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간통죄 폐지 이후… 불륜 드라마는 어떻게 변했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2. 5. 22:58
Question. 불륜일까? 아닐까? 

# ‘애인있어요’ 최진언은 아내 도해강을 두고 대학원생 후배 강설리와 바람을 피운다. 두 사람은 결국 이혼한다. 4년 뒤 최진언은 사고로 기억상실에게 걸린 도해강을 보고 다시 사랑에 빠져 적극적으로 매달린다. 

# ‘두번째 스무살’ 차현석은 20년 동안 마음에 품은 하노라를 교수와 학생으로 다시 만난다. 남편과 스무살 아들을 둔 것을 알고 있지만 자꾸만 마음이 간다. 하노라가 위험에 빠질 때마다 그를 도와준다. 

[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불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 중 하나다. 그들은 부도덕한 사랑에 분노하고 어쩔 때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이중적 성향 때문에 과거부터 현재까지 불륜 소재 콘텐츠는 그야말로 ‘스테디셀러’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불륜 소재 드라마가 ‘간통죄 폐지’와 함께 변화의 바람 앞에 서 있다. 

지난 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 판결을 내리며 1953년에 제정된 간통죄는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도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선보이게 될 거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간의 불륜 드라마는 간통죄와 함께 엮이며 ‘통상적인 틀’을 만들었다. 간통을 입증할 증거를 찾기 위해 배우자를 미행하고, 경찰에 끌려가고, 또 법정에 서는 장면들은 말 그대로 ‘드라마 같은’ 장면이 됐다. 대신 불륜 드라마는 조금 더 복잡다단한 양상을 띠게 됐다. 대표적인 두 작품은 바로 현재 큰 사랑을 받고 있는 SBS 주말극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연출 최문석)와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미니시리즈 ‘두번째 스무살’(극본 소현경·연출 김형식)이다. 

‘애인있어요’는 기억을 잃은 여자가 죽도록 증오했던 남편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초반 최진언(지진희)이 독하게 변해버린 도해강(김현주)을 두고 대학원생 후배인 강설리(박한별)와 불륜을 저지를 때만해도 시청자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간통죄가 폐지된 시점에서 불륜으로 인해 한 가정의 파탄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것이 그 이유. 내연녀 강설리의 태도 역시 시청자들의 혈압을 상승시켰다. “사랑해야 되는데 사랑 안 하는 사람들이 불륜 아니냐”며 자신의 사랑을 정당화시키기는 그의 모습은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4년이 흘렀고, 기억을 잃은 도해강에게 이 전의 악독한 모습은 없다. 발랄하고 당차다. 최진언은 그런 아내에게 다시 사랑을 느낀다. 다소 어이없어 보이는 설정일지 몰라도 시청자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최진언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등 그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이 높다. 

‘두번째 스무살’은 38세에 대학생 자식을 둔 엄마 하노라(최지우)가 캠퍼스 라이프를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남편 김우철(최원영)에게 무시당하고 자존감이 낮은 하노라는 캠퍼스 생활을 통해 과거 발랄하고 적극적이었던 모습으로 변모해간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를 좋아했던 차현석(이상윤)이 있다. 차현석은 그야말로 키다리 아저씨다. 하노라가 곤욕을 치를 때마다 도움을 주고 늘 그를 응원해줬다. 네티즌들 역시 드라마 방영 내내 “두 사람이 잘 됐으면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애인있어요’와 ‘두번째 스무살’의 공통점은 첫사랑 이야기다. 드라마 시청자들의 평균연령대가 높아졌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사랑이야기를 하다 보니 불륜의 외양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한 갈급에서 나온 이야기”라면서 “중장년 세대들에게도 여전히 순수하고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갈망이 있고, 이 두 드라마가 그걸 건드려줬다”고 말했다. 

두 드라마는 결국 불륜을 매개체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말한다. 이상윤은 ‘두번째 스무살’ 종영 인터뷰 당시 “소현경 작가가 ‘잘못 풀어내면 유부녀에게 집적거리는 꼴이 된다’며 ‘그렇게 보이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면서 “하노라를 좋아하는 감정을 조금씩 드러내긴 하지만 감추기도 하고. 은은하게 예뻐 보이는 느낌으로 만들자고 하셨다”고 밝혔다. 불륜으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이를 순수하고 풋풋해보이도록 잘 구성한 것.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드라마 모두 보통의 불륜 드라마는 아니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아니다. 결국 진정한 사랑 찾기라고 해야 한다”면서 “간통죄 폐지 이후 드라마 초점이 이동해가는 것 같다. 간통죄를 폐지한 것은 불륜을 국가나 사회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결국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되는 문제로 보는 거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사랑에 얽힌 사람들의 배경이나 맥락 등에 초점을 맞춰서 공감을 얻는 형태로 드라마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불륜 소재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륜을 가져와서 다루려는 주제나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 ‘애인있어요’ 같은 경우는 불륜을 소재로 하지만 사랑, 삶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극적으로 드라마가 흘러가기보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면서 “지금까지 불륜 소재 드라마는 공식 같은 것이 있었다. 자극적인 코드로 시청자들을 자극해서 시청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목적이 강했다. 그러나 앞으로 불륜 드라마는 지금 시대에 맞게,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관점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미 불륜 소재의 드라마는 많이 나왔고,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 역시 많다. 때문에 단순한 흐름의 불륜 드라마는 이제 각광을 받지 못할 것이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불륜 소재는 쉽게 외면 받을 수 있는 소지가 분명히 있다. 불륜이라는 코드에서 건전함을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불륜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혹은 자극적으로 그린다면 시청자들은 식상해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감대를 찾고, 상황들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