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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 "북튜버의 명과 암 확실히 존재한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6. 15. 07:51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합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책을 읽지 않는다고는 하는데 요즘 인터넷에는 북튜브가 주목받고 있다는데 북튜브란 무엇인가요?

▶북튜브는 책을 뜻하는 북(Book)과 유튜브(Youtube)의 결합어입니다. 책을 다루는 유튜브의 채널을 뜻합니다. 책을 보여준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수 있습니다. 북튜버는 북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읽어주기도 하고, 요약을 해주는가하면 책을 읽는 모습 그차체를 보여주거나 책을 읽는 방식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채널은 보는 것만이 아니라 듣기도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반드시 몰입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해외에서 많이 활성화되었는데 최근에는 국내 유튜버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 소장하게 만들고 싶은 책하울이라는 것이 있다는데 이게 뭔가요?

▶책하울은 북하울일라고도 할 있는데 하울은 `쓸어담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Haul`에서 왔습니다. 유튜브에서 하울은 많은 물건을 대량 구매해서 이를 품평하면서 방송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북하울은 많은 책을 사서 그것을 놓고 여러 평가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소유 욕망을 대리 실현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새책을 대량으로 사고 싶지만 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구매 경험 그 자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책을 다 읽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내용의 전달도 책소개의 주안점이 아닙니다. 하울은 본래 명품, 신상에 대한 욕망을 대리 충족시키는 것인데 이것이 책에도 이어진다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지적 허영심을 자극하는 것보다 더 허영적인 듯 싶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튜버들이 돈을 받고 책을 추천한다고 해서 출판계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죠?

▶북튜버가 인기를 끌게 되면서 유명한 셀럽이 북튜버로 나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서나 출판 평론을 오래하거나 순수하게 일반인이 아니라 유명세로 단번에 구독자를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북튜버를 하는 것입니다. 한 사례의 경우 소정의 제작비만을 받고 책을 소개한다는 유명 인사가 있어 좋은 평가가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소정의 제작비가 과연 소정의 제작비인지 의문이 든다는 출판가의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부르는 것이 값이라는 말도 있고 기본이 500만원이거나 큰 출판사에게는 1000만원을 받는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작은 출판사들이 북튜버에게 500만원을 지급하고 홍보를 해야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좋은 책의 기준이 결국 돈인 것인지 씁쓸합니다.


▷돈을 받고 홍보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같은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실제로는 돈을 받고 홍보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는 것이죠?

▶다른 상품들도 그렇지만 인플루언서들이 대개 책은 객관적으로 소개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읽어봤는데 권하고 싶은 책이고 순수하게 소개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돈을 받고 홍보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는 사기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정 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협찬 광고를 받는 경우 이것을 고지해야 합니다. 협찬 광고 고지 없는 온라인 게시물은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법시 제재를 받는 것은 당연한데 북튜버가 아니라 광고주 그러니까 출판사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출판사들이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북튜버들이 이렇게 책을 소개하고 많은 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돌고 그러는데 저작권 위반문제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

▶일단 이런 채널을 통해서 독서를 많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북튜버를 많이 하는 것자체도 중요하고 여기에서 다른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것도 적극 권할 만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저작권 사항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북튜브 활동 등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출판계에 따르면, 북튜버들 가운데 상당수가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관련 법조항을 보면, 저작권법 136조에 따르면 저작재산권을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 등으로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이 두징벌을 동시에 부과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책소개를 하면 출판사에도 좋은 것 아닌가 할 수 있고 영세한 출판사들이 묵과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이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저작권을 쉽게 위반할 수 있나요?

▶귀에 감성적인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 쾌락반응)이 유행인데 북튜버들이 가장 쉽게 제작하는 ‘책 읽어주는 ASMR’ 등 책을 직접 읽어주는 경우 저작권 침해의 대표 사례가 된다. 아무리 짧은 문장을 읽어준다고 해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짧은 문장의 경우에도 저작권 위반된다는 실제 판례가 있습니다. 다만, 미리보기 정도는 가능합니다.

두번째로 많이 하는 것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북튜버입니다. 특히 책 한권을 요약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아버리면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는 저작권 침해로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고전의 경우 가능합니다. 고전이라도 어떤 고전인가가 중요하겠죠. 해당이 안되는 것은 작가의 사망시점을 잘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1962년 12월 31일 이전에 사망한 작가의 작품은 사후 50년까지 보호되고 1963년 1월 1일 이후에 사망한 작가의 작품은 개정 저작권법(법률 10807호)에 따라 사후 70년까지 보호됩니다. 1961년 7월 2일 사망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는 책 내용을 제작해도 됩니다.


▷저작권 위반은 저작권자가 직접 신고를 해야 하지만 영리목적으로 상습적인 경우 누구나 고발 할 수 있다죠? 그런데 이 조항이 악용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더군요.

▶저작권법 제140조는 저작재산권 등을 상습 침해할 경우 권리자의 고소 없이도 형사 처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법파라치들의 행태를 양산한다는 법학학술단체의 개정 요구를 받기도 했습니다. 저작권자에게서 위임을 받지 않고 고소를 남발하고 합의금을 받아내는 수법으로 악용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소설 등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고 협박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악용소지 때문에 저작권법 제140조를 친고죄로 개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아무 관계없는 제 3자의 고발권은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또한 북튜버들을 상대로 이른바 법파라치들이 저작권 위반 고소의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들의 허락을 받고 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어차피 출판사에서도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점은 생각하지 못할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책에 대한 경험이나 주관적인 해석, 추억, 얽힌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루는 책들도 좀 편협하다는 지적이 있더라구요 어떤가요?

▶출판 시장이 대개 처세실용서가 많이 출간되고 소비됩니다. 돈을 많이 발고 성공할 수 있다는 막연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이런 책들은 원래 많은 돈을 들여 홍보 광고도 많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점으로 인해 항상 출판의 편중성이 지적됩니다. 그런데 유명 유튜버의 경우 이런 답습을 많이 합니다. 좋은 책을 추천한다는 북튜버들이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반복한다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많은 분들의 불안감 자극에 영합해 돈을 버는 것은 양서의 철학이나 정신에 어긋나기 납니다. 더구나 돈을 받고 소개하는 방식이라면 이런 행태를 독자들이 용인하고 따를지 의문입니다.


▷ 지금까지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cpbc 이힘 기자(lensman@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11-01 18:30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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