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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평론가 "겨울왕국2 `노키즈존` 논란…문제는 `아이` 아니라 `매너`"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6. 15. 08:02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서종빈 앵커
○ 출연 : 김헌식 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합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겨울왕국2>를 둘러싼 논란 관련해서 준비를 해주셨는데요. 주말에 관객 수 천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그런데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겨울왕국2, 개봉 보름 만에 관객 천만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개봉일에 이미 스크린 2363개로 63%, 좌석 점유율 70%였습니다. 첫 주말에 상영 점유율이 73.9%에 이르렀고 이는 상영관 10개 가운데 7개에서 겨울왕국2를 볼 수 있다는 것이고 이후 80%를 넘었다는 것입니다. 스크린 2600개 이상을 확보한지 오래입니다.

겨울왕국2 외에 10편의 영화가 나머지 스크린을 나눠 갖고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처음 상영 점유율이 11%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30%를 넘지는 않았습니다. 시민단체가 이 때문에 88%의 스크린 독과점을 보인다며 이를 조장했다면서 디즈니를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천만 관객 영화 돌파가 빨라졌고 다른 영화들은 볼 수가 없게 된 건데요. 이는 문화적 선택의 침해라는 주장으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있게 되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영화가 스크린 영화가 심하다는데 프랜차이즈 영화가 정확히 무엇입니까?

▶네, 전작이 성공하고 관련 영화가 제작되고는 하죠. 후속편은 시퀄이고 이전 스토리와 다룬 영화를 프리퀄이라고 합니다. 이런 영화들은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면서 스노우볼 효과(Snowball Effect)를 발휘합니다. 점점 관객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전작들이 점점 뭉쳐져서 눈덩이 효과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초기에 팬들이 몰려들어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어벤져스 ’시리즈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극장에서 1억 명이 본 셈이 되었습니다. 겨울왕국1이 45일 만에 천만을 넘은 것과 달리 2편은 보름만입니다. 1편은 스크린이 676개였는데 2편은 2363개, 작품성이 2편이 떨어지는데도 말이죠. 국내 영화는 세계 시장 규모가 적기 때문에 이런 시리즈 영화가 성공하기 쉽지 않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시리즈는 많아봤자 3편 정도이고 더 이상 흥행이 되지 않는데 이런 외화 프랜차이즈 영화가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빈번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영화에 관해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생각해야하는데요. 프랜차이즈 영화는 관객의 선택을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적 다양성을 해치고 장기적으로 문화적 선택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는 것이 스크린 상한제나 플랫폼 릴리즈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게 무엇을 말하는 거죠?

▶스크린 상한제는 한 영화가 점유할 수 있는 영화의 비율을 정해 놓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25%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는 8개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에서 일일 한 영화가 30%이상 비율을 차지 할 수 없도록 했고요. 미국도 한 영화가 30%를 넘어서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국회에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스크린 상한제를 담고 있는데요.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황금시간대에 여섯 개의 스크린을 가진 영화관은 한 영화가 50%를 차지 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안 소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논의와 처리가 필요합니다.

플랫폼 릴리즈라는 것은 처음에는 공평하게 스크린을 주고 관객의 반응에 따라 스크린을 늘려가는 방식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경우 미국 배급사가 처음에는 두개의 영화관에서 선을 보였고 개봉 첫 주 3곳에서 볼 수 있었던 것에서 시작해 33곳에서 21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 후에 400여개, 600여개로 늘려 북미 최대 외국어 영화 흥행의 기록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개봉 3주차에 스크린 수가 43배 증가했습니다. 결국 관객들이 스크린 수를 좌우하는 것이지 기획 투자 제작 배급한 소수의 큰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근본 원인으로 ‘대기업 수직·계열화’를 해결해야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기업 수직 계열화는 대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획·생산·유통·판매·매장 운용까지 모두 직접 경영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영화는 영화의 기획·투자·제작·배급·상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기업이 직접 경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CJ와 롯데의 스크린 점유가 과반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과독점 상태인데요. 해법으로 배급업과 상영업을 한 기업이 할 수 없도록 분리하자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미국의 ‘파라마운트 판례’를 참고한 것입니다. 따라서 CJ E&M이 CGV를 매각하고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롯데 시네마를 매각해야 하는 건데요. 하지만 이에 관한 법안은 두 개나 발의되었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이 스크린 과독점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극장상영 수입이 배급 수입보다 많기 때문이라고요?

▶이는 부율 문제에 관련되는데요. 부율은 배급과 극장의 수익 배분 비율을 말합니다. 지금 부율은 배급이 55% 극장이 45%입니다. 그런데 대기업 외의 중소 기타 배급사들은 이는 불공정하다고 말합니다. 만약 대기업이 스크린을 갖고 있지 않다면 배급 수익 배분율을 올리려 할 것이지만 극장이 자신들의 과독점이기 때문에 스크린 수익률을 손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배급 수익을 올리는 것은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밀접하고 스크린 수를 과독점 시키지 않게 되면 배급 수익이 중소 배급사에게 돌아가서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대개 다른 배급사도 영화 기획·제작을 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영화적 다양성이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돈을 실제 지급하는 부금도 한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지면 하던 과거 아날로그 시대가 아니라 전산 시스템에 따라 바로 배분하는 것이 중소 영화사를 살리는 것이라는 주장이 적절하다.


▷그리고 겨울왕국이 노키즈존 논란을 일으켰다고 하는데요?

▶애초에 노키즈존은 호텔이나 식당, 카페에서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시키는 것을 말하죠. 그런데 겨울왕국 상영관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왔습니다. 노키즈존 상영관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시끄럽게 떠들고 산만하게 움직이고 돌아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영화를 볼 수 없다는 성토가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예전 같으면 애니메이션을 20-30대가 볼일이 없는데 문화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취향의 갈등현상이 불거지도 있는 사례입니다.

인권위에서는 특정 공간에서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것은 차별행위라고 밝혔는데요. 아이를 단지 잠재적 범죄자나 문제 소지라로 규정하는 것은 차별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아니라 매너가 없는 행위죠. 그런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단계적으로 퇴실조치를 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어벤져스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 겨울왕국2에서도 오역 논란도 있었는데요.

▶맞습니다. 엘사가 눈사람 인간 올라프에게 `몸이 녹지 않으니 좋니?` 라며 마법을 걸어 녹지 않게 해주는 장면이 있는데 “새 얼음장판 마음에 드니?”라고 번역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또한 `금요일에 열리는 무도회(Charades)에 늦지 않게 와`라는 자막이 있는데 무도회로 번역된 샤레이드는 무도회가 아니라 몸짓게임 정도라는 것입니다.

어벤져스에서도 오역된 부분이 여러 건 지적이 됐었는데요. 번역자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번 겨울왕국2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번역자를 어떤 과정을 통해서 선발하고 검수하는지 관객들은 요구하고 있지만 디즈니는 밝힐 수 없다고 묵묵부답인 상황입니다.


▷‘겨울 왕국2’의 기념품의 과도한 마케팅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겨울왕국2의 등장인물들이 입고 나온 드레스, 망토, 신발, 티셔츠 등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가 되고 있죠. 이것을 아이들이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부모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인데요. 그런데 이 기념상품들, 즉 굿즈의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엘사의 드레스는 경매 사이트에서 170만원에 이르기도 할 정도인데요. 달력은 무려 12만원입니다.

품질이 좋은 상품이라면 그나마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품들을 고가에 사야 하는 상황이어서 망설이는 부모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세탁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미디어에서 이런 상품이 많이 팔리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그냥 전달할 경우, 이런 과도한 소비 현상을 부추기게 될 것이어서 유의해야 겠습니다.


▷네,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김유리 기자(lucia@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19-12-0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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