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겨울 왕국 2'의 스크린 독과점, 봉준호의 '기생충' 미국 개봉을 보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11. 25. 00:14

-영화 스크린 독과점의 대안은?

 

칸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미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어느 때보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을 밝게 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의 스크린 상영과 많이 달랐다. 처음에 3개 상영관은 33개로 늘어나더니 461개 다시 603개로 늘었다. 미 배급사는 플랫폼 릴리즈방식을 취했다. 바로 반응에 따라서 스크린 수를 늘리는 방식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에서 상영할 때는 이와 달랐다. ‘기생충의 첫 상영 스크린 수는 1783개고 1947개까지 늘었다.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비난이 거셌다. 굴지의 CJ E&M이 기획 투자 배급 상영한 영화였다. 이 기업은 스크린 독과점의 중심에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도 과거 이런 스트린 독과점 논란에 있었다. 국내에 이번에 개봉한 영화 겨울왕국2’는 국내 기업이 제작한 작품은 아니지만 스크린 독과점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투기자본을 다룬 영화 '블랙머니'가 타격이라고 한다.

 

독점이란 한 기업이 전체 점유비율을 50%이상 차지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점은 몇몇 기업이 75%를 차지하는 현상이다. ‘스크린 독과점은 대개 스크린을 일부 영화가 지배하는 것으로 일컬어지는데 원천적으로는 대기업이 영화제작 단계부터 투자, 배급, 상영 단계에 이르기까지 독과점하는 현상을 말한다. 국내 시장은 CJ E&MCGV,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롯데시네마, 제이콘텐트리의 메가박스와 쇼박스가 전체 극장의 80%를 차지한다. 배급도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50% 이상이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 극장가는 일부 기업의 스크린 독과점 상황이다.

 

그렇다면 스크린 독과점이 왜 문제일까. 일단 시민들의 문화적 선택의 다양성을 제한한다. 기획부터 투자, 제작, 배급, 상영 그리고 인터넷 텔레비전 등 부가판권 시장까지 소수의 영화들만이 존립한다. 이런 영화들 외에는 다른 영화들이 자생할 수 없다. 제작이 된다고 해도 선택받지 못한다. 아울러 미래의 영화 생산 토대를 훼손한다. 이는 문화적 다양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실험적인 시도들이 결국 새로운 관객들의 니즈를 찾아내고 외연을 확장 시켜야 하는데 이러한 순기능을 못하게 한다. 결국 스스로 독과점 영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더 이상 봉준호가 탄생할 수가 없다. 또한 멀티플렉스 공간에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과 인상을 견제할 수 없다. 주변의 공동체적 로컬 경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겨울왕국 2'는 2600개의 스크린을 확보 70%을 독점하고 있다. 정작 미국에서 '겨울왕국2'의 스크린 수는 30%를 넘어가지 않는다.

 

해외의 사례를 보자. 프랑스의 멀티플렉스(15-27개 스크린 보유)에서는 한 영화는 4 개 이상의 관에서 상영할 수 없다. 멀티플렉스에서 프라임 시간대인 1시부터 11시까지 동일한 영화를 얼마나 많이 상영하는가가 관건인데 일본과 프랑스는 20-30%, 독일과 미국도 50%를 넘지 않게 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4개의 법안 가운데 하나는 60%를 규정한 경우도 있다. 60%는 아니라도 해도 한 영화가 지나치게 많은 스크린을 독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에서 시도했듯이 플랫폼 릴리스 방식으로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영화관이 많아져서 문화적 다양성이 보장되도록해야 한다. 프랑스에는 지자체가 소유주의 스크린이 1300여 개가 있는데 이는 전체의 약 15%에 해당하는 비율이라고 한다. 상업영화나 독립영화관이 철수할 때 지방자치단체가 인수한 영화관들이다. 절대 다수가 1개관 내지 2개관이고 개관 규모(79~319)를 갖고 있는 공공영화관 멜리에스(Melies)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관에서는 매달 80여편의 다양한 영화관들이 상영되고 있다. 프랑스 자국의 영화들만 상영하는 것은 아니다. 25-30개 국적의 영화들이라고 한다. 민간 단체에 지원금을 주고 위탁 경영을 한다. 이 공공영화관에서는 한 영화에 대해서 2주 동안 의무 상영을 하고 이후에 스크린을 늘릴 것인지 말 것인지 정해야 한다. 상영은 단관에서 5-6주에 이뤄질 수 있고 무한정 상영할 수는 없다. 관람료는 2.5유로에서 최대 6유로 약 3000~7000원로 멀티플렉스의 절반이다. 장르는 85% 정도가 실험영화다. 객석 점유율은 두 배에 해당한다.

 

한국의 영화적 현실은 외형만 커졌을 뿐 갈수록 내부는 비어가고 있다. 100억대의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에 어림도 없는 성적을 거두며 실패 사례들을 만들어가고 가고 있다. 독과점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획 제작의 중간 허리가 없고 양극화의 극단화된 형태로는 미래조차 보장될 수 없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괴물 없는 세상을 그렸고, ‘겨울왕국도 다른 누군가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를 넘어서면서 평화를 노래한다. 하지만 그 영화들은 현실에서 스크린 독과점을 낳았고 쏠림현상이라는 점에서 어쨌든 괴물이 되고 빙하가 되었다. 좋은 영화 그렇지 않은 영화의 기준은 위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로지 시민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오로지 바람직할 뿐이고 공공정책은 그러한 토대가 될 뿐이다.

글/김헌식(평론가, 박사-문화정보콘텐츠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