트 문화가 대대로 10대들에게 발견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공포물 보다는 다른 대상을 통해서 두려움을 느낀다. 바로 사람이다. 사람이 무섭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그런 영화들 자체에는 강렬한 호기심이 없어진다.


물론 청년기에는 호기심이 많은 것이 있고 모험심도 강하다. 모험심이라는 것은 새로운 대상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공포물에 대한 체험은 이 가운데 단골로 빠질 수 없으며 애써 기성 세대가 이런 체험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공포 체험이라는 것이 알고보면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그 체험은 재미도 의미도 잃고 만다. 또래들 사이에서 공포 영화 따위를 무서워한다면 배제될 수도 있다. 그런 집단주의 문화가 있는 사회라면 더욱. 어른들인 귀신이 없다고 부정하지만 10대들은 그것이 존재함을 밝히고 싶어한다.


비단 10대가 아니라도 사회 생활에 본격적으로 나가지 않은 이들에게 사회와 세상은 온통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세상은 아직 경험해 보지 않는 것이 많을 수록 좋지만 그것이 가능성에 비해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막연한 두려움은 공포의 존재를 믿을 수 있게 한다. 유아들에게 밖은 온통 위험 세상인 것 같다. 위기탈출 넘버원이라는 안전에 관한 방송프로를 가장 많이 시청한 이들은 10대들이었다. 더구나 도시 공간은 갈수록 위험한 요소들로 더욱 가득차고 있다. 언제 어디서 생명을 위협하는 대상이 출몰할지 알 수가 없다. 검은 사제들이라는 영화가 흥행을 했던 것도 10대들의 덕이 컸지만 이런 퇴마의식같은 것도 유행이 돌고 돌았을 뿐 10대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공포영화에는 스릴과 반전이라는 플롯 구조외에도 혼령이나 귀신, 좀비, 괴생물체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흥미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 효과의 발달과 맞물리고 있다. 이런 시각적 효과가 등장할수록 더욱 더 색다른 형태의 공포물이 탄생할 것이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보다는 다양한 연출 방식이 중요할 것이다. 무서운 존재보다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공포에 오싹해지기 땨문이다.


10대들은 또래문화를 가지고 있다. 집단성을 이루기 때문에 그 또래의 집단성에서는 일정한 가치가 형성한다. 그들만의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들에게 봐줘야할 영화가 생긴다면 그것은 집단적으로 소비될 수 밖에 없다. 공포 영화를 봐주어야 남자답다고 생각하는 문화심리가 있다면 당연히 봐줘야 하는 것이다. 그 정도도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 힘든 세상을 어떻게 살까하는 문화심리가 분명 존재한다. 물론 그런 인식틀에 갇혀 있는 경우에만 말이다.


최근에는 완전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실제의 공감을 배경으로 한 공포 체험이 중요해진다. 뭔가 어떤 공포의 공간을 극복하면 두려운 세상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극기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처럼 말이다. 전세계적으로 공포 공간을 체험하는 것은 한편으로 무서운 사회 생활에서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일 수 있다.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 공포를 체험한다고 하면 너무 밋밋한 인지심리학적 분석일 것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겠다. 


공포 영화가 흥행이 안되고 장사가 안되며 주목을 받지 못할 수록 그것을 강력하게 찾는 이들은 더 강고해지는 법이다. 

글 김헌식(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문화심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