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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영화 평점 테러는 시장교란 행위…포털 영향력 줄여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6. 15. 07:52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문화로 세상읽기,>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합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영화 평점테러 현상에 대해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최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이 개봉 전부터 평점 테러에 시달렸는데, 왜 그런가요?

▶동명의 원작 소설이 페미니즘 소설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던 것. 배우 서지혜, 레드벨벳의 아이린, 소녀시대의 수영,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원작 소설 발언 등 때문에 악플에 시달리고 했습니다.

영화 촬영도 하기 전에 0점 테러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9월말 기준으로 네이버 영화 평점이 3,7. 보지도 않고 반감을 가진 이들은 1점대. 이를 반대로 옹호하는 이들은 10점대. 다른 왓챠라는 평점 서비스에서는 5점 만점으로 평가하는데 최저 0.5점과 최고 5점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모습이었습니다. 주연배우 정유미는 캐스팅 때부터 악플에 시달렸다.

배우 공유가 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좋은 남편으로 등장한다. 영화도 보기전에 평점을 매길 수 있도록 한 것이 잘못입니다.


▷이렇게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현상을 ‘백레시 현상’이라고 한다는데, 이게 어떤 건가요?

▶백래시(backlash)는 사회 변화 등으로 자신의 중요도·영향력·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불특정 다수가 강한 정서적 반응과 함께 일정한 변화에 반발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난해 말 한국에 미국 저널리스트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가 출간됐는데 여성의 여권 신장과 함께 불거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경우 페미니스트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젠더 백래시’(backlash), 젠더 반발입니다.

최근 대학가에 잇따른 총여학생회 폐지, 여성관련 대자보 훼손, 평점 테러 악플 역시 백래시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페미니즘의 물결 속에서 오히려 차별과 혐오가 이런 백래시 평점 테러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영화도 보기도 전에 평점테러를 가하는 것, 심각한 문제로 여겨지는데요. 대책은 없나요?

▶어디에서 평점 테러가 일어나는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 평점 서비스는 이런 악플 평점 테러가 일어나는 대표적인 것입다. 포털을 통해서 영화정보를 얻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줄평을 통해 영화에 대한 선입견도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알바 논쟁이 있기도 합니다.

문제제기가 있자 10월 1일부터 네이버는 평점을 조회하거나 등록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포털 특히 네이버의 과잉집중성이 해소되어야 하는 문제가 여전합니다. 이런 포털이 영화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판단을 통해 영화를 선택하고 향유하는 문화가 우선입니다.


▷영화 개봉 후에도 여전히 평점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죠? 상황이 어떤가요.

▶영화 개봉과 함께 포털 등에서 포털 사이트 1점을 매기는 `평점 테러`가 시작됐습니다. 네이버 평점을 보면 네티즌 평점은 10점 만점에 4.57점. 남녀의 평점 차가 극명했는데, 여성들의 평균 점수는 9.45점인 반면 남성들은 1.71점이었다. 왓챠에서는 최저점 0.5점과 최고 5점이 극명하게 갈라진 모습입니다.

그런데 여성관객이 많은 것을 볼 때 평점이 왜곡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 멀티플렉스 성별 예매 분포는 여성이 83.2%, 남성이 16.8%로 이렇게 평점이 중간 지점을 갖는다는 것은 남성들이 보지도 않고 평점을 낮게 매겼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물론 가수 장범준의 경우 오히려 여성 네티즌에게서 악플 테러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20대가 가장 많이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선 자신의 선입견을 가지고 영화를 보고 선택적 편집과 해석을 통해 몰아가는 것도 호응과 공감을 얻지 못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만이 아니라 작년부터 이런 사례가 있었던 듯 싶은데요. 이전에도 그런 사례가 또 있었나요? 또 결과는 어땠나요?

▶2018년 영화 ‘메가로돈’이 극단적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 ‘메갈리아의 딸들’과 영화 제목이 비슷하다고 하여 곤욕을 치렀습니다. 단지 내용과 관계없이 평점 게시판에서 혹평과 악플에 시달렸습니다. 지난 3월 ‘캡틴 마블’도 주연 배우가 ‘위대한 페미니스트 영화를 만들겠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평점 테러를 당했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은 페미니스트 영화와 다르고 양성평등적인 면도 드러났습니다. 5월에는 국내 영화 ‘걸캅스’가 여성주의 영화로 알려지면서 평점 테러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캡틴 마블’ 과 ‘걸캅스’는 오히려 영화 흥행을 크게 하거나 손익분기점을 넘게 되었습니다. 또한 평점테러는 영화가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점이 공유되면서 잦아지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82년생 김지영도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관객 가운데에는 영화에 대해서 `영혼 보내기`란 걸 한다는데, 이건 뭘 말하는 건가요?

▶영혼 보내기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영화나 응원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영화에서 대해서 티켓을 구매해주는 것입니다. 특히 조조나 심야에 티켓을 구매하는데 구매한 관객이 현장에 가지는 않습니다. 영화를 보고도 다시 티켓을 구매해주는 것입니다. 이는 영화 ‘걸캅스’에서 보여졌고, 이번에 ‘82년생 김지영’에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가지 않기 때문에 시장 왜곡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때문에 허수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개봉당일에 좌석 점유율은 44,6%를 넘었지만 실제 좌석 판매율은 11%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영혼보내기를 하는 이들은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시간대이고 자신의 의사표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다고 해도 영화가 아예 작품성이 없다면 관객들이 찾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할 것입니다.


▷평점 테러를 둘러싼 폐해, 어떤 점을 유의해서 봐야할까요?

▶영화에 관해 사회적 관점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는 있지만 영화를 보지도 않고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은 물론입니다. 이러한 평점 테러는 지자들의 결속을 낳기 때문에 오히려 극단적인 몰아주기를 낳습니다. 결국 평점 테러가 올바른 평가를 왜곡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평점 테러는 작품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물론 시장 교란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점 테러 때문에 일어나는 몰아주기나 영혼 보내기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평점 테러가 일어나는 포털 등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원작 소설이 100만부나 팔릴만한 작품인지 의문이고 그러한 대규모 베스트셀러의 폐해도 생각해야 합니다. 물량 공세의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페미니즘은 상품으로 이용당하기 좋습니다. 아울러 여성의 관점을 내세우는 것이 결국 상업적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도 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10-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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