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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프듀101` 조작, 독과점 해결없이는 언제든 발생 "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6. 15. 07:55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박사)와 함께합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프로듀스 101조작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이 최근 열렸다는데, 우선 어떤 사건이었는지부터 알아볼까요?

▶네, 지난 7월 CJ ENM의 엠넷 프로듀스X101 마지막 방송이 문제였습니다. 참여한 연습생들의 득표수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시청자 팬의 참여로 반영된 점수가 일정하게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문제 제기에도 조작이 없다고 방송제작진은 밝혔고 이에 팬들이 대책위를 만들고 경찰에 고발을 하면서 본격 시작되었습니다.

실제로 조작이 이루어졌음이 밝혀졌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이 만들어진 모든 시즌에서 조작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때문에 순수하게 응원하고 성원했던 많은 팬들과 참가자들에게 충격을 주었죠. 방송 역사상 최대의 조작 사건으로 기록될 사안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팬들이 지적하기 전도 그렇지만 이후에도 부인하기에 급급한 행태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기자회견에서 몇 가지 대책이 발표됐다는데, 어떤 내용이었나요?

▶네,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저희 잘못”이라고 하며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게 반드시 책임을 지고 보상하겠다. 금전적 보상은 물론 향후 활동 지원 등 실질적 피해구제를 위해 관계자와 심도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프로그램 때문에 생긴 이익 등을 모두 내놓고 약 300억원 규모의 기금 또는 펀드를 조성해 외부 운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부 방송윤리강령을 재정비하고 관련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잘못인 줄 알면서도 관행처럼 하고 있는 일은 없는지 시청률만 쫓다가 기본 윤리를 저버리는 일은 없는지 철저하게 살피고 고쳐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 프로 출신의 “그룹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수사 결과에 따라서 엄정한 내부 조치도 엄정하게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가지 비판이 있는데 사과도 무엇이 잘못인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입니다.


▷일단 갑작스런 기자회견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그 배경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면서요?

▶기자 회견은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3시에 열렸습니다. 예정에 없던 기자 회견이었습니다. 앞서 경찰 수사 발표가 있던 것도 아닙니다. 이미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국회에서 공수처법 통과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종영과 논란이 일어난지 5개월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온 나라의 관심이 국회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묻혀가려는 전략이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매우 중요한 뉴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혀 언질이 없이 갑자기 잡힌 기자 회견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의구심은 증폭되었습니다.
한편 신년을 맞아 모기업의 정기 임원 이사에 맞춰 급조된 기자 회견이라는 지적이 비등했습니다. 이런 점은 오히려 비난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는 여전히 꼬리자르기라는 평가가 나온던데, 어떻게 보세요?

▶이번 순위 조작에 대해서 고위 관계자가 개입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 표명에서 단적으로 알 수가 있습니다. 신윤용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질의 응답에서 “우리는 고위 관계자가 개입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수사 과정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꼬리자르기 아니다. 재판에 넘겨진 3명의 피디는 재판 이후 거취 문제에 대해서 내부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스스로 피해자라고 지칭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피디들의 개인적인 일탈이라고 말하는 것은 조직 전체 운영의 관점에서 볼 때 적절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처음부터 조작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4년 가까이 몰랐다는 게 책임지는 모습인지 의문입니다.


▷진상 규명위원회에서는 원데이터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계속 해오고 있다는데, 여기에 대한 응답이 있었나요?

▶CJ ENM 측은 “원 순위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다. 개인 피디가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진행 사항을 지켜보며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확보해도 공개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신윤용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순위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원데이터를 이렇게 공개하지 않게 되면 피해 연습생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피해자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익 환수 계획을 실천하려면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의 조작 멤버들에 관한 데이터도 밝혀야 합니다. 이러한 점은 얼마나 준비없이 기자회견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는 점입니다.


▷출신 그룹 엑스원과 아이즈원의 활동 재개 지원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가수들이나 팬들은 반발하고 있다면서요?

▶프로듀스 시즌 3,4 출신인 엑스원과 아이즈원의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발표에 대해서 일방적인 방송사 측의 발표라고 합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협의중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들이 활동을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활동을 할 것이 아니라 자중을 할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아마 이들이 지금 아직 글로벌 스타이고 이들이 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계약된 활동이나 이후의 활동 중지로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이 되고 있습니다. 환호하는 팬들도 있겠지만 이들은 활동을 하게 되어도 비난을 받게 될 것이고 악플에 시달릴 가능성도 많습니다. 조작 그룹인데 과연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또한 이렇게 발표하는 것이 소속사에 전가하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후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계속하겠다고 해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 많죠?

▶프로듀스 시리즈를 다시 하겠다고 합니다. 1월 새 오디션 프로 ‘십대가수’를 방송하려 했지만 일단은 중단했습니다. 또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글로벌 신인 보이 그룹 오디션도 진행할 계획도 밝힌 바가 있습니다. 이러한 오디션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신뢰성과 공정성이 회복된다면 프로듀스 시리즈를 재개할 생각”을 말했고, 시리즈를 중단하는 것은 케이팝 성장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이 오디션 프로는 CJ 쪽에 막대한 수익을 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뢰성과 공정성을 회복하기는 이렇게 해서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수익을 앞세워 신뢰와 공정을 해치는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되겠죠. 한편으로는 수직계열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러한 조작 사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방송은 물론 영화계에서도 수직 계열화로 콘텐츠 생태계의 공룡으로 성장해 독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한류 열풍으로 케이팝이 주목을 받게 되면서 음악의 생태계로 독식하고 있는 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신인 데뷔를 초기부터 하는 것도 아니고 중소 기획사를 하위에 두고 그들이 선발 트레이닝시킨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쉽게 프로젝트 그룹 결성을 꾀하여 상대적으로 돈을 들이지 않고 막대한 수익을 국내외적으로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는 것은 아무도 그들을 거스를 수 없는 수직 계열화의 독과점 체계의 부작용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도 조작 의혹에 따라 수사를 받고있는데, 어떻게 돼 가고 있나요?

▶애초에 이 오디션 프로그램도 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은 정례간담회에서 아이돌 학교와 관련하여 고위 관계자가 연루되었는지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자 회견에서도 이 같은 내용에 대해서 질문이 나왔는데 제작사 관계자는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과를 하거나 피해보상에 대한 부분을 말하기는 어렵다.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밝히겠다고 밝혔습니다.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고위 관계자 개입 여부는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네,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20-01-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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