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장면을 그대로 묘사했어야 했나.
SBS드라마 ‘베가본드’ 11월 2일자 방영분은 최근 미디어에서 공적 아젠다고 되고 있는 장면이 그대로 나와서 충격적이었다. 그것은 바로 극단적 선택의 전달에 관한 점이다. 극단적 선택을 다루는 매스미디어의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특히 유명인에 관해서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미디어 강효과가 반드시 일어나지 않아도 만의 하나라는 가능성을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자살보도권고준칙(2.0, 3.0) 가운데 하나는 자살 방법, 수단, 공간,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도록 하고 있다. 더구나 이 원칙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나 사진은 사용되어서도 곤란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SBS드라마 ‘베가본드’ 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무색한 장면이 상당히 노출이 되었다. 상황을 말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대통형 정국표(백윤식)은 민항기 추락 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 같은 지목이 방송을 통해 전국에 실시간으로 알려지게 된다. 자신의 음모가 밝혀질 찰나 최대의 정치적 개인적 위기에 빠지는 정국표는 가만 있을리 없었다. 방법이 없는 듯했는데 마침내 정국표는 민정 수석 윤한기(김민종)을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꼬리를 자르자는 참모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더구나 윤한기는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밝히고 국정원장에게도 배신을 하지 말고 정국표를 배신하지 말라고 강하게 당부한다. 자신의 차로 돌아온 그는 앞좌석에 한 개의 상자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상자를 열어본 윤한기는 울부짖으며 격노한다. 그 안에는 번개탄과 지포 라이터 그리고 양주 한병이 들어 있었다. 자신이 책임을 진다고는 했지만 그 책임의 방식이 너무 가혹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저녁이 되고 사건 진행이 이뤄가는 상황을 보고 결단을 내린다. 상자 안에 있던 양주를 한 모금 먹고 불을 붙이는 소리는 낸다. 잠시 후 차안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윤한기는 그대로 좌석 뒤로 눕니다. 그리고 다른 영상에서는 윤한기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 장면을 통해서 시청자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자살의 동기이다. 동기 면에서 죄를 뒤집어쓰고 극단적인 선택을 스스로 하고 있고 구체적인 방법과 수단, 장소가 드러난다. 질식사를 선택하고 수단은 번개탄이며 앞서 술을 통해서 일정하게 흥분 내지 중추 신경을 마비시키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안이라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적나라하게 묘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묘사 연출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라라는 쪽지를 주고 선택을 했는지 말로 하거나 병원 모습으로로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필요이상으로 묘사를 자세하게 했다. 제작진은 리얼한 묘사를 위해서라고 항변할 수 있다. 물론 이 드라마가 허구의 픽션이지만, 모방의 여지가 없을 수 없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단순히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100%는 아닐지라도 개인에게 콘텐츠가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특히 이 드라마는 단순히 언론의 보도와 달리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이며 시청율이 꽤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많은 시청자들이 반복적으로 볼 수 있으며 해외 시청자들까지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드라마이다. 이러한 드라마에서 극단적인 선택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아무리 언론 보도에서 주의를 한다고 해도 이런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이렇게 영상 구성을 한다면 파급 영향력을 제어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언론보도만이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에도 이런 극단적 보도 준칙 준수여부가 방통위 등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
글/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