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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도파밍에서 독파민으로 갈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11. 24. 14:52

왜 우리는 도파밍에서 독파민으로 갈까...

 

글/ 김헌식(중원대 특임 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사회문화평론가)

 

요즘 숏폼 콘텐츠가 문화 비즈니스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하며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한편으로 중독성에 기반하고 있으므로 양날의 칼이다. 도파밍이라는 개념이 이를 말해준다. 도파밍(Dofarming)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디지털 콘텐츠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시각을 통해 뇌를 자극하고 있는데, 그것이 독파밍이라는 신조어 트렌드를 연결될지는 얼마 전까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만큼 이면의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 도파밍에 대한 물림과 피로감이 그만큼 누적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포착하여 한국 사회에 적용하며 해법을 모색하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단 도파밍의 개념부터 짚어야 하는데 이 개념은 익히 알려졌듯이 뇌 신경전달물질은 도파민(dopamine)과 게임 용어인 파밍(farming)이 결합한 말이다. 도파민은 보상과 만족, 동기부여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그 작용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새로운 자극을 통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더 얻을 때, 강력하게 분비된다. 파밍은 게임에서 값비싼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의도를 갖고 뭔가 추구하는 행위로 보면 된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일련의 행위를 도파밍이라고 한다. 좀 부정적으로 표현을 한다면, 도파밍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이런 정도라면 중독수준이라 할 법하다.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서 이런 도파밍을 더 강화하는 배경과 원인으로 숏폼 콘텐츠를 지적한다. 숏폼 콘텐츠는 짧은 시간 안에 이용자의 집중을 끌어내야 하기에 강렬하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채우기 쉽다. 따라서 여기에 미혹된 이용자는 연이어 좀 더 자극의 강도가 센 콘텐츠를 원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따라서 무한 추천과 스크롤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절제감이 없다면 끊임없이 빠져들어 더욱 도파민이 분비된다. 무엇보다 도파민이 행복 호르몬이기는 하지만 역시 과유불급이다. 예컨대 도파민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감정 조절이 안 되고 심지어 조현병(정신분열증) 같은 질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조현병은 현실에 환상에 의식이 지배당하게 한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웬만한 자극이나 동기에는 도파민이 분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짜증이 나고, 우울감이 심화 된다.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도파민 분비가 좌우되면 자체 생산 역량이 떨어지게 되고 무기력에 빠질 수가 있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도파민 결핍의 파킨슨병과 연결될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한 참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이 도파밍 행위에 중독이 된다면 우려스럽다. 처음에는 도파민 분비가 과다분비되고, 나중에는 자체 분비가 되지 않아서 근육 위축이나 표정과 감정의 상실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이러한 부분은 좀 더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제 유의하고 경계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에서는 소셜미디어는 물론이고 숏폼 플랫폼에 대해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온종일 쇼츠(유튜브)나 릴스(인스타그램), 틱톡에 빠져 보내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콘텐츠 기업을 중심으로 숏폼 드라마가 부상하고 있는 것은 좀 더 우려스럽다. 1시간 분량을 수십 개로 쪼개어 다음 회차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게 자극적으로 만들고 있는 데다가 여기에 비싼 과금까지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비싼 이용료 때문에 중독을 스스로 경계하기를 바라야 한다. 이런 차원이니 숏폼 드라마를 무조건 추천할 수만은 없고, 가까운 미래에 제도적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중독 현상의 맥락에서 도파민 디톡스(Dopamine detox)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과도한 도파민 분비 행위를 경계하는 것으로 스마트폰을 보지 않거나 시간을 제한하고 다른 대체 수단을 통해서 시간을 보내거나 심신의 안정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도파민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상의 행복을 위해서는 적절하게 도파민 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만, 늘 반복되는 지루한 행위를 통해서는 도파민이 제대로 나올 수 없다. 이 때문에 느리게 도파민 유도 행위가 필요한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독서 행위가 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텍스트 힙이 도파민 디톡스다. 워낙 자극적인 콘텐츠에 피로감을 얻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기에 책 읽기에서 여유를 찾으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요즘 독파민(독서+도파민)이라는 단어도 쓴다. 독서는 익숙한 책을 계속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책을 통해서 지적 경험을 할 수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단순히 책 읽기만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만족감을 얻는 것을 넘어서서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이들과 공유하면서 만족감을 얻고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그러니 스마트폰을 무조건 배제하고 생활할 수는 없다. 무엇이든지 그렇지만 적절하게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면서 자율적으로 자신의 지극한 행복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배가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만이 아니라서 과도한 취미활동이나 사회활동 나아가 정치적 활동에서도 도파밍에 중독되어 있기 쉬운 현실에 대한 대응을 생각하게 한다. 각 영역에 붙는 명분은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는데 지나친 도파민 집착이 가져올 개인적인 불행은 물론 사회적 부작용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 단순히 이용자들의 선택과 행동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도파밍을 지나치게 유도하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우리나라만의 조절 혹은 규제 정책이 나와야 할 때다. 특히,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우선 시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