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비례 배분제(pro-rata)'는 왜 ‘이용자 중심’ 정산 모델로 바뀌어야 하는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3. 9. 12:50

 -음악적 다양성과 뮤지션들의 생존을 위하여

 

 

글/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동아방송예술대 외래교수)

 

내가 만약 어떤 노래를 듣는다면 그 노래를 부른 가수에게 돈이 가야 흥이 날 것이다. 내 마음을 즐겁게 만들어준 노래 그리고 그 노래를 만들고 부른 가수에게 수익이 가는 것이 당연한 노릇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많은 이용자들은 모른다. 아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다. 그런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에게 수익이 많이 돌아기는 것이 사재기일 수 있다고 생각도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매우 옳아보이는데 말이다.

 

멜론, 지니 등 음원 서비스 업체는 '비례 배분제(pro-rata)'를 통해 관련 주체들이 수익을 나누게 한다. 무엇을 통해서 비례하여 배분한다는 말일까. 우선 1곡당 저작권료를 산정해야 한다. 이를 산정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전체 이용자들의 지불 액수와 전체 재생수가 필요하다. 고객들은 이용권을 사거나 단위곡당 음악을 구매한다. 돈을 냈다고 해도 재생을 안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전체 이용자가 낸 액수를 실제로 실행한 전체 총재생수로 나누어 1곡당 저작권료를 산정한다. 이렇게 산정한 1곡당 저작권료에 특정 노래의 재생수를 곱해서 저작권자인 가수나 작곡, 작사가에게 수익이 배분된다. 최종 전체 음원 재생수에서 특정 곡이 재생한 비중을 계산하여 음원료를 할당한다. 이는 겉으로 볼 때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 방식의 문제는 명확하다. 승자에게 몰아주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용자나 세가 밀리는 저작권자 아티스트에게 불합리하다. 자신이 낸 음원료가 자신이 들은 가수 등 저작권자에게 정확히 전달이 되지 않는다. 차트 상위권에 있는 노래나 음악에 저작권료가 많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개인이 1만원의 이용권을 통해 음악을 많이 들어도 그 노래의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온전히 돌아가지 않는다. 많이 재생된 노래에 저작권료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재생이 많이 되는 노래들은 음원 차트에 있는 상위권 노래들이다. 따라서 수익을 많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하거나 그 비슷한 순위권에 들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재기라도 하고 싶어진다. 1위를 하는 것이 과시나 훈장이 아니라 이런 수익배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1등을 비롯해 상위권에 있을수록 언제나 더 노출될 가능성이 많고 재생 수는 늘어나는 것은 단지 차트 순위 제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팬클럽들조차 총공이라는 이름으로 순위 올리기에 나서게 된다. 만약 막대한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들이고도 당연히 해야 할 1위를 못한다면 당연히 대형기획사들은 손해를 많이 볼 수밖에 없고 오히려 거꾸로 자신들의 소속 가수가 아닌 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면 사재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1만원의 비용을 들여 인디 밴드 음악을 대부분 들었다고 해도 그 돈들은 대부분은 인디 밴드에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재생수가 많은 대중적인 인기곡들에게 수익이 돌아가게 된다. 책으로 비유해보자. 내가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그것을 구매한 돈이 소설 작가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많이 팔린 경영 처세서에서 더 많이 돈이 가는 셈이다. 자신이 읽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는 작가나 출판사에게도 황당하지만 작품이나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황당하다. 그렇지만, 음악계에서는 이런 황당한 일이 너무나 일반적이었고, 문제의식에 둔감했다.

 

프랑스 음원 서비스 플랫폼 디저(Deezer)는 이용자 중심의 배분 제도, ‘이용자 중심정산 모델(the user-centric streaming model)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비례배분제와 달리 개별정산을 하겠다는 것이다. 1곡당 단가를 산정하는데 개인 이용자의 지출 금액을 해당 개인의 월별 재생수로 나누는 방식을 취한다. 여기에 이용자가 들은 특정 노래를 재생한 횟수를 곱해 저작권료를 확정한다. 2017년 핀란드 음악가협회의 연구결과에서 비례배분제에서는 상위 0.4%의 음원이 전체 저작권료의 10%를 가져갔는데 이용자 중심 정산제에서는 상위 0.4%의 음원이 5.6%만 가져갔다. 절반 이상이 더 많은 곡들에게 분배 된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런 유형가운데 하나가 국내 포털사가 준비하는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VIBE Payment System(VPS)]이다. 이를 따르게 된다면 이용자의 계정별로 음원 단가가 달리 매겨지게 된다. 자신이 낸 요금이나 이용료가 어떻게 전달이 되는지 투명하게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의 의미와 가치는 크다. 비주류 음악인들이나 인디 뮤지션들에게 정확하게 팬들의 수익이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제도는 음원 사재기나 총공에 대한 유혹을 덜하게 할 수가 있다. 단순히 사재기를 했는가에 대한 주목보다 그 근원에 흐르고 있는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인 이유이다. 이런 방식의 개선은 공정한 수익과 배분의 실현이고 음악적 다양성을 고취하며 지속가능성을 확립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업계1위라고 할 수 있는 멜론 등은 이런 제도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다. 더구나 소속 가수들까지 확보하고 있으니 세계적인 공정 경쟁의 룰을 만드는데 나서야 하는데도 말이다. 절대 문화가치의 흐름에 나서지 않는다면 도덕적 프레임에서 지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결국에는 경제적 수익모델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류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