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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왜 주인공일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11. 16. 18:20

-영화 '블랙 머니' 리뷰

 

은행 인수합병 먹튀 사건을 다룬 영화에 검사(조진웅)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것은 어쩌면 단순할 것이다. 금융자본의 세계와 내가 무슨 연관이 있겠는가 싶은 대중적 심리를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 말이다. 물론 그 먹튀 자본에 우리의 혈세가 투여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남 일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돈들은 우리 지갑에서 직접 나가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싶다. 돈은 숫자다. 기호로만 존재한다. 숫자는 우리의 이성을 매우 단순하게 만든다. “단순히 몇 개의 숫자만 위조해주면 돼?” 숫자를 몇 개 위조해주는 대가로 돈을 많이 만지게 해준다면 사람들은 달라질지 모른다. 이 영화에서 은행 직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 행위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 목숨을 뺏기지 않기 위해 여성 직원은 가까스로 도망을 치다가 결국 검사에게 마지막 애원을 한다. 감옥에 보내달라고. 어느새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은 감옥밖에 없는 신세가 되었으니 넓은 세상이 온통 공포의 공간 오히려 감옥의 공간이 될 줄은 숫자 조작을 할 때는 정말 몰랐다. 감옥에 보내달라고 애원을 했지만 검사는 황당하게 여기고 무시한다. 하지만 그 여성은 검사를 성추행범으로 몬다. 어떻게 이런 일이, 황당하다. 검사는 뒤늦게 그 여성을 찾는다.

 

그러나 이미 그 여직원은 세상 사람이 아니다. 검사를 성추행범으로 몰아붙이고 그냥 죽는다? 정말 억울했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그녀가 살아있다면 오히려 의심이 들 수 있는데 말이다. 직원을 죽이려는 이들은 검사조차 내버려두지 않는다. 휴대폰 문자 조작을 통해 그를 성추행범으로 딱지 붙여버리기 때문이다. 감사는 원인과 배경도 모르고 성추행 검사가 된다. 그가 근무하는 검찰청뿐만 아니라 세상이 모두 감옥이 된다. 시선감옥. 억울하게 당할 때 남자에게 성추행범 딱지는 가혹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검사에게 이런 성추행범 딱지가 붙을 때 쉽게 징계 등을 받을 수 있을까? 작금의 검찰 개혁 사태에서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많은 현실에서 말이다. 단지 카톡메시지 하나로 말이다. 오히려 더한 일도 수사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비등한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더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러니 성추행범 딱지를 벗어내기 위해 은행 먹튀 사건을 검사가 추적하고 파헤친다는 설정이 지금 이 시점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물론 거대 금융 투기 자본 세력이 얼마나 마음대로 세계를 무대로 헤집고 다니며 국가를 무력화 시키며 이익을 취하고 있는 지 심각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여기에서 주목했던 것은 감정이입 포인트였다. 부자 집안 출신의 변호사(이하늬)도 결국 배신헸디.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음모와 협잡이 서민들의 삶과 어떻게 구체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더 중요했을 수 있다. 성추행범이 된 검사만이 아니라 인수 합병으로 해고된 은행원들의 고통이 별로 부각되지 않았으니 더욱 이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좀 더 헤아려봐야 하는 일일 것이다.

 

글/ 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