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논평

영화 ‘인턴’, 한국에서 ‘뜻밖의 흥행’ 올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2. 5. 22:55

영화 ‘인턴’, 한국에서 ‘뜻밖의 흥행’ 올려

Warner Bros./Everett Collection
영화 ‘인턴’ 속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의 모습

본국인 미국에서 괜찮지만 훌륭하지는 않은 흥행 성적을 올린 코미디 영화 ‘인턴’이 의외의 국가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바로 한국이다.

로버트 드 니로, 앤 해서웨이가 출연하는 ‘인턴’은 할리우드 코미디가 쉽게 전달되지 않는 한국에서 이상적인 나이듦을 그림으로써 관객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를 받아들이려고 분투하는 한국 사회에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워너브라더스에 따르면 ‘인턴’은 11월8일 현재 한국에서 2,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해외시장 중 가장 높은 기록을 내고 있다. 일본은 1,190만 달러로 한참 뒤쳐진 2위다. 한국은 지난해 해외 영화 시장 규모에서 6위를 차지했다.

70세 퇴직자(드 니로 분)가 30세 여성(해서웨이 분)이 경영하는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일한다는 설정은 한국에서는 현실성이 없다. 보통 노인은 고집 세고 권위적이며 무조건적인 존경을 요구한다고 일반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드 니로의 캐릭터는 젊은 CEO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신사다.

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인 김헌식 영화평론가는 “건강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노인에 갈수록 굶주려 가는 관객들에게 ‘인턴’이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세대와 구세대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며 기업에서 단체로 이 영화를 관람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줄거리 자체는 과장됐을지 모르지만 이 영화에는 한국의 젊은 워킹맘이나 싱글 여성들은퇴 후 외로워하는 노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세부 묘사들이 많다. 한국의 퇴직한 아버지들은 보통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는 데 애를 먹는다. 한국이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발전하지 못했을 때 오랫동안 고된 노동을 하느라 자아실현을 위한 취미활동이라는 호사를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워킹맘들에게는 직장과 가정 생활 사이의 균형을 잡는 일은 영원한 딜레마다.

평론가들은 영화에 더해진 코믹스러움이 인기에 기여했다고 말한다. 노인과 그들의 생활방식이 등장하는 한국 TV 프로그램과 영화들은 우울하지 않으면 애잔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편안하게 관람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들을 선택하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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