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 국정원 이미지는 거짓이다 | |||||||||||||||||||||
[김헌식의 문화비빔밥] 국정원의 본질적인 속성 휴머니즘으로 희석 말아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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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파이>는 영화 <트루 라이즈>(1994)와 거의 흡사한데, 아내 몰래 정보요원 생활을 하는 남편의 이중 생활이 코믹 액션 영화의 잔재미를 준다. 물론 아내가 임신을 고대하는 스튜어디스이며, 테러리스트가 그녀를 유혹해 테러의 도구로 활용하는 점 등은 다르다. 영희(문소리)의 캐릭터는 좀 더 코믹하고 외향적인 캐릭터이지만, 직접 미션을 수행하지는 않는다. <트루 라이즈>의 제이미 리 커티스는 첩보원을 사칭하는 사기에게 걸려 곤란한 지경에 빠질 상황에서 미션을 수행한다. 남편(아놀드 슈워츠제네거)은 국가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목숨 내놓기를 밥 먹듯 한다. 이러한 점은 영화 <스파이>에서도 설경구가 맡은 김철수 캐릭터가 이에서 다르지 않다. 뛰어난 요원으로 온갖 위험을 감수 한다. 다만 김철수는 출장을 자주 다녀 아내에게 불신을 받고 있는데다가 아내의 불륜 징후에 애가 타들어가는 인물이다. 전체적으로 국정원 요원들의 인간적인 면모들을 드러내주고 있다. 국정원 요원 이미지와 정권 교체
과거 안기부 요원들은 이러한 대중 영화에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캐릭터로 등장하지 못했다. 워낙 군사정권 시절 저지른 공작 정치 행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민이나 국가를 위한 정보 기관이 아니라 특정 정권 특히 군사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이러한 점은 대중적인 인식도 좋지 않을 뿐더러 그 직종에 진출하려는 젊은이들도 거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민주화의 흐름과 함께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을 겪으면서 10여 년 동안 국정원의 이미지는 매우 긍정적으로 달라졌다. 특정 정권보다는 나라와 사회, 시민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영화인들이 바라던 국정원 영화의 성립을 가능하게 했다. 그 염원은 바로 할리우드 영화처럼 첩보 영화를 정보기관요원을 주인공 삼아 마음대로 다뤄내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이 정보기관이 국정원에 해당한다. 2005년, 역사상 처음으로 영화 <태풍>은 국정원에서 촬영되었다. 이는 국정원의 개방과 소통성을 상징하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물론 국정원 요원은 착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많은 이들은 민주화 세력의 집권 이후 국정원이 더 이상 공작 정치나 국내 정치에 특정 정권을 위해 요원들을 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간주했다. 이는 비록 정권이 보수 정권으로 넘어가도 마찬가지라고 인식하기도 했다. 그런 맥락에서 이명박 정권 시기에는 여러 편의 국정원 영화가 쏟아졌다. 근래 영화 속 국정원 요원 이미지 2009년 영화 <의형제>에서는 남파 간첩들을 막아내는 국정원 요원(송강호)이 등장하는데, 그는 탈북한 인사들을 저격하는 남파 간첩을 담당한다. 그는 미국에 있는 딸아이 학비를 걱정하는 기러기아빠였으며, 북한 출신 요원(강동원)과 의형제로 그가 자유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2010년 <7급 공무원>에서는 남녀 국정원 요원들의 사랑과 모험을 담고 있다. 액션과 오락 코드 속에 그들이 그리는 국정원 요원은 자아실현에 충실하면서도 로맨스를 꿈꾸는 청춘 남녀였다. 영화 <아저씨>에서는 특작 부대 요원 차태식에 대한 사건을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방위 산업 정보전에 나선 국정원 요원을 등장시키고 있다. 2012년 영화 <베를린>에서 국정원 요원은 합리적이며 이지적이지만, 조직논리와 부딪히는 개인주의자로 등장한다. 하지만 북한 요원의 생존을 돕는 등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등장한다.
2013년 드라마 <7급 공무원> 은 신입 선발부터 조직 구성원 활동에 이르기까지 국정원을 다루는 것으로 인식 되지만, 주로 여성 국정원 요원의 좌충우돌 코믹 연기에 방점을 찍는다. 물론 이들은 국가 업무에 충실하고 그들은 인간적인 연민과 배려심을 자아내며 일반 서민과 다를 바 없음을 강조한다. 영화 <스파이>에서 한 요원(고창석)은 국정원에서 짤리면 다른 곳에 갈 데가 없다고 한다. 이런 대사는 바로 일반 샐러리맨들의 애환의 공감을 의식한다. 긍정적 이미지의 역설 결국 현재의 많은 영상들에 등장하는 국정원 요원들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바로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화 세력의 집권 이후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은 국정원을 다른 나라의 정부기관과 견주거나 자부심을 갖기도 했다. 만약 민주화 이후가 아니라면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와 진보를 지향하는 이들을 종북 세력이라며 색출하는 행위들을 국정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청년들이 하고 있다. 국정원은 인간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측면이 강하다. 그들 구성원들을 일반 회사나 직장의 구성원과 동일시하는 것도 위험하다. 대중 상업영화일수록 그러한 휴머니즘과 불안한 고용구조속의 회사원과 같이 취급한다. 영화들이 국정원을 긍정적으로 나아가 자신들과 동일한 사람들로 인식하게 만드는 스토리를 선보이고 있을 때,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요원들을 투입하여 선거전에 필요한 여론공작 정치를 하고 있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국정원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킬 수 없는 구조 속에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시스템을 갖추어도 어떤 세력이 집권하는가에 따라 정치 공작에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간과한 것은 민주화 세력의 일시적 집권이었다.
본질적으로 정보기관의 속성은 변할 수 없으며, 어떤 정치적 리더의 사고와 욕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영화들이 국정원의 시스템과 정치권력 간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구성원들의 인간적인 애환과 매력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하지만 기계조직에 존재하는 이들이 낳게 되는 현상은 그 자체가 범죄이기도 하지만 반인륜적인 경우도 빈번하다. 아무리 선한 개인도 악인이 되는 구조가 정보기관에는 비치되어 있다. 기계는 언제든 누가 그걸 조종하는가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기관을 사적으로 지배 수단화 하는 정치 리더와 세력을 국민들이 선출해서는 곤란하다. 앞으로 변해야 할 국정원 관련 영화 이런 맥락에서 국정원을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는 이제 변해야 한다. 국정원 조직은 오로지 객관적인 업무수행에 머물 수 없는 속성과 이를 둘러싼 환경이 존재한다. 개인들의 애환과 고통 그리고 휴머니즘 차원의 결론은 본질적인 인식을 방해할 수 있다. 선거를 위해 고급 요원들이 특정 정치 세력을 모욕하는 악플을 기기묘묘하게 절차탁마하고 있었다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이석기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조직의 생존을 위해 정치적인 책략이 얼마든지 가능한 점은 이를 더욱 부각시킨다. 개개인이 선한 행동이라 믿는 것들이 오히려 가장 악할 수 있음을 국정원 관련 영화들이 담아내야 한다. 언제든 리더가 어느 세력을 대변하는가에 따라 선거개입과 같은 국내 정치 개입은 일어나며 이는 무수한 헌신적인 요원들을 자괴감에 빠뜨리고 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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